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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챔피언스컵] 알 힐랄, 골폭죽 속 알 나스르 꺾고 결승진출에 다가가

둘뱅 2010. 4. 21. 03:01

사우디 리그의 알 힐랄이나 알 나스르 팬이면서 유럽의 인테르나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사우디 축구팬들은 리모콘 돌리기에 바쁜 밤일 것 같습니다. 인테르와 바르셀로나간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 열리기 45분 전인 4월 20일 오후 9시 (사우디 현지시간) 리야드의 킹 파하드 인터내셔날 스타디움에서는 사우디챔피언스컵 4강 첫 경기인 알 힐랄과 알 나스르의 1차전 경기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챔피언스컵 창설 이래 우승을 해보지 못한 알 힐랄에겐 지난 대회에서 자신들을 떨어뜨렸던 알 잇티하드와 알 샤밥이 준결승에 만나면서 피하긴 했으나, 마침 4강전에서만난 상대가 알 나스르란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알 힐랄이 앞서지만 더비전 특성상 예외는 항상 발생하기마련이거든요. 극강의 포스를 과시하고 있는 알 힐랄이지만 리그에서 만큼은 알 나스르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줬었구요. 첫 경기에선 한참 무재배 중이던 알 나스르에게 골을 허용하고 따라잡고 또 허용하고 따라잡히는 졸전 끝에비겼고, 두번째 경기에선 시즌 첫 패배를 당했었으니까요. 크라운 프린스컵에서 깨끗하게 설욕해주긴 했습니다만...

 

오늘 경기도 많은 선수들이 이탈한 알 나스르가 알 힐랄에 비해 열세이지만, 체력적인 면에서는 AFC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알 힐랄에 비해선 좀더 우위에 있어 팽팽한 시합이 예상됩니다. 이영표는 좌측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하였으며, 오늘 시합에서 전반 3분만에 첫 슛을 시도하는 등 윙백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합은 전반 8분 야세르 알 까흐따니의 선제골로 알 힐랄이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수비수 사이를 뚫고 중앙으로 돌파하던 야세르 알 까흐따니에게 패스가 연결되면서 중앙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돌파하면서 결국 골을 성공시키고 맙니다. 이를 기점으로 알 힐랄이 보다 적극적인 공세를 펼칩니다. 

 

[알 나스르 0:1 알 힐랄] 야세르 알 까흐따니의 선제골 (전반 8분)

 

 

하지만 알 나스르도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으려는 듯 전열을 가다듬고 맞불을 놓지만, 전반 24분과 26분 연속으로 알 힐랄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경기는 0대 3으로 벌어지고 맙니다. 전반 24분에는 문전 수비 중 페널티킥을 허용해 라도이가 가볍게 넣었고, 이어지는 세트피스에선 라도이가 살린 볼을 야세르 알 까흐따니가 가볍게 밀어넣습니다.

 

오늘 경기가 알 힐랄의 원정경기이고, 알 힐랄의 전력을 감안하면 1차전 30분만에 4강전의 승패가 결정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점수차로 여겨 집니다. 성미급한 일부 관중은 벌써부터 경기장 밖을 빠져나가네요. 알 나스르도 8강 알 아흘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 3으로 이긴 덕에 올라온 4강전이고, 어차피 같은 구장에서 붙을 경기라 해볼만 할 것도 같지만 상대는 알 힐랄이니까요. 이런 기세라면 알 힐랄이 이번 시즌 종종 보여주고 있는 0대 5 경기가 되어도 할 말이 없어 보이네요.

 

[알 나스르 0:2 알 힐랄] 라도이의 페널티킥골 (전반 25분)

 

  

[알 나스르 0:3 알 힐랄] 야세르 알 까흐따니의 추가골 (전반 27분)

 

 

순식간에 0대 3으로 점수차가 벌어진 30분 이후로는 소강상태가 지속되다가 경기는 결국 알 힐랄이 0대 3으로 앞선채 전반을 마무리짓습니다. 이영표는 종종 알 나스르의 공세를 무디게 하는 활약을 펼치며 왼쪽 측면을 잘 막아주고 있습니다. 시즌 막판부터 재미를 붙였는지 오늘도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경기를 지휘하고 있는 알 나스르의 조지 다 실바 감독은 후반에 점수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될 듯 싶네요... 수비력이 부안한 알 아흘리라면 함 해볼만도 하겠지만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이탈한 상황이다 보니 알 힐랄을 상대로 도박을 하기엔 교체 자원들이 약해 보이니까요.

