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나스르 (알 아흘리전을 위한) 훈련을 마치다.... 그리고 리 슌 (이천수)의 잔류를 확인하다."라는 제목의 1월 28일자 사우디 알 하얏트지 기사 전문 캡처. 헤드라인에는 이천수의 이름을 "리 슌", 본문에는 "리 슌 수"라 쓰고 있다. 아랍어에는 우리말의 "ㅊ" 과 "ㅓ" 에 해당하는 정확한 발음이 없는 탓이다)
지난 12월 말 알 샤밥전에서 2대 3으로 패배하고 알 힐랄전을 이틀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터져나왔던 방출설에 이어 정확하게 한 달 만에 알 잇티하드에게 0대 1로 패배하고 알 아흘리전을 이틀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번엔 이천수의 방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두 방출 소식 모두 골닷컵 아랍발 기사이고, 공교롭게도 기사가 나오는 패턴이 똑같습니다. 패배 후 다음 경기 직전 기사가 쓰여진다는 것. 이번 09/10 시즌 알 나스르가 당한 3번의 패배 (17전 8승 6무 3패) 중 시즌 초 첫 패배를 제외한 나머지 패배 경기 이후에는 어김없이 이천수의 방출 소식이 나왔습니다.
우연찮게 이천수에 관심있는 다른 클럽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만, 이번의 골닷컴 발 기사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 1월 알 나스르와 알 아흘리 간에 1대1 맞트레이드가 있었다는 정도입니다. 알 나스르의 미드필더인 유스프 알 모이나 (등번호 19번)를 알 아흘리로 보냈고, 알 아흘리로부터는 수비수인 무함마드 알 비쉬 (등번호 2번)를 받았다는 것이죠. 참고로 알 아흘리는 파리아스 감독 취임 이후 알 나스르와의 트레이드 외에 3명의 용병 (브라질 선수 2명, 튀니지 선수 1명)을 이번 1월에 영입했습니다. 이러한 스쿼드 변화는 이번 시즌보다는 올해 AFC 챔피언스 리그 참가를 위한 포석의 일환입니다.
개인적으론 방출설 및 방출 소식의 유일한 소스인 골닷컴 발 기사를 바로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는 지난 연말 방출설 때도 처음에는 방출 이유가 성적 부진이라고 보도했다가 며칠 뒤에 구단주의 조급증이라고 바꾸어 보도했었지만, 그 바꾼 이유조차 그렇게 단정지어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알 나스르를 맡고 있는 제12대 구단주인 파이살 빈 투르키 빈 낫세르 왕자는 지난 해 처음으로 구단주가 되어 한 시즌 이상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조바심이 문제라고 단정지을 만한 이력이 없다는 것이죠.
덧붙여 알 나스르 구단주 자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임기가 보장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취임 첫 시즌부터 굳이 조바심을 낼 상황도 아닙니다. 2000년도 들어 알 나스르의 최고 성적은 리그 3위 (00/01, 01/02, 02/03시즌)였고, 그 이후에는 4위를 기록한 04/05 시즌을 제외하면 5~9위를 오가는 중위권 전력을 가진 팀일 뿐이니까요. 이번 시즌 역시 시즌 초반 잇다른 무승부로 리그 7위로 중위권에 이름을 걸치고 있었지만, 이천수 방출설 이후로 오히려 팀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5연승을 질주하며 4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04/05시즌 이후 다섯 시즌만에 4위로 리그 4강 복귀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구단주 취임 첫 해 성적치고는 매우 양호한 셈인 것이죠.
게다가 이천수는 전력외 선수로 분류되었다는 보도와 달리 부상 복귀 이후에는 팀의 전술변화에 따라 선발 출장은 못해도 전후반을 가리지 않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조커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져 버렸기에 곧이 곧대로 듣기는 뭔가 꺼림칙한 면이 있었거든요.
사우디가 주말인데다 언론 매체들의 인터넷 업데이트가 한국처럼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게 아니어서 이천수와 관련된 기사는 구글링을 통해서도 하나의 뉴스 밖에 검색되지 않더군요. 골닷컴 발 기사와는 다르게 사우디 알 하야트지는 아래와 같이 이천수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알 나스르의 살만 꾸라이니 축구 담당 이사가 "이천수에 대해 일부 미디어에서 떠돌고 있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며 이천수는 팀과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이천수를 겨울 이적시장에서 방출하고 대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전력 외 선수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계속 이어진 기사에서는 30일에 있을 알 아흘리전에 대비한 훈련을 마친 후 이천수와 그의 대리인이 클럽 매니지먼트와 미팅을 가졌으며, 클럽 매니지먼트는 그들에게 이천수를 계약 종료 때까지는 잡을 것임을 확인해주면서 (방출설에 흔들리지 말고) 알 아흘리와의 다음 시합을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집중해 줄 것과 열정적인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금 수준과 같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는군요. 방출소식 속에서도 나오는 이런 기사에 따르면 팀은 이천수에게 계속해서 신뢰를 보여주고는 있는 상황으로 보여지네요.
두 가지 소식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일단 이천수의 거취와 관련하여 구단 관계자와 이천수측이 최근 미팅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한쪽에서는 방출에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이천수에게 팀의 신뢰를 재확인해주며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했다는 상반된 기사가 나왔다는 것이죠. 방출 소식을 전해준 건 영어 서비스가 제공되는 매체, 신뢰 재확인 소식을 전해준 건 영어 서비스가 없는 매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고... 웹서핑으로 기사를 쓴다고 해도 골닷컴은 친절하게 우리말로 나오는데, 당연히 영어 서비스가 안되는 사우디 현지 신문을 찾아가며 기사를 써 줄 국내 매체는 없을 겁니다.
어차피 사우디 리그 경기를 보고 기사를 쓰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만, 이영표 출전 소식은 꾸준하게 전해주면서도 한동안 이천수 출전에 대한 관련 기사는 나오지도 않다가 방출설 이후 일부 매체를 통해 나오기 시작한 기사들 중에는 간혹 제 블로그의 글을 참조해서 쓰는 기사도 종종 봐왔습니다. (제 블로그는 공격 포인트 여부에 상관없이 현재까진 경기 종료 후 1~2시간 이내에 거의 실시간으로 이천수의 출전 소식을 동영상과 함께 전해주는 거의 유일한 국내 소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 나스르 입장에서 본다면 이천수가 가시적인 성과물이 조금 부족할 뿐 (그래도 여전히 팀내 득점 순위 3위) 피치 위에선 준수한 활약을 꾸준히 펼치고 있고, 현재 팀 스쿼드에는 이천수만큼 팀의 흐름을 바꿀만한 선수가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 외에 제 몫을 해주는 사우디 공격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AFC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여 올해 꾸준하게 경기가 있다면야 다른 용병을 영입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설기현이 알 힐랄에서 임대생활을 했었죠), 이번 시즌은 남아있는 3개의 컵 대회까지 포함해도 사실상 3~4월이면 끝나고, 아직 일정이 확정발표되지 않은 다음 시즌까지 4~5개월 간의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즌 종료 및 계약기간 종료 후 다른 용병을 영입해도 다음 시즌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거든요.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여 이천수의 행보에 대해서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내일 있을 알 아흘리전을 보면 방출설이 사실인지, 잔류가 사실인지 어느 정도 확인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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