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SPL] 이천수 결장, 이번 시즌 승부를 가리지 못한 알 나스르와 알 아흘리

잠시 후부터 리야드의 킹 파하드 인터내셔날 스타디움에서는 제20주차 경기의 빅 매치인 이천수의 소속팀인 알 나스르와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알 아흘리의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양 팀은 승점 4점 차이로 리그 4위와 6위를 각각 달리고 있는 중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4강 진입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알 나스르와 4강 진입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는 알 아흘리의 대결이 볼만할 것 같습니다. 지난 알 잇티하드와의 홈경기에서 홈팬들 앞에서 무력한 졸전 끝에 0대 1로 패했던 바가 있어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도 이번 시합에서의 승리는 필요합니다.

 

지난 11월 21일에 젯다에서 있었던 양팀간의 첫 대결은 3대 3 무승부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었습니다.  알 아흘리가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음으로써 쉽게 이길 것 같았던 경기를 알 나스르가 후반에 3골을 만회하면서 극적으로 비겼었죠. 그 경기에선 이천수가 하프타임 교체로 출전하여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열세에 몰리던 팀의 분위기를 되살리면서 극적인 무승부 경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 이어 골닷컴 아랍발 기사를 통해 방출설을 넘어 방출 합의설이 보도된 바 있는 이천수는 경기장에서 시합을 앞두고 팀 동료들과 몸을 풀고 있습니다. 일단 벤치에서 경기시작을 맞이합니다.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6연속 교체 출전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천수 방출설이 이곳에서도 화제인 탓인지 경기 전 리뷰나 중계를 통해서 이천수 얘기가 빠지질 않네요. 사우디 스포츠의 한 경기 분석 위원은 꾸준하게 잘 해오고 있는데 왜 방출설이 계속 나오는 건지 이상하다는 의견을, 알 자지라 스포츠의 캐스터는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마도 계약기간까지는 남아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네요.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가끔 카메라에 잡히는 군요.

 

경기 초반은 지난 첫 대결과 달리 알 나스르가 경기 주도권을 잡은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몇번의 찬스를 아깝게 놓치면서도 알 아흘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알 나스르에게 경기 초반 주도권을 빼앗기자 파리아스 감독은 벌써부터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내리고 있습니다. 반면 조지 다 실바 알나스르 감독은 특유의 멍때리고 앉아있다가 서서 지시하는 등 한결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기 시작하면 멍~때리는 시간이 길어지더군요.)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알 나스르나 역습을 주로 하는 알 아흘리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 17분 알 아흘리의 공격을 저지하던 알 나스르의 수비수 무함마드 이드 알 비쉬가 태클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교체아웃되기 직전입니다. 현재 10명이 싸우고 있는 알 나스르를 상대로 알 아흘리의 선수들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지만 크로스바에 맞고 튕겨 나오고 리바운드해서 날린 슛마저 대기권 돌파슛이 되어 자신들의 첫 위협적인 찬스를 놓칩니다. 무함마드 이드 알 비쉬는 알 아흘리에서 이적한 선수로 이적하자마자 나온 경기에서 친정팀 선수를 막다가 부상으로 교체아웃 당하는 군요. 제 기억으론 이번 시즌 전반전 중간에 선수교체가 3번 있었는데, 두 번이 이천수 관련 교체였고, 오늘은 수비수가 교체되었네요. 후반 선수 운용에 핸디캡이 될 듯 싶군요.

 

무함마드 이드 알 비쉬가 피치 밖으로 나와 10명이 뛰는 알 나스르를 상대로 잃었던 경기 주도권을 찾아올 것 같던 알 아흘리였지만, 알 나스르는 전반 24분 좌측 측면에서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가 패스한 볼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아흐마드 압바스가 논스톱으로 슛을 날려 알 아흘리 우측 골대 구석을 가로지르는 통쾌한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알 나스르 1:0 알 아흘리] 무함마드 압바스의 선제골! (전반 24분) 

 

 

알 나스르는 선제골을 터뜨린 후 경기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옵니다. 주전 공격수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몸이 가벼워보이는데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하고 있네요.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가 워낙 안 풀리고 있는 탓인지 마른 침을 삼키며 팀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공세 속에서도 알 아흘리의 골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알 나스르입니다. 전반 41분에는 골대 좌측 측면 사각지대에서 피게로아가 날린 슛이 오른쪽 골포스를 맞고 튕겨나갑니다. 43분에는 거의 같은 위치에서 리얀 빌랄이 줏어먹으라고 보내준 땅골 크로스를 무함마드 사흘라위가 헛발치기로 추가골의 찬스를 놓치는군요. 계속되는 공세 속에서도 추가골을 넣지 못했지만 무함마드 압바스의 선제골을 그대로 지킨 알 나스르가 1대 0으로 알 아흘리에 앞선채 전반전을 마칩니다.

