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몰 구경을 위해 체크 아웃 후 호텔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두바이 몰에서 나를 태웠던 택시기사는 한시간 반 기다려서 받은 승객이 기껏 노보텔 월드 트레이드 센터 밖에 안 가는 단거리 이용승객이라고 투덜거리길래 호텔에서 짐만 찾고 공항에 가는 길이니 호텔 앞에서 1분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결국은 공항까지 같이 가게 되었다. 두바이도 택시요금은 미터제를 적용하기에 기다려준다고 터무니없이 택시요금을 더 요구할 일은 없을 테고, 그래도 거기까지 가는 것엔 택시기사도 별불만없을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비자문제만 해결되면 돌아가고 싶다는 그는 두바이의 높은 물가와 택시기사를 업신여기는 두바이 로컬 애들의 태도를 불평했다. 투자대상인 부동산은 가격폭락이 심하다는 두바이지만, 일하러 온 서남아시아쪽 외국인들에게 두바이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지곤 한다. 수입의 대부분을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그들로서는 매달 세금처럼 나가버리는 월세가 만만치 않게 다가오는 탓이다. 그는 같이 두바이에 온 자신의 동생과 함께 2명이 함께 사는 조그만 숙소의 월세가 2,100디르함 (약 642,200원) 씩이나 된다며 돌아갈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두바이 시내에서의 주간 택시요금이 보통 20~30 디르함 정도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월세는 상당히 부담될 것 같기도 하다. 요즘처럼 두바이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금은 승객보다 택시가 넘치는 상황이라 손님잡기도 쉽지 않은 데다 회사에 내야할 돈도 따지고 보면 기대치만큼 본국에 보낼 수 있는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자벨 알리나 아부다비 같은 외곽으로 빠질 것이 아니라면 도시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은 두바이 시내에서의 이동거리는 워낙 뻔하기도 하고.
택시기사는 제3터미널로 가자는 말에 무슨 클래스로 여행하느냐며 가지고 있는 티켓의 클래스를 묻는다. 예전에 두바이를 자주 다녔던 2006~2007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는 에미레이트 제3터미날이 운영을 시작하면서 공항 이용에서부터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과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 대한 대우를 달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모든 승객들이 다 섞여있는 곳에 전용 데스크만 두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공항 입국장에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설치하여 보다 쾌적하고 신속하게 체크인 및 출국 수속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목적지는 제3터미날이라고 해도 내릴 곳은 이코노미 승객용 출국장과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용 출국장의 두 곳으로 나뉘는 것이다.
많은 항공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는 요근래 에미레이트 항공과 이에 도전하고 있는 카타르 항공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 허브 공항의 지위를 두바이에서 카타르의 도하로 가져오고 싶어하는 카타르 항공이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제3터미널의 일부를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전용 공간으로 할당한 에미레이트 항공과 달리 카타르 항공은 프리미엄 터미날이라 명명된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전용 터미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휴가전 영업을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던 카타르 항공 직원들도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에미레이트 항공과 비교하면서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했었다. 전 클래스 에미레이트 항공기 보다 넓고 쾌적한 좌석과 서비스, 그리고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전용 프리미엄 터미널의 운영.
2003년부터 한국에 취항한 카타르 항공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에미레이트 항공을 따라잡기 힘든 약점이 있었는데, 주7회 왕복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에 비해 운행편 수가 적었던 것과 직항이 아니라 중간 경유지를 거쳐가는 노선이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중국 상해를 경유했지만, 언젠가부터 일본 오사카 경유로 바뀌었었다.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중간 경유지인 상해에서 예상치 못한 기체결함으로 인한 운항 지연으로 대회 MVP 수상을 위해 폐막식에 참석하려던 박태환이 도착 지연으로 폐막식에서 메달을 받지 못하는 황당한 사고를 친 바 있다. 내가 2008년 10월 다시 사우디를 찾았을 땐 상해가 아닌 오사카를 경유한 바 있다. (아브하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만 30시간...ㅠㅠ 비행기 탄 시간 약 15시간, 트랜짓 시간 약 15시간) 하지만 이러한 약점은 지난달 말 (3월 29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 전부터 환승시간을 줄이거나 장시간 경유시 바우처 제공 등 이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했었던데다, 에미레이트 항공과 마찬가지로 주7회 직행 왕복노선으로 개편되었기 때문이다. 이용 상의 약점이 없어진 카타르 항공에게 이제 남은 건 국내에서 나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에미레이트 항공에 비하면 약한 인지도를 어떻게 높이는 것일까 정도일 듯.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처음 이용해보는 제3터미널의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출국장에 도착하니 참 당황스러웠다. 약 6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바도 있었겠지만, 나름 넓은 출국장에 들어온 승객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출국수속을 마칠 때까지 승객은 나 포함 두 명 봤다.) 그날 아침 처음 끊어본 E-보딩패스 컨펌 받고 짐 부치고 출국수속을 받는 동안에도 기다릴 필요없이 거의 논스톱으로 모든 수속을 마치고 라운지를 찾았다.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입구. 맞은편에는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가 있다.)
(체크 인 카운터.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인지 보딩패스를 확인하는 곳)
(체크 인 카운터 옆에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스카이워즈 카운터가 이어진다.)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안내도)
아침부터 계속 돌아다닌 탓에 샤워부터 하고 싶어 샤워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가까운 쪽의 샤워장은 수리중인지 폐쇄가 되어 있어서 안쪽에 있는 샤워장으로 갔다.
(남성용 샤워장 입구)
샤워장에 들어서니 개인 샤워장이 제공되며 입구에 타올 및 1회용 세면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어 필요한 것들을 바로 챙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보수공사 중이었는지 개인 샤워장으로 들어서는 문 중에 제대로 잠기는 것은 없었다.
(개인 샤워장의 나쁜 예. 애기를 동반한 승객을 위한 사워장 같기도 한데 별도의 표시가 없고 무엇보다 칸막이가 없어 다른 소지품이 젖을까 살짝 신경쓰였다.)
(개인 샤워장의 좋은 예. 칸막이가 되어 있으니 소지품 신경쓰지 않고 샤워를 즐길 수 있다.)
일단 샤워를 마치고 라운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리중 표시가 붙어 있는 곳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곳곳에 부페식 식당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스파 서비스가 제공된다. 당연 유료다. 간단한 스파는 이 곳 라운지에서, 전신 스파 등 그 외에는 공항 호텔의 스파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스파는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공항 호텔 3곳에서 제공된다.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에서 제공해주는 건 25분 내외의 단기간에 끝나는 것들을 주로하고, 호텔에서는 45분~90분 정도 걸리는 스파를 제공한다.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에서는 무료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에서는 서비스별로 US$9~US$60
공항 호텔에서는 서비스별로 US$73~US$196
라운지 주변을 돌아다니다 자리를 잡고 간단하게 허기를 면했다.
(ㄷ자 모양으로 된 부페 코너)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기둥(?)은 놋북 등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기둥으로 2가지의 플러그 타입을 지원한다. 한국에서 쓰는 플러그는 바로 끼울 수 있다.)
(WiFi가 지원되기는 하지만,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테스트 삼아 글을 올려보려 했으나 로그인도 제대로 안되어 결국 포기했다는....)
입구 근처에는 흔들의자와 함께 몇 개의 X BOX 360이 비치되어 있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편하게 앉아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라운지 입구에 있던 미니어처 건물)
몇 시간 동안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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