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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부상 이후 이천수 첫 선발출장, 알 나스르는 알 하즘 상대로 승리!

둘뱅 2010. 2. 26. 02:53

원래 1라운드 경기였으나 신종 플루 영향으로 연기되었던 알 나스르와 알 하즘 간의 경기가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크라운 프린스컵 8강전에서 알 힐랄에게 패한 이후 2주만에 갖는 정규 시합입니다.

 

오늘의 알 나스르 스쿼드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스쿼드로 경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주전 공격수인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도, 공격력 강화를 위해 임대해 온 파스칼 페인두노도, 컨디션 좋을 땐 경기를 지배할 수도 있는 호삼 갈리에 주장인 후세인 압둘 가니 마저도 빠져있습니다.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후세인 압둘 가니는 아예 사복 차림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으며, 파스칼 페인두노와 호삼 갈리의 모습은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고 있습니다. 한편 다 실바 감독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경기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크라운 프린스컵 알 힐랄 전에서 협회로부터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리그 4경기를 남겨놓은 알 나스르가 리그 상금 및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 리그 참가를 위한 마지노선인 3위 도전에 일말의 희망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선 전승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기에 꾸준하게 기용되어 왔던 주전 선수들의 이탈과 더불어 한동안 경기장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천수가 선발 출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20일 알 잇티파끄전에서 부상으로 전반 25분 교체아웃 당한 이후 근 45일만의 첫 선발 출장이자 부상 회복 이후 조커로 주로 기용되다 모습을 감춘 이후 한 달만에 출전하는 이천수 입니다.

 

지난 2월 초 FIFA에 제소하기 전에 밀린 급여를 달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크라운 프린스컵에선 아예 경기장에서 볼 수도 없었죠. 현지 언론에 의하면 알 나스르 선수들의 급여지불이 두 달 지연되었다고 합니다. 문제가 커질 듯 하자 지급하지 못한 급여 중 첫 달 급여를 지급할 것이란 기사가 있네요. 이러는 와중에 이천수는 J리그의 일부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일정이 여의치 않자 K리그 이적을 모색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사아드 알 하르시, 리얀 빌랄, 이천수를 전방에 내세운 알 나스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량감없는 공격진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방에서 뛰고 있는 세 선수 중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가 3골의 이천수니 말이죠. 정작 미드필더에 있는 피게로아가 선발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6골을 넣었으니 공격진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한 상황입니다.

 

경기는 알 나스르가 주도하면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별다른 박진감 없이 처음부터 소강상태로 진행 중입니다만, 그 와중에 오랜만에 출전한 이천수는 경기장을 종횡으로 누비며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팀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도 못하고 전반을 0대 0으로 마쳤습니다. 몸싸움이 거칠어지면서 경기를 이끌어야 할 피게로아가 평정심을 잃고 흥분한 채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천수는 전반 40분경 골키퍼와 공중볼을 경합하려다 부딪친 채 그라운드에 떨어져 응급차량까지 들어와 심한 부상인가 싶었지만 금새 털고 다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상으로 보기엔 부상으로 교체아웃되었던 지난 12월의 알 잇티파끄 전에서 당한 것보다 더 충격을 받은 것 같아 아찔했었네요.

 

 

 

 

후반 시작 1분만에 이천수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고 맙니다.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자신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볼을 살짝 차넣는다는 것이 경합 중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골대를 가볍게 넘기고 마네요. 흥겨운 응원 북, 노래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지만 경기 자체는 무료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이천수는 후반 10분 교체되고 맙니다. 이천수 본인으로서는 후반 1분에 놓친 찬스가 아쉬울 듯 싶습니다. 나름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팀동료와의 호흡 등 경기력 및 경기감각 유지면에선 한 달 간의 공백을 메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단과의 미지급 급여 문제 및 계속되는 결장으로 이적을 모색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편한 상황이 아니었을테니까요.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후반 25분 알 나스르는 사아드 알 하르시를 빼고 오늘 경기에서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던 파스칼 페인두노를 교체투입합니다. 공격력 강화를 노리고 영입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한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르키 구단주를 비롯한 구단 경영진도, 팬들도 답답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응원 소리만 없으면 정말 조용할 것만 같은 경기네요.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하는 알 나스르. 요즘 경기들어 리그 초반의 골침묵을 지키고 있는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 골넣는 수비수이자 수비진을 조율하는 후세인 압둘 가니, 피게로아와 함께 맹활약을 펼치는 호삼 갈리의 공백을 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 선수가 한꺼번에 결장한 시합은 올 시즌들어 처음입니다. 

