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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이영표 20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 알 힐랄 승리 및 우승축하행사

둘뱅 2010. 1. 29. 03:01

28일 저녁 8시 (사우디 현지 시간) 리야드의 킹 파하드 인터내셔날 스타디움에서는 지난 19주차 알 하즘 원정 경기에서 19경기 만에 09/10 시즌 우승 및 팀의 리그 통산 12번째 우승을 확정한 알 힐랄이 리그 7위팀인 알 잇티파끄와의 홈경기를 가졌습니다. 시즌 초반 같이 연승모드를 달렸던 디펜딩 챔피언 알 잇티하드가 포항과의 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패해 우승 도전에 실패한 후 그 후유증으로 리그 선두 경쟁에서 휘청거리는 사이에 더욱 기세를 올려 큰 경쟁없이 쉽게 우승을 되찾아왔습니다. 알 힐랄은 휘청거리던 알 잇티하드에게 5대 0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주면서 선두경쟁에 아주 쐐기를 박았죠. 지난 12월 31일 알 나스르에게 일격을 당했던 것만 제외하면 19경기 52득점 15실점이라는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와 함께 아주 무난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알 나스르만 아니었으면 무패 우승도 도전해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경기는 두 시즌 만의 리그 우승 탈환에 기뻐하는 홈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과 더불어 시작전 상대팀인 알 잇티파끄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알 힐랄 선수들을 축하해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알 힐랄 선수들에게 작은 꽃다발을 하나씩 주더군요. 아울러 리그 내 다른 팀의 구단주나 부구단주 등 주요 인사들이 리그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관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알 하즘과의 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결장한 빌헬름손을 제외한  1진 선수들을 그대로 출전시킨 게레츠 감독의 선수운용으로 이영표도 20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였습니다. 빌헬름손은 설기현과 안더레흐트 시절 팀 동료로 지난 시즌 설기현의 임대 이적에도 영향을 끼치며 알 힐랄에서 재회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순위 경쟁의 의미가 없어진 알 힐랄 선수들은 부담없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경기에 임한 듯 편하게 경기를 주도해 나갔습니다. 그래서인지 박진감이나 치열함은 보기 힘든 친선 경기와 같은 분위기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알 힐랄이 시종일관 우세한 가운데 진행된 전반 경기에서 이영표는 전반 15분과 26분 상대팀 골문 앞으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려주며 공격수들에게 볼을 연결해줬지만, 아쉽게도 두 번 다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둘 중 하나만 들어갔어도 리그 3호 어시스트를 달 성할 수 있었을텐데요. 그리고 29분에는 알 잇티파끄의 공격수와 알 힐랄 골키퍼 간 1대 1 상황이 되기 직전 후방에서 뛰어 들어와 골라인 밖으로 공을 차내며 수비에서도 제 몫을 해주면서 전반을 0대 0으로 마쳤습니다.

 

참고로 알 잇티파끄는 얼마 전 덴마크 클럽 AGF (Aarhus Gymnastikforening)에서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이 해지된 제레미 화이트 잭슨이라는 측면 공격수를 영입했는데, 그는 중동지역 리그에서 뛰는 최초의 미국인 선수라고 합니다. 제레미 잭슨은 활발한 측면에서의 움직임으로 위협적인 찬스를 종종 만들어내며 팀의 패배 속에서도 멋진 경기를 펼쳐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습니다.

 

후반 들어서도 알 힐랄이 주도하면서 알 잇티파끄가 역습하는 같은 상황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알 힐랄 입장에서는 좋은 크로스를 여유있게 받아도 골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심지어는 결정적인 헤딩슛도 골대를 맞고 튕겨나가는 등  번번이 좋은 찬스를 만들면서도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골운이 따르지 않던 이번 경기의 첫 골은 알 잇티파끄의 주장이자 수비수인 사이프 알 베이쉬의 발끝으로부터 나왔습니다. 후반 30분 이영표의 드로인으로 시작된 알 힐랄의 공격 중 문전 혼전 상황에서 알 힐랄의 미드필더인 아흐메드 알 프라이디가 공격수 티아고에게 올려준 크로스를 알 잇티파끄의 수비수 사이프 알 베이쉬가 걷어낸다는 것이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가며 골운 안따르던 알 힐랄에 골을 헌납했으니 말이죠. 

 

 

[알 힐랄 1:0 알 잇티파끄] 알 힐랄에게 헌납한 알 잇티파끄 주장 베이쉬의 자살골 (후반 30분)

 

 

경기는 결국 알 잇티파끄가 헌납해 준 골을 잘 지킨 알 힐랄의 1대 0 승리로 끝났습니다. 알 힐랄은 20전 17승 2무 1패 승점 53점을 올렸으며, 승점 53점은 지난 06/07 시즌 우승 시 거뒀던 팀이 거둔 최대 승점과 같은 것으로 남은 두 경기에서 올리는 승점 (최대 59점)이 팀의 새로운 기록이 될 것 같네요.

 

경기 종료 후 홈 관중들 앞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지난 원정경기에서 하지 못했던 우승 축하 행사를 가졌습니다. 팬들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기쁨을 함께하고, 우승메달을 받은 후 특설 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그 후 일부 선수들은 트로피를 들고 트랙을 돌며 팬들 앞에서 팀의 우승을 자축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승을 기뻐하는 이영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팬들 앞에서 손을 들어올릴 땐 점프하면서 기분을 만끽하고, 우승 메달을 받은 후 우승 축하 무대에선 너무나도 잘 보이는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더군요. 정작 우승 트로피가 도착했을 때는 묻히고 뒤로 밀리고 말았지만요...^^

 

 

(등번호 12번이 이영표 선수. 아인트 호벤 시절 이후 오랜만에 맛보는 리그 우승이라 그런지 몰라도 더더욱 우승을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올라오기 전 보여줬던 적극적인 액션탓인지 우승메달을 받기 전 유니폼으로 땀을 닦아내고 있는 이영표. 그리고 그의 자리잡는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우승 축하 행사)

 

  

오늘 열린 다른 경기에선 2, 3위팀간의 시합이었던 알 잇티하드와 알 샤밥의 대결에선 1대 2로 알 잇티하드가 이겨 2~3위간 승점차를 4점차로 벌렸으며, 6위팀 알 와흐다는 알 파티흐 FC와의 홈경기에서 6대 0 대승을 거두며 골득실에서 앞서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알 아흘리를 6위로 끌어내리고 리그 5위에 올라 4위 알 나스르를 승점 4점차로 추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2월말 알 샤밥전에서의 2대 3 패배 이후 나왔던 골닷컴 발 방출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 정확히 한 달만에, 그리고 지난 19라운드에서 5연승을 달리다 알 잇티하드에게 1대 0으로 패했던 알 나스르에서 또다시 이천수의 방출(설이 아닌..) 소식이 또다시 나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천수 방출관련 소식은 팀이 무재배를 하든, 연승모드를 달리든 패배를 당한 후에 나오고 있네요. 알 나스르의 이번 시즌 3패 중 첫 패를 제외하고는 리그에서 패배할 때마다 이천수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거든요.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적인 정보로는 이번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알 나스르는 팀의 미드필더인 유습 알 모이나를 알 아흘리로, 알 아흘리의 수비수인 무함마드 이드 알 베이쉬를 알 나스르로 이적시키는 양팀간의 1대 1 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이 소식의 정확도는 30일 오후 8시에 알 나스르의 홈구장에서 열릴 알 아흘리와의 20주차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을 듯 싶네요. 보도대로 방출이라면 후보 명단에서도 이천수의 모습을 볼 수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