GCC/사우디

[사회] 사우디 여성계의 오랜 숙원, 운전하고 싶다!

둘뱅 2009. 1. 24. 23:09

 

(많은 이들이 난폭운전하며 다니던 길에 인도와 가로수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 카미스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사우디에서 여권 신장을 위해 애쓰는 여성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운전입니다안그래도 넓은 영토에 워낙 방만하게 흩어져서 살다보니 택시나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이 발전하기 힘든 현실에서 운전을 할 수 없다는 건 곧 자유로운 활동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되거든요. 극히 소수의 일부 여성들이 학교나 병원 등에 제한적으로 진출했던 예전과 달리 외국에 살면서 자유로운 서구의 문화 속에 익숙해지는 사람도 늘고, 사업가 등 다방면에 미약하게나마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한 운전의 필요성은 커질 수 밖에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종교 보수층들의 강한 입장 때문에 자국 내에서 운전을 허가받지 못한 여성들은 다른 루트를 통해 운전을 익히고 사용중에 있다고 합니다. 어떤 루트냐구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성들의 운전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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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운전이 금기시되어 있는 왕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수백명의 사우디 여성들이 매년 이웃 나라인 바레인에서 바레인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있으며 두려움 없이 합법적으로 운전하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바레인 교통경찰 당국의 관계자는 매년 운전면허를 신청하는 사우디 여성들이 늘고 있으며, 작년 동안 운전 교습을 받고 면허시험에 합격한 1,354명의 사우디 여성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고 합니다.

 

바레인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살고 있는 사우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정식 바레인 운전면허증을 소유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국 내에서는 금기시되어 있는 운전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면허를 가지고 있는 많은 여학생들은  보통 도서관이나 쇼핑몰을 가거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차를 렌트하여 운전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택시를 빌려서 다니는 것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차를 렌트하여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운전을 배우게 만드는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택시를 빌려 다닐 경우 집과 학교만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자국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여성들에겐 답답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바레인 운전면허의 장점은 취득해두면 좋은 장점 중 하나는 유럽에 여행이나 휴가를 가서도 면허증이 인정된다는 것이고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사우디 여성들에게 특별한 절차나 서류작업 없이 간편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작용을 합니다. 바레인의 운전면허 규정 상 걸프지역 국민들에 한해 바레인 국민들과 동일하게 처리를 해주니까요.

 

만약 사우디 여성 운전자로 인한 사고율이 높다면, 여성의 운전을 반대하는 보수세력들에겐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안타깝게도 여성 운전자가 사고와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통계자료가 존재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레인 교통당국은 사고에 관련된 차량의 운전사 정보가 아닌 차량 등록번호만 기록하고, 보통 운전을 하는 사우디 여성들은 렌터카나 친척들의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만들고 싶어도 그런 통계자료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죠.

 

2007년도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 운전자가 연관된 159건의 치명적인 교통사고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고 사고 운전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올  바레인에서 사우디인 운전사가 일으킨 첫 치명적인 사고가 얼마전에 발생하여 운전한 남자는 경상을 입고, 여자 동승자는 사망했다는 기사가 지난 주에 소개되었더군요. 통계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우디 운전자들을 보는 경찰당국이나 바레인 시민의 시각은 남성에게 부정적, 여성에겐 우호적인 편이라고 합니다남에게 온갖 폐를 다 끼치며 길거리에서 자동차 경주라도 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우디나 인근 지역 국가에서 온 남성 운전자들이 많은 반면에, 여성 운전자들은 대체로 안전하게 운전하고 다니기 때문이죠. 

 

여권 신장의 상징적인 조치가 될 운전할 권리를 찾기 위해 사우디의 여성계에선 여러 해 동안 정부와 종교 보수주의자들을 상대로 기나긴 싸움을 해오고 있습니다이러한 싸움의 연장 선상에서 여러 여성 사회단체들이 운전할 권리를 요구하며 약 1,100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사우디 국경일에 압둘라 국왕에게 직접 보내졌으나, 여전히 전향적인 정부의 방침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 특히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도 21세기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오랫동안 몸에 배워온 종교적인 가치관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전환기에 놓여져 있습니다. 국민들을 통치하기 위해 보수적이고 엄격한 종파를 바탕으로 국가를 통치해오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기도 하죠. 무엇보다 종교에 기반을 둔 생활 가치관이기에 새로운 시대에 맞게 맞추어나가는 길이 쉽지만도 않고,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걸릴테구요.

 

그 결과가 언제올지는 그야말로 "인샤알라~"입니다만보수적인 이 사회도 더디게 더디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가 빠르면야 좋겠지만, 이들의 오랫동안 익숙해진 생활 가치관을 고려해 본다면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