 

하지만 결국 후반 41분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알 나스르입니다. 크로스를 받기 위해 문전으로 쇄도하던 리얀 빌랄을 수비하던 알 하즘 수비수가 그를 누르면서 수비하자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부심입니다. 알 하즘 선수들이 부심에게 몰려들어 항의해 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극적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피게로아가 성공시키면서 선제골을 넣습니다. 오늘 시합에선 좋은 슛찬스를 무수히 허공으로 날린 그였지만, 팀의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페널티킥 성공으로 체면은 살리네요.

 

 

[알 나스르 1:0 알 하즘] 리얀 빌랄의 페널티킥 유도, 피게로아의 페널티킥 결승골 (후반 43분)

 

 

추가시간 3분 알 나스르는 오늘의 결승골인 페널티킥을 유도한 리얀 빌랄을 교체시키며 시간도 때우고 관중들의 박수를 받게 하며 교체아웃시킵니다. 경기는 이 페널티킥 선제골을 잘 지킨 알 나스르의 승리로 끝납니다. 알 나스르는 공수의 핵심선수 3명이 빠진데다 시즌 내내 보기 드물었던 변태 스쿼드로 임한 경기에서의 승리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값진 승리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19전 9승 7무 3패 승점 34점 (31득점 21실점)으로 5위인 알 아흘리와의 승점을 7점차로 넓히는 동시에 3위인 알 잇티하드와의 승점을 5점차로 좁히며 3위 도전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알 나스르입니다. 

 

알 나스르는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하고 알 잇티하드가 남은 2경기에서 1승 1패나 2패를 거둘 경우 극적으로 3위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알 잇티하드가 1승 1무를 거둘 경우 알 나스르가 남은 경기에서 대승하거나 알 잇티하드가 대패를 당하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면 말이죠. 요즘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알 잇티하드는 만만치 않은 알 아흘리와 지난 원전경기서 0대 5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준 알 힐랄과의 시합을 남겨두고 있는 반면, 알 나스르는 리그 하위권 팀들과의 시합을 남겨두고 있어 극적인 반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AFC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도 출전권이지만,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알 나스르로서는 1백만 리얄의 3등 상금이 더 욕심날테니 말이죠.

 

구단의 연봉 미지급 문제 및 계속되는 결장과 새로운 이적설 등으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이천수는 비록 55분간이지만 오랜만에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와 호삼 갈리의 결장이 오늘 한 경기 뿐인지, 아니면 계속 이어지느냐에 따라 이천수의 팀내 입지도 또 변화될지 모르겠습니다. 3경기가 남았지만 남은 모든 시합에서의 1승이 절실한 리그 잔여 경기와 걸프 클럽 챔피언스 대회, 사우디 챔피언스컵이 계속 이어지니까요. 물론 그 전에 요즘의 루머대로 타리그로 이적하면 상관없겠지만요.

 

 

추가: 국내 이천수 관련 기사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오류

1) 이천수의 결장 이유로 주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인 작년 11월 감독 교체설...

    조지 다 실바 감독은 09/10 시즌 시작 전 영입된 감독으로 이천수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알 나스르로 이적한 감독입니다. 시즌 시작을 함께 했지요.

2) 사우디 리그가 3월 10일 종료?

    현재 사우디 리그는 21~22라운드 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21라운드는 3월 14일 오후 8시 30분, 최종전인 22라운드는 3월 18일 오후 8시 30분 (이상 사우디 시간)에 전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그동안 여러 이유로 지연된 경기가 3월 5일, 7일, 8일에 한 경기씩 열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3월 10일에 리그가 종료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리그이긴 합니다만, 기자라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기사를 쓰는게 안타깝네요. 아랍어 사이트도 아니고 영어 사이트 한 두개만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인데도 말이죠. 뭐. 제 블로그의 글을 인용해서 기사를 쓰면서도 양해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쓰는 기자도 있으니 큰 기대는 할 수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