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보건] 신종플루가 사우디 이발소에 끼친 영향

둘뱅 2009. 10. 29. 05:09

(사우디 보건부 홈페이지의 메인화면, http://www.moh.gov.sa/en/index.php)

 

 

우리나라를 위시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플루의 위협은 사우디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직원들이 신종플루 예방책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여름 방학 후 새 학년이 시작되는 가을학기 (사우디는 가을학기가 1학기다) 시작을 미루면서 학교문을 닫아보기도 했지만, 얼마전 사우디 보건부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 2명이 12세, 14세 소년이었을 정도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두 소년이 다니뎐 학교는 현재 다시 휴교 중이다.)

 

10월 25일 현재 사우디 보건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신종플루 사망자는 39명이다. 사우디 보건부 대변인 칼리드 미르갈라니 박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3,500명 이상의 양성 반응자가 있었으나 98% 정도는 회복되었다고 한다.

 

정확히 언젠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신문을 보다 젯다에서 모든 이발사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이발사란 직업 자체가 손님의 얼굴과 가장 맞닿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인데다 아랍, 중동권 등 무슬림권에서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다른 어느 지역보다 손님을 대하는 시간, 특히 코와 맞닿는 시간이 그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다. 머리를 이발하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슬림들이 중요시하는 털을 다듬는, 밀어버리는 게 아니다, 시간도 무시 못하니까 말이다. 털을 다듬는 이발사와 손님만큼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일하는 직업이 얼마나 있을까.

 

(이발소에 붙은 안내 포스터) 

 

개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의 하루를 골라 이발을 한다. (대체로 주말인 목요일 저녁을 택하지만...) 머리 기르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이발과 동시에 또 한 달이 지나갔음을 확인하는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의 이발소에서 이발하는데, 한 번 이발에 10리얄 (약 3,300원)을 내고 대신 이발 후 깍고 난 머리는 숙소에 돌아와서 감는다. 지난 달 이발하러 갔을 때만 해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오늘 이발하러 갔을 때 신종플루로 인한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이 자리에 앉았는데, 이발사의 행동은 예전과 달랐다.

 

우선 포장된 봉지를 뜯어 1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잘라낸  머리카락으로부터 옷을 가리기 위해 걸치는 천은 이발소 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비닐로 바뀌었으며, (처음 비닐을 꺼냈을 때 식당에서 식사 때 깔아주는 밥상용 비닐을 떠올렸다!) 면도날만 갈아서 쓰던 면도기는 이발용 1회용 면도기를 사용했으니...!!! 이러한 변화를 새삼 실감하게 된 건 이발비를 낼 때였다. 평소와 같이 10리얄을 냈으나, 이발사는 이발소 벽에 걸린 공지 포스터를 가리키며 5리얄을 더 요구했으니 말이다. 공지 포스터는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각종 이발용품은 반드시 1회용을 사용하라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런 1회용 용품 구입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니 이발비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이런 일은 첨이라면서...

 

이럴 정도로 신종플루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사우디의 노력은 다음달에야말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매년 한 번씩 한시적인 기간 동안 한 점을 향해 전세계에서 온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유일무이한 종교적 행사인 성지순례, 핫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점을 향해 몰려드는 수백만명의 사람들 속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아무 일이 없으면 다행이겠지만, 사우디 내에 신종플루를 더욱 확신시키거나, 아니면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세계 곳곳에 더욱 확산시킬수도 있으니.

 

사우디에겐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는 성지순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올해 핫지 (공식 성지순례 기간 중 수행하는 정식 순례)와 우므라 (공식 기간을 피해서 수행하는 약식 순례)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건강 상 필수요구 사항을 사우디 보건부 홈페이지의 특별 페이지 (http://www.moh.gov.sa/en//modules/mysections/article.php?lid=10)를 통해 소개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소정의 결과를 이루게 될지는 알라만이 아실 일이 아닌가 싶다. 성지순례 기간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