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사우디 킹 압둘 아지즈 국제공항에서 환승하기...

사실 이번 휴가길에서 가장 머리 아팠던 부분이 바로 젯다에서의 환승이었다.

 

항공임 절약과 돌아올 때 암만을 들르지 않기 위해 [젯다->암만->두바이->서울]이 아닌 [젯다->암만->젯다->두바이->서울] 노선을 잡다보니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머무는 시간 상으로는 4시간에 불과했지만 젯다 공항에서 바로 환승이 가능한지, 아니면 입출국 수속을 밟아야 하는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바로 입출국 수속 없이 환승 가능하다면 단수 리엔트리 비자면 충분하지만, 입출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면 리엔트리 비자를 복수로 발급받아야 하는 차이가 있다. 단수 비자를 발급받고 별문제 없이 바로 환승이 가능하다면 다행이긴 한데, 만약 중간에서 꼬이면 골치 아프니... 무엇보다 주변에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없었고, 젯다 공항을 통한 입국은 처음 해보기에 (그전에 입국은 리야드로만...) 그런 것도 있었지만, 젯다 공항의 독특한 구조도 이 혼란을 부추기는데 한 몫했다. 젯다 공항이 어떻게 생겼기에 그러냐고? 구글 어스를 통해 젯다 킹 압둘 아지즈 국제공항을 살펴보자.

 

 

 

핫지 터미날은 우리와 관련 없으니 제껴두고 얘기를 하자면, 킹 압둘 아지즈 국제 공항에는 비행기 계류장을 사이에 두고 그림상 풍선 로고가 있는 곳에 위치한 남 터미널과 북 터미널이 있다. 남 터미널에는 사우디의 국적 항공사인 사우디야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와 사우디의 민영 항공사인 나스 에어, 사마 에어의 세 항공사가 국제선 및 국내선을 운영하고 있고, 북 터미널에는 젯다에 취항하는 모든 항공사가 이용하고 있다.

 

비록 터미널 건물이 2개라고 해도 각각의 건물 크기는 작지? 그래서 터미널에서 바로 비행기에 옮겨탈 수 있는 공간 및 설비가 없고, 무조건 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계류하고 있는 곳까지 가서 갈아타고, 내릴 때도 버스를 타고 터미날까지 와야 한다. 1981년에 문을 연 킹 압둘 아지즈 국제공항이 다소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된 건 설계 당시 앞으로 관광객들과 화물량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 것인가를 잘못 예상한 탓이라고 한다. 환승객이 얼마나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면 양 터미널 간에 바로 연결되지 않고 비행기 계류장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채 만들어 두었을까... 그래서 2007년에는 공항 내에서 압사 사고 [[경험담] 혼란 속의 젯다 공항 떠나기 (http://blog.daum.net/dullahbank/13113622) 참고]를 동반한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기존 터미널을 임시로 리모델링한 뒤 공항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정상 암만에서 사우디 항공을 타고 돌아오기에 내릴 때는 남 터미널에서 내리지만 두바이로 떠날 때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기 때문에 북 터미널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이 공항의 구조적 특성 및 국제선 환승 손님이 적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환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터미널간 연결수단이 뭔지 몰랐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보통 다른 공항들 같으면 터미널 간 환승 통로든 연결 열차가 있어 바로 옮겨탈 수 있는데 말이다. 위의 지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양 터미널의 직선 거리는 약 2km. 이건 계류장을 가로질러 갔을 때의 거리이고 실제로 양 터미널을 연결하는 버스를 이용할 경우는 한참 돌아가니 꽤 긴 거리다. 물론 그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남 터미널 버스 정류장까지 와야 하니 환승하기 위해 입출국 수속을 다 밟아야 한다는 얘기고... 그래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복수 비자를 발급받아 나갔었다.

 

젯다에 무사히 도착한 후 들어오다 보니 트랜짓 데스크가 눈에 띄었기에 담당 직원에게 바로 북 터미널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물었다. 담당 직원은 비자를 확인해 보더니 비자를 사용할 것인지를 되물었다. 아무래도 번거로워서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암만에서 젯다로 붙인 짐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래서 암만에서 붙인 화물 태그를 보여주니 다음 편으로 바로 연결시켜 주겠다며 손으로 쓴 임시 태그를 만든 뒤 쌩~~~하니 수화물 찾는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는 짐음 제대로 옮겨 실었다며 나를 입국 심사대 뒷편 구석에 있는 여권과 데스크에 데려다 주고는 여권과 직원에게 환승 승객이라 얘기하고 가버렸다. 

