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아시르] 하발라에서 보는 사우디 젊은이들의 자동차 예술

둘뱅 2009. 7. 31. 21:12

휴일인 금요일 아침부터 일찍 하발라를 찾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 한 번 가보려고 했다가 극심한 교통체증과 경찰의 통행제한으로 인해 헛물켜고 돌아왔었거든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해발 2,300여미터의 산지에서 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들이 천막을 치고 지내기에 더더욱 분주합니다. 그래도 역시 금요일 아침에 찾아가니 교통체증은 없어서 좋더군요.

 

 

(하발라로 가는 길 저멀리 점처럼 보이는 것이 천막과 자동차들이다.)

 

 

평소에는 천막들이 없지만, 아무래도 여름 휴가철이다 보니 천막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천막과 자동차)

 

 

(야영지 반대쪽엔 3륜 오토바이를 타고 놀 수 있는 곳이 운영되고 있다. 평소에는 그냥 터만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막과 카페트만 있으면 휴가 준비 끝!)

 

 

(휴가철을 맞아 간이 상점들도 자리를 채우고 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물!)

 

 

하지만, 휴일 아침부터 쉬지도 않고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이런 사진들을 찍으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럼 뭘 찍으러 왔을까???

 

바로 요런 사진???

 

(차의 각도가 왠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차체 뒷부분이 하늘을 향해 들어올려진 것이었다.~! )

 

 

얼마전 다른 손님을 모시고 이 곳을 구경시켜드리려고 왔을 때 정말 이런 자동차들의 모습에 충격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휴가철에 하발라를 방문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한 두대도 아니고 야영지 내의 수많은 차들이 이러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이런 집단 도열까지! 

 

(차량 7대가 나란히 차체 후미를 치켜올려진 채 도열한 모습)

 

 

(자신들의 작품이 자랑스러웠던지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돌들로 가득 메워진 것은 한쪽 면뿐. 반대쪽은 그냥 차체가 들린채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고~)

 

 

이렇게 만드는데 차량의 크기나 무게가 중요하진 않다. 중장비가 아닌 이상 무거우면 무거운 차대로 길면 긴차대로 무조건 치켜올리고 볼 뿐!!!

 

 

(육중한 랜드크루저의 무게도 이런 포즈를 취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차체가 아무리 길어도 작정한 이상 똑같은 신세를 면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주위에 널려진 무수한 돌들과 좀더 개성을 찾기 위한 돌에 색을 입히기 위한 스프레이 페인트만 있으면 되겠다.

 

1. 일단 돌들을 모은다.

2. 평지에 만들 장소를 준비한다.

3. 차체 후미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양 뒷바퀴 앞쪽에 돌들을 높이를 잘 조절해가며 쌓아놓는다. 돌들을 어떻게, 어떤 높이로 쌓아두느냐가 차체가 들어올려지는 각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4. 뒷바퀴 앞쪽에 돌들을 잘 고정시켜 놓고 차를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면서 돌들을 받침대 삼아 천천히 높이를 조정한 후 위치를 고정시킨다.

5. 그리고는 포인트가 될 한쪽 면만큼은 빈틈을 꼼꼼하게 온갖 돌들로 메꾸어 나간다. (일반적인 마무리)

6. 좀더 개성을 두고 싶으면 스프레이 프린트로 돌을 색칠하거나, 아니면 차량을 몇 대씩 나열해보기도 한다.

  

(내 차도 그렇게 만들고 있어요. 개성있게 번호판 조임 볼트도 한쪽은 풀어넣고, 안전판 놓고~)

 

 

돌아다니면서 몇몇 개성있게 만든 차들을 담아보았다. 관광지에 놀러온 탓인지 신기하게 보면서 사진을 찍겠다는데 거절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서 찍기는 편했다.

 

가장 정성을 필요로 하는 건 바로 본넷 밑 엔진룸 주위마저 돌들로 채워넣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돌의 무게로 인해 끊어질 우려가 있는 각종 벨트, 호스 등을 미리 사전에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럴 정도로 기계적 구조를 잘 알고있어야 하니 말이다.

 

 

(차체도 들리고 본넷 부위도 돌들로 가득 메운 차)

 

 

평범을 거부한다면 차를 도열하는 것도 앞으로 나란히가 아니라 베베 꼬이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돌에 채색까지 해주는 센스!?

 

 

(빙빙~ 꼬였네! 삐뚤삐뚤해~)

 

 

(들쭉날쭉 도열된 차량과 돌을 채색한 주인공. 같이 있던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 베두윈이라면서 한마디 한다. 얜 미쳤어!^^).

 

 

(이 작품을 만든 자신의 친구 얘기를 해 준 친구와 함께. "여기는 사우디, 우리들은 사우디인입니다!")

 

 

이 친구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주변을 돌아다보니 개성있게 놓은 또다른 차들이 보인다.

 

(이번엔 일직선이 아니라 살짝 곡선이다!!!)

 

 

그래서 호기심에 좀더 들여다봤다.

 

 

(살짝 꺽인게 잘 보이죠?)

 

 

(승용차와 픽업의 관계는 어부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차들이 이렇게 만들고 놀기 위해 가져온 폐차직전의 차들이 아니라, 사진들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차들이란 것이다. 여기로 휴가를 와서 며칠 체류하는 동안 차를 저렇게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만들어 전시(?)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저 돌들을 다시 다 뺀 후에 몰고 간다는거지.

 

뭐.. 다른 짜고 한 듯이 저렇게 만들어놓는 게 이상해서 사진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비롯한 차량주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왜 저렇게 만들어 놓냐고...

 

"그냥 재미있잖아~!", "요즘 애들 이러고 놀아!"

 

그렇게 천연의 산악 분지에서 천막과 자연과 돌과 자동차를 이용한 그들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