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아이폰을 처음 본 건 작년 11월 젯다 출장을 갔을 때였습니다. 킹 압둘 아지즈 국제공항 내 핸드폰 매장에서 였습니다. 언락된 3GS 32GB였는데 4,800리얄을 달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3,100리얄 대로 떨어졌습니다만.... 그래도 ㅎㄷㄷ)
애플 제품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던 터라 처음에는 지름신이 오질 않았습니다. 제가 쓰려고 샀던 AV. IT제품 중에 소니 제품이 아닌 건 셋탑박스 밖에 없었거든요. 현재 쓰고 있는 HD셋탑박스는 휴맥스와 가온미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만... (왜 두 개씩이나 쓰고 있는지는 지난 글들을 참고해보시길.... 결론은 박지성 때문에;;;)
한국에서 생활했었으면 동참하고도 남았을 테지만 아이폰의 열광적인 인기가 남 얘기 같았던 저에게 불쑥 아이폰 지름신이 다가온 건 근처에 있는 전자제품 백화점인인 e-Max에 진열되고 있었던 아이폰3GS를 만져봤을 때였습니다. 진열되어 있는 제품의 전원 스위치를 눌러봤더니 작동되던 아이폰의 첫 화면부터 우리말이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아는 사람이 만져보면서 장난치고 간 거였지만... 우리말 메뉴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점 하나가 엄청난 지름신을 부르게 될 지는 몰랐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핸드폰을 구해서 쓰다보면 삼성이나 LG제품에서도 우리말은 지원되지 않거든요. 그간 써왔던 노키아 핸드폰도 마찬가지였지만요...
그래서 알아보니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지만) 사우디가 공식적으로 언락된 아이폰을 살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포스팅에서도 알려드렸던 것처럼 언락된 아이폰을 사는 것과 통신사 약정으로 아이폰을 사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제 통화량을 생각해 보니 약정은 매달 과도한 돈이 빠져나갈 것 같더군요. 그래서 언락된 것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방에 지르고 쿨하게 처분하자??? 뭐 이런 오기랄까요....^^
7월 25일 아이폰 관련 글을 포스팅한 그 다음날 젯다에서 가장 유명한 레드 씨 몰에 있는 한 매장에서 실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매장에선 입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길들어 왔기에 실물을 보고는 놀라서 가격을 물었더니 아이폰4 32GB에 무려 6,900리얄 (1리얄 당 315원 정도로만 생각해도 약 2,173,500원!!!!)을 부릅니다... 그야말로 후덜덜한 가격입니다.
원래 예정대로 들어올 것이라던 매장에서도 일정이 지연되었다고 얘기하더니 결국 그 매장은 1주일 뒤엔 가격을 되려 7,100리얄로 올려 팔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나름 독점 공급 프리미엄이라고 해야 할지 엄청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일부 매장에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입고 일정을 물어봤던 곳에서는 1,100리얄 정도 싼 5,999리얄을 부르더군요. 매장에서 실물을 만져본 순간 처음 확인해 본 건 우리말 지원여부였습니다. 지금이야 해결되었다지만, 지난달에 구경했던 아이패드에서는 우리말이 지원되지 않았었기에 궁금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말 지원이 안된다면 아마도 지름신을 물리쳤겠습니다만...) 지름신이 더 다가오려는지 결국 우리말이 지원되는 것을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몰라서 물건이 들어올 거라던 다른 가게의 가격을 확인해 보기 위해 며칠을 더 참았습니다... 결국 그 가게도 들어오고 말았는데 가격은 6,700리얄을 부르더군요;;;
몇군데 매장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16GB는 5,000리얄, 32GB는 5,999리얄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싼(.....이라 쓰고 맘속으론 비싸다를 외치고야 말수 밖에 없는;;;) 가격이었습니다... 사우디 핸드폰 가격이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등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는 통신사와 핸드폰 제조사가 별개인지라 보조금이나 약정이 거의 없어서 나름 비싼 편이지만, 언락된 아이폰 가격은 그 어떤 핸드폰도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에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노키아 N97도 첫 입고물량을 구했었는데 가격이 3,100리얄, 요즘 출시된 디자이어가 3,290리얄, 나름 독창적인 컨셉의 엑스페리아 X5가 3,999리얄에 처음 풀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이폰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겠죠.