 

 

후반이 시작되면서 동점골을 넣기 위해 전열을 가담은 알 아흘리 선수들이 후반 초반 주도권을 잡아갑니다. 공세를 거듭하던 알 아흘리가 후반 6분 결국 동점골을 넣는데 성공합니다. 2010년 1월 브라질의 보타포고에서 이적해 온 빅토르 시모에스가 알 나스르의 선제골과 마찬가지로 땅골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슛을 성공시키네요. 빅토르 시모에스는 시몬이란 이름으로 2007~2008시즌 K리그의 전남드래곤스에서 뛴 적이 있으며 24경기에 출전해서 3골을 넣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알 나스르는 전반 무수한 찬스를 놓쳤던 것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알 나스르 1:1 알 아흘리] 알 아흘리의 이적생 빅토르 시모에스의 동점골 

 

 

동점골 이후 경기 주도권은 전반과 반대로 알 아흘리가 잡아갑니다. 알 아흘리의 공세 속에 알 나스르의 역습이 이어지는, 전반과는 반대의 상황으로 경기가 진행되면서 경기는 소강상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리아스 감독은 거의 앉아있질 못하고 있네요.

 

후반 26분 경기 내내 뭔가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던 리얀 빌랄을 빼고 사아드 알 하르시를 교체하는 것으로 알 나스르는 3장의 교체카드를 다 사용했습니다. 전반 수비수 무함마드 이드 알 비쉬의 교체 아웃이 전체적인 오늘의 선수 운용에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이천수는 부상에서 복귀 이후 처음으로 결장하며 연속 교체출장 기록을 5경기에서 마감합니다.

 

전반에 이어서 후반에도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가 간만에 찾아온 결정적인 찬스를 놓칩니다. 이번에는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가네요. 알 아흘리 역시 역전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슛이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튕겨나갑니다. 양 팀 모두 골운이 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알 아흘리는 경기 종료 직전 좋은 슛찬스를 맞이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힙니다. 이 슛찬스를 막던 주장 후세인 압둘 가니마저 부상으로 실려나갑니다.

 

경기는 결국 1대 1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이번 시즌 양 팀간의 시합은 2무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알 나스르로서는 적어도 3골을 넣을 수 있었던 전반전에 1골만 겨우 넣었던 것이 승점 3점 대신 1점에 만족해야 하는 결과를 얻어야만 했고, 알 아흘리로서는 전반전을 1실점으로 잘 견뎌낸 것이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부상의 경중을 알 수 없지만 팀을 조율해오던 후세인 압둘 가니와 새로 영입한 수비수 무함마드 이드 알 베이쉬의 부상이 더 안타까울 수 밖에 없네요. 그나마 다음 리그 경기가 거의 1달 뒤인 2월 25일에 있다는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요.

 

왜 다음 리그 경기가 2월 말에 있냐면, 2월에는 사우디 크라운 프린스 컵대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크라운 프린스 컵대회는 16강전부터 결승까지 단판 승부로 치뤄지며, 알 나스르에게는 그다지 평탄한 일정이 아닌 것이 첫 경기인 16강전에서 알 하즘과 2월 4일 저녁 8시 10분 원정경기를 치루는데,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8강전에서 알 힐랄을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알 힐랄은 16강전에서 2부리그 팀인 알 파이살리와 경기를 치루기 때문이죠. 8강전에서 알 힐랄을 이길 경우 4강전에선 알 잇티하드와 맞붙을 확률이 높아 보이고, 결승까지 진출하면 알 아흘리, 혹은 알 샤밥과 맞붙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사우디 크라운 프린스 컵대회가 끝나는 2월말부터 잔여경기를 치뤄 3월 18일 이번 시즌의 최종 22라운드가 펼쳐지는 것으로 09/10시즌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3월 말, 혹은 4월에는 사우디 킹 컵 오브 챔피언스라는 컵대회가 열립니다. 리그 순위에 따라 참가팀이 결정되기에 아직 일정이 결정되지는 않았네요.

 

오늘 경기의 무승부로 알 나스르는 18전 8승 7무 3패 승점 31점 (30득점 21실점)으로 리그 4위를 지켰으나 한 경기 더 치룬 알 잇티하드와의 승점차이를 겨우 1점 줄였을 뿐이고, 알 아흘리는 19전 7승 6무 6패 승점 27점 (26득점 24실점)을 하룻만에 5위 자리를 되찾으며 한 경기 덜 치룬 알 나스르를 승점 4점 차이로 추격합니다. 

 

보도 매체에 따라 방출설과 잔류설이 공존하고 있는 이천수는 방출되었다는 뉴스와는 달리 일단 경기장에서 팀동료들과 몸을 풀면서 팀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수비수의 부상 속에 경기에는 결국 결장하면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놓은 듯 합니다. 일단 오늘 경기를 중계해 준 알 자지라 스포츠와 사우디 스포츠의 방송 해설자들은 이천수의 잔류를 예상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계속 두고봐야 할 듯 싶네요. 이천수가 후반에 교체로 들어오는 것과 안 들어오는 것의 팀의 플레이가 차이나 보인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조만간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으로 팀을 떠나있었던 호삼 갈리가 복귀할 예정이니 그에 따라 팀 전술이 다시 4-3-3으로 회귀할 것인지, 4-4-2를 유지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네요. 팀의 5연승을 이끌었던 4-4-2는 점점 한계가 드러나는 듯 합니다. 현재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와 함께 투톱으로 출전하는 사아드 알 하르시나 리얀 빌랄 모두 그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 골을 몰아쳤던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침묵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지난 경기에 이어 수비진에서 부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불안요인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