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비드] 움 까이스로 가는 길에... 그리고 요르단의 대표음식 만사프

페트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한 탓에 느즈막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눈을 떴을 때 창 밖에는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일어났을 때 날씨는 어느덧 개어 있었다.

 

그러나... 제라쉬, 혹은 아즐룬을 가려던 계획은 가던 길에 또다시 변경되고 말았다. 그날따라 유독 변덕스러웠던 날씨 탓이었다. 때마침 제라쉬로 빠지는 교차로 부근에서 굵은 빗방울의 소나기가 퍼붓고 있어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변경된 목표지는 요르단 국경 인근에 위치한 움 까이스 유적지였다. 가다라 (혹은 거라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마을인 움 까이스는 아랍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분쟁지역인 골란고원과 성경에 나오는 갈릴리 호수를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때마침 같이 동행한 후배도 가본 적이 없다기에 급변경된 목적지를 향해 갔다. 초행길인 탓에 조금 헤메기도 했지만....

 

한참을 가던 중,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Cyber City" 라는 전혀 낯선 길 안내 표지판 (이라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자유경제지구의 이름이란다. 공식 홈페이지 http://www.cybercity.com.jo/) 만큼이나 뜬금없이 눈에 확 띄던 황금색 돔 때문에 이를 보고자 잠시 길을 멈췄다. 알고보니 우리나라의 KAIST에 해당하는 요르단 최고의 이공계 대학 Jord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약칭 JUST- 왜 순간 Just Do It이란 모 회사의 모토가 생각나는 걸까...ㅠㅠ, 참고로 홈페이지는 http://www.just.edu.jo/Pages/default.aspx) 란다. 

 

 

(너무나도 눈에 띄는 황금색 돔이 있는 JUST의 입구)

 

 

이 곳을 견학하러 온 것은 아니었기에 학교 앞 주차장만 살짝 둘러본 후 이르비드로 방향을 틀었다. JUST로 오던 길을 곧장 달리면 람싸로, 이 곳 교차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요르단 제2의 도시라는 이르비드로 향하게 된다. 이르비드로 향하는 길의 풍경. 국지성 소나기가 퍼붓던 날씨답게 구름의 모습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변덕스런 구름을 쫓아 도착한 도시 이르비드. 요르단 제2의 도시라지만, 암만과 같은 나름 대도시의 느낌이나 분위기는 조금은 찾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지방 소도시 같다고나 할까?

 

 

 

 

 

암만에 요르단 대학교가 있다면 이르비드엔 야르무크 대학이 있다. 이르비드에 도착한 시간은 어느덧 점심 시간. 점심을 때울 겸 요르단의 대표적인 음식인 만사프를 오랜만에 먹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이르비드 길이 낯설었던 탓에 야르무크 대학에서 공부중인 한 유학생의 소개를 받아 야르무크 대학 인근의 식당 "아부 마흐무드"을 찾아갔다. (워낙 뜬금없는 만사프 식당 찾기에 난 어느덧 사우디에서 요르단에 온 사우디인으로 오해를 받기까지...^^) 한국 유학생에게도 이런 오해를 받을 정도 였으니, 길 안내를 요청받은 현지인들이 "아부 마흐무드" 식당의 위치를 묻는 우리들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으리라. 이들에게 자신들의 동네에 흔치 않은 동양인 둘이 서양식 식당도 아닌 아랍식 식당이 어딨냐고 물어보고 있는 상황 자체가 낯설었을테니...

 

(나중에 보니 이 길에도 차 진행방향에 아부 마흐무드 식당이 있지만.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간 길에 목적지인 아부 마흐무드 식당이 있었다.)

 

 

(길을 잘못들어 식당찾아 헤메는 길)

 

 

여기서 잠깐! 만사프에 대해 소개해 보기로 하자.

만사프는 요르단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요르단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양젓으로 만든 요구르트에 소금을 넣어 만든 소스에 쌀을 넣고 끓이다가 양고기와 아몬드나 잣으로 장식하며 마무리짓는 요리이다. 사우디의 만디처럼 요르단인들이 귀한 손님들이 왔을 때 대접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보통은 밥 위에 소스가 올려진 채로 나오지만, 이 식당에서는 소스를 밥에 얹지 않고 따로 나왔다.

 

 

(밥과 양고기)

 

 

(그리고.... 요구르트로 만든 문제의 소스)

 

 

문제의 요구르트 소스라고 소개한 이유는 비슷한 요리라고도 볼 수 있는 사우디의 만디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만사프 특유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시큼함과 살짝 비린 맛을 가지고 있어 이 독특한 소스에 대한 적응 여부가 만사프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소스에 비위가 상해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

 

(이렇게 소스를 밥과 양고기 위에 끼얹어 먹는다. 먹다보면 이 소스는 밥과 양고기에 흡수되어 그 모습을 잃어 버린다. 함께 제공되는 쿱즈를 조금만 떼어내어 고기를 잡어 먹으면 고기가 갖고 있는 기름기를 대신 흡수해 주어 손을 크게 더럽히지 않고도 깔끔하게 먹는데 도움이 된다.)

 

 

만사프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밑의 유튜브 동영상을 참조해 보도록 하자.

 

 

 

오랜만에 먹은 만사프로 배를 채운 후 다시 움 까이스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길안내판이 들쑥날쑥 있어 길이 익숙치 않은 운전자들에겐 헷갈리기 딱 좋은 길이기도 했다.

 

(여기서 유턴하시고~~~)

 

 

(우리에게도 낯익은 패스트 푸드 체인점들이 한쪽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카미스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풍경...)

 

 

(움 까이스를 향해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