KT의 아이폰4 예약신청을 하기 위해 관심있는 많은 분들이 새벽부터 눈 비비고 준비하고 있었을 새벽 5시 (여기 시간으로는 전날 밤 11시)에 전 그나마 6,000리얄 언더로 파는 샵에서 실물을 보면서 지를까말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실물을 보고 싶어 종종 들락거렸더니 물건을 산 적이 없어도 얼굴을 아는 직원이 생겼기에 맘껏 만져보기 편했거든요... 그만큼 그 직원은 저에게 지름신을 불러모으기 위해 더욱 달콤한 말로 지를 것을 유혹하고 있었구요...
한 10여분간 만져보다 결국 지름신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50만원 전후대의 핸드폰만을 지르던 제가 200만원에 육박하는 폰을 덜컥 지르게 될지는 어제까지만해도 몰랐는데 말이죠;;;;
(매우매우 심플한 박스 디자인)
박스 뒷면에는 iphone 4 32GB Black (Unlocked)란 표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디자인은 애플에서 했지만, 조립은 중국에서 했다는 원산지 표기도 눈에 띄네요. 노키아도 자기네들이 만들어서 중국에서 조립했다는 문구가 들어가는 걸 본 기억이 나는군요... 이런 걸 조립시키니 중국판 어이폰도 나오고 하겠죠;;;;
(박스 뒷면)
박스를 열어봅니다. 깔끔한 자태의 아이폰4 본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아이폰이다...)
아이폰을 본체를 들어내면 작은 종이박스가 있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들어주세요~!)
그 안을 들여다보기 전에 내부 수닙박스에 뭐가 있는지 한 번 열어봅니다. 심카드 수납방법과 함께 심카드 트레이를 본체에서 분리할 수 있는 이젝터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다른 분의 개봉기에선 3GS에는 있었던 이젝터가 4에는 안 들어있다는 내용을 얼핏 본 것 같은데,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가 봅니다..
이 수납 설명에서 알 수 있는건 아이폰4의 심카드는 위에서 꽂았던 3GS와 달리 옆구리에다 넣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이폰 부인 옆구리터졌네~~~! (너무 썰렁했죠??? 쉬이이이이~~~~~~~잉)
(깨끗한 하얀 종이 안에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수납공간을 열면 보이는 심카드 이젝터와 설명서)
다른 곳과 달리 여기에는 인쇄물이 2개 밖에 없더군요.
그리고... 이 사과는 대체 어디에 쓰라는 건가요????
(이 스티커의 용도는?)
박스 구경을 멈추고 다시 박스 안을 들여다 봅니다... 아답타와 USB 케이블 및 이어폰 케이블이 들어있는 건 다른 개봉기에서 본 것과 마찬가진데 심플하긴 마찬가지지만 놓여진 구조가 조금 다릅니다. 멀티 컨넥터가 있어서 상관없지만 전원 플러그는 또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더군요. 어디서 수입해 온 걸까요? 영국? 미국?
(아주 잘 정리되고 심플하게 보이는 내부 수납공간
(ㅅ자로 튀어나온 전원 플러그와 USB어답터)
(USB 케이블과 이어폰)
내용물을 구경해봤으니 오늘의 주인공 아이폰4를 살펴봅니다. 정말 얇기는 얇습니다.
(이렇게 놓으니 박스가 고층 아파트 같아 보이는 군요. 옆구리를 코옥~~~! 찔러주세요....!!! 심카드 트레이가 보인다.)