 

그 여권과 데스크는 출입국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인력들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여러 문제 인력들이 데스크를 찾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환승방식은 처음인지라 시간의 여유가 있음에도 갈아타지 못할까 초조했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서있으니 담당 직원들이 전혀 걱정하지 말라여 그낭 기다리라고 얘기한다. (저래놓고 책임지는 넘을 본적이 없어서 더 불안했지만...) 그렇게 1시간 반을 여권과 데스크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을 때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보지 못했던 여권과 직원이 데스크를 향해 왔고, 데스크의 직원들은 그에게 환승 승객이니 북 터미널로 가라며 날 넘겼다.

 

그 직원을 따라 일반적인 동선을 거꾸로 이동하여 2층으로 올라가 면세점을 거쳐 출국 게이트를 향해 가더니 열리지 않은 게이트 주변의 빈 공간 사이로 빠져나가 1층 버스 탑승장으로 데리고 갔다. 아무 것도 없는 버스 탑승장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던 중 근처에 있던 빈 버스를 하나 부르더니 운전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는 자신은 조수석에 앉고는 나보고 버스에 타라고 한다. 그랬다!!! 양 터미널을 바로 이동하는 방법은 비행기 계류장을 가로질러 버스로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려니 상황을 모르는 출국장의 여권과 직원이 너 뭐냐는 식으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래서 문을 통해 팔을 뻗어 여권을 직원에게 보여주고 나를 데려가던 여권과 직원이 환승 승객이라고 말해주는 사이에 내가 버스 밖으로 팔을 뻗었다는 것을 미처보지 못한 버스 운전사가 문을 닫아버려 내 오른팔은 영락없이 버스 문 사이에 낀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닫히는 부분이 딱딱한 재질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었지, 딱딱한 재질이었으면 갈아타기 전에 팔부터 다쳤을 뻔한 상황이었다. 일단 문제를 삼은 여권과 직원도 알았다는 듯이 더이상 귀찮게 하지 않았고 문 사이로 팔이 삐져나온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며 웃기에 급급했다. 물론 나를 데려간 여권과 직원이 운전사에게 상황을 설명해서 다시 팔을 뺄 수 있었지만...

 

 

(원래는 비행기 탑승 승객으로 가득차야 할 버스를 나 혼자 전세내서 비행기 계류장을 달리고 있다. 운전사, 조수석에 여권과 직원, 그리고 객실칸엔 나 혼자.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사우디 국적 항공사 전용 남 터미널)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북 터미널의 출국장....이 아닌 출국 게이트. (그럼 보딩 패스는 어쩔?????)

 

남 터미널에서 나를 데려고 온 여권과 직원이 북 터미널의 여권과 직원에게 환승 승객이라며 날 넘겨준다. 그들이 물어보는 환승 정보에 대답했더니 다른 직원을 따라 가라고 한다. 그래서 따라갔더니 출국장 내 식당 근처로 데려가서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라며 자신은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그 직원의 동태를 살피며 식당에서 어슬렁 거리다 나올 때 물어보니 무슨 클래스 티켓인지를 우선 묻고는 대행 서비스 직원이 곧 올꺼니까 또 기다리랜다. 그리고 또 기다렸더니 여권과 직원은 대행 서비스 직원에게 내 티켓 클래스를 설명해주고는 나를 넘겼다. 

 

젯다-암만간은 이코노미였지만, 젯다-두바이는 비즈니스를 끊었기에 (이유는 나중에....) 나를 우선 공항 내 퍼스트/비즈니스 라운지로 데려갔다. (젯다 공항은 양 클래스별 라운지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통합운영하고 있다.) 출국장이 아닌 출국 게이트로 거꾸로 넘어온 탓에 당연히 티켓은 있지만 비즈니스석 탑승객임을 증명할 수 있는 보딩 패스가 없어 라운지 직원은 출입을 잠깐 막았지만, 서비스 직원이 사정을 설명하고는 나를 라운지 의자에 앉힌 후 내 모든 여행서류 (여권, 비자, 티켓)를 들고 쌩하니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라운지 안에서 또 시간 죽이기... 이런 식의 환승은 첨 겪어보는 탓에 은근 초조해했지만, 라운지 직원은 그 서비스 직원이 나를 위한 모든 수속을 다 마치고 올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마냥 기다리라고 얘기한다. 그리고는 한 30분 정도 걸려서 보딩 패스와 관련 문제를 다 해결해 준 직원으로부터 여행서류를 다시 받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당초 티켓 예약했을 때 지정한 창가쪽 자리가 아닌 통로쪽 옆자리로 보딩패스를 받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다른 터미널로 이동해서 환승 준비를 마치는데 근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터미널간 환승 이동을 위해 무작정 기다리다 여권과 직원과 동행하고 비행기 계류장을 가로지르며 환승하는 색다른 경험은 그렇게 끝나가고 두바이행 비행기에 탈 준비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