 

후반전은 전반에 난 큰 점수차 탓인지 알 힐랄의 공세 속에 소강상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알 힐랄을 상대로 한 알 나스르의 공격진이 약한 것이 점수차를 줄이기에 힘든 문제가 있는 듯 싶네요. 사아드 알 하르시와 리얀 빌랄로는 알 힐랄의 골문을 열기가 힘들어 보이는군요.주로 중앙에서 뛰던 피게로아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는 있지만, 중앙에 있을 때 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골이 필요한 것은 알 나스르지만, 되려 후반 14분 수비수 무함마드 나미에게 추가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빌헬름손이 놓친 찬스를 리바운드해서 그대로 꽂아넣습니다.

 

[알 나스르 0:4 알 힐랄] 무함마드 나미의 추가골 (후반 14분)

 

 

사실상 4강전의 승패는 난 것으로 보이지만 알 나스르가 추가골을 허용한지 2분 만에 후반 16분 피게로아의 프리킥 슛으로 한 골을 만회함으로써 이번 시즌 알 잇티하드와 알 파티흐FC가 알 힐랄에게 당했던 0대 5의 참패는 면하며 영패를 면합니다. 알 힐랄의 수비수 무함마드 나미는 골을 넣은 후 부상을 당하며 교체아웃 됩니다.

 

[알 나스르 1:4 알 힐랄] 피게로아의 만회골 (후반 17분)

 

 

경기를 장악한 알 힐랄의 공세 속에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영표의 크로스도 문전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후반 25분 알 힐랄의 미드필더인 아흐마드 알 프라이디가 수비 도중 거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합니다. 느린 영상으로 보면 고의로 태클이 들어갔다기보단 잔디에 미끄러지면서 태클이 되어버린 것이었는데 상대 선수와 동선이 겹치면서 위험한 태클이 되어버린 다소 억울한 퇴장으로도 보입니다. 이에 흥분한 기술고문 사미 알 자베르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조치를 당하네요. 알 힐랄은 후반 종종 선수를 교체하고 있지만, 특별한 교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흐마드 알 프라이디의 퇴장 이후 공세를 이어가는 알 나스르입니다. 결국 후반 33분 리얀 빌랄이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리며 2대 4로 추격하는 알 나스르입니다.

 

[알 나스르 2:4 알 힐랄] 리얀 빌랄의 추격골 (후반 34분)

 

 

워낙 원정팀에게 4골을 허용하여 2차전이 부담만빵인 알 나스르겠습니다만, 그냥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후반 40분 리얀 빌랄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피게로아가 성공시키며 3대 4로 따라가는 알 나스르입니다. 그 이후로 경기가 격해지며 양팀 선수들이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 나스르 3:4 알 힐랄] 피게로아의 페널티킥골 (후반 41분)

 

 

알 나스르로서는 4대 4 무승부를 기대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만, 라도이가 알 나스르의 추격의지를 꺽으며 경기에 쐐기를 박는 직접 프리킥슛을 성공시키며 점수를 다시 벌립니다. 상당히 먼 거리여서 직접 넣을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그대로 넣어버립니다.

 

[알 나스르 3:5 알 힐랄] 라도이의 호쾌한 쐐기골 (후반 45분) 

 

 

양 팀 모두 이번 시즌 팀 최다 실점을 기록하는 화끈한 경기 속에 알 나스르의 막판 추격으로 박진감 넘치던 양팀의 경기는 결국 알 힐랄의 3대 5 승리로 끝납니다.  알 힐랄은 오늘 시합의 승리로 사우디챔피언스컵 결승전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지난 1, 2회 대회에선 결승전에 진줄하지도 못했는데 알 나스르를 상대로 첫 결승 진출을 위한 유리한 교두보를 장악했네요.

 

알 나스르는 0대 5의 참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3골을 따라잡는 저력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이번 시즌 리그에서 경기당 1점대의 실점율을 보여주던 견고한 수비력이 원정팀인 알 힐랄에게 허무하게 무너지며 5골이나 허용했기에 다음 2차전에서 이를 극복하긴 쉽지 않아보입니다. 과연 알 나스르에게 기적은 찾아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