뒷태를 보기 위해 본체를 가볍게 엎어보았습니다...
(위에서부터 진동 전환 스위치, 볼륨 업다운 스위치)
(역시 눈이 가는 건 옆구리의 심카드 트레이군요....)
심심해서 크기 비교를 해봅니다. 비교대상은 노키아의 N97입니다... 아이폰이 N97에 비해 두께는 현격히 얇고, 편적은 살짝쿵 넓네요.
(누가누가 두께가 더 얇나요~~~)
(누가누가 면적이 더 넓나요~~~)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심도 안 꽂고 아이튠즈도 안 깔아놓은 채 일단 전원을 켜 봅니다... 일단 메뉴라도 구경하려면 둘 다 필요하군요...
그래서 다음날 아침 심카드를 구하러 나섰습니다. 기존의 심카드를 쓸 수 없는게 아이폰은 마이크로 심카드를 쓰거든요. 현재 제가 쓰고 있는 STC에서는 마이크로 심카드가 그야말로 일부 매장에서만 취급되고 있지만, 모바일리는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기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예전에 선불제 심카드를 구한 이후 오랜만에 모바일리 심카드를 구하러 갔습니다. 참고로 모바일리는 이영표가 뛰고 있는 알 힐랄의 메인 스폰서이기도 합니다...^^
(저기 보이는 심카드를 떼어내서 쓰면 된다.)
사우디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이럴 때 확인하게 되는데, 처음 사우디 생활을 시작했던 2000년만 해도 외국인이 핸드폰을 갖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스폰서로부터의 동의서도 있어야 하고, 사용할 수 있는 라인에 제약을 받기도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어서 결국 근 2년간 휴대폰도 없이 생활했었거든요. (통화권 이탈 지역에 있었기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 탓도 있지만요.)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들 조차도 이까마 사본과 우편주소 정보만 제공해주면 너무나도 쉽게 후불제 심카드마저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네요... 제 명의로 요금이 청구될 핸드폰을 두 차례의 사우디 생활 중 처음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 심카드와 일반 심카드는 얼마나 크기 차이가 날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시죠...
(기술 좋은 사람들은 일반 심카드를 잘 깎아서 마이크로 심카드로 개조한다는데, 막상 크기를 보니 어떻게 할지 참으로 걱정될 정도의 크기차네요...)
그래서 일단 아이폰의 옆구리를 찔러 심카드 트레이를 밖으로 빼냅니다...
(아이폰 옆구리에서 나온 배설물, 심카드 트레이)
트레이에 심카드를 잘 꽂고 다시 옆구리에 채워 넣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이걸 거꾸로 끼시는 분들이 있다는게 신기할 뿐이네요... 어떻게 그렇게 들어가지?
(살살 꽂아주세요....)
사실 아이폰을 처음 반져보다 보니 이젝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몰라서 살짝 고생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방법을 알았다는;;;;
심카드를 꽂으니 화면이 또 달라지네요...
이 곳의 저질 인터넷 사정으로 인해 근 2시간 가까이 아이튠즈를 다운받아 일단 연결해 봅니다. 아직 아이튠즈가 친숙하지 못한 관계로 버벅대다 보니 한국 계정을 만들어 버렸네요... 사우디랑 미국 계정도 만들어야 하나;;;;;
(메인 화면의 온도 23도가 한국 계정이란 증거일지도...)
지름신을 부추기게 만들었던 우리말은 역시나 잘 나옵니다...
그래도 사우디에서 산 아이폰이니 만큼 기념으로 아랍어로 세팅된 화면을 보여드립니다... 제 블로그 아니면 누가 이런 장난하겠습니까??? ^^
(메인 화면엔 영어와 아랍어가....)
(아랍어도 나름 예쁘죠?)
제 지인이 적응하는데 7일 걸렸다던 아이폰과 아이튠즈... 익숙치 않은 탓인지 정말 시간 걸리겠더군요... 빨리 익숙해져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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