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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알 힐랄, 신임 감독으로 마틴 오닐이 아닌 가브리엘 칼데론을 선택!

둘뱅 2010. 11. 5. 08:44

 

 

에릭 게레츠 감독 사임 이후 후임 감독 인선 과정에서 최우선 후보 대상자로 마틴 오닐 전 아스톤 빌라 감독에게 수백만불의 오퍼를 던져 깜짝 놀라게 했던 알 힐랄의 선택은 결국 마틴 오닐이 아닌 가브리엘 칼데론이었습니다.!!!!

 

사미 알 자베르 알 힐랄 축구 기술 이사는 현재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을 이끌 신임 감독으로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칼데론과 계약했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브리엘 칼데론은 조만간 리야드에 입국할 예정이며, 다음 경기는 지난 두 경기와 마찬가지로 스텀프 라인하르트 수석코치 체제로 치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임 감독으로 가브리엘 칼데론과 계약했음을 공식 발표한 알 힐랄 구단. 출처: 알 힐랄 공식 홈페이지)

 

 

가브리엘 칼데론 신임 알 힐랄 감독은 09/10시즌이 한창이던 2010년 1월 말 알 잇티하드에서 해고당해 젯다를 떠난지 11개월만에 리야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알 잇티하드와 리그 내 강력한 라이벌인 알 힐랄의 감독으로 말이죠...!!! K리그로 비교하자면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 FC 서울 감독으로 오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1980년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인 칼데론 감독은 2004년 말 사우디 국가대표 감독에 취임하면서 중동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써는 첫 경험이었음에도 사우디 국가대표팀을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시키는데 성공했지만, 1년 뒤인 2005년 말 서아시안 게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데 실망한 사우디 축구협회에 의해 해고당한 바 있습니다. 1년 반 뒤인 2007년에는 오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여 1년 정도 있다가 2008년 6월 알 잇티하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클럽 감독으로 돌아왔습니다.

 

(10개월 전만 해도 그는 리그 우승을 다투는 알 잇티하드의 감독! 출처: 뉴시스)

 

알 잇티하드 부임 첫 해인 08/09 시즌에는 디펜딩 챔피언 알 힐랄을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의 감독 경력상 첫 우승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09/10 시즌은 좋지 못했습니다. 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하여 파리아스 전 감독이 이끌던 포항과 우승을 다퉜으나 패하면서 목표달성에 실패했고,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리그 일정을 조정해가며 일본에 미리 캠프를 차리면서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췃던 알 잇티하드로는 듣보잡이었을 포항에 패한 후유증은 너무나도 컸습니다.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미션 달성에 실패한 이후 사우디로 돌아온 12월에만 2패를 당하며 알 힐랄과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거든요. 특히 알 힐랄과의 리야드 원정경기에서 당한 5대 0 패배는 알 잇티하드로서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결과였을 겁니다. 5대 0으로 이기는데 익숙한 팀이지, 지는데 익숙한 팀은 아니니까요. 특히 그 상대가 알 힐랄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패배와 무승부가 많아지며 위태롭던 알 잇티하드는 1월 10일 알 나스르와의 젯다 홈 경기에서 1대 2로 패한 이후 칼데론을 바로 경질해 버립니다. 그리고 해고당한지 10개월만에 자신에게 0대 5 패배를 안겨주었던 바로 그 알 힐랄 감독으로 사우디에 다시 돌아와 현재 리그 1위를 다투고 있는 자신의 친정팀인 알 잇티하드와의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최우선 대상으로 협상하던 마틴 오닐이 아닌 칼데론을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는 위험부담을 안고 명망있는 감독을 선임한다는 명분보다 실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틴 오닐 감독은 SPL과 EPL에서 실력을 검증받았지만, 높은 연봉만큼이나 그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무엇보다 중동 경험은 고사하고 해외 경험 자체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죠. 그만큼 사우디와 사우디 리그에 적응하는데 많은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적응기간을 거친다고 해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미지수니까요. 특히나 리그 중반이기 때문에 많은 적응기간을 줄 수 없다는 현실, 그리고 마틴 오닐에게 오퍼를 던질 팀이 알 힐랄만은 아니라는 것도 무시못할 현실입니다. 본인에게도 굳이 낯선 사우디까지 가는 것보단 가까운 곳에서 자릴 잡는 것이 훨씬 더 낫겠죠.

 

지명도는 높으나 사우디 경험이 일천한 마틴 오닐에 비해 가브리엘 칼데론은 그야말로 안전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2004년 이후 사우디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사우디와 사우디 리그에 대해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있고, 사우디를 떠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기에 긴 적응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은 듯 합니다. 본인으로서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계속해서 맡고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을테니까요.

 

데일리 메일을 통해 알 힐랄이 마틴 오닐에게 오퍼를 던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를 번역 보도한 모 매체는 감독 선임 확정이란 오보를 했었죠...) AFP 아랍이 보도한 사미 알 자베르 축구 기술 이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구단이 마틴 오닐에게 정식으로 감독직을 오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현재의 팀 상황을 고려하면 가브리엘 칼데론이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었는데, 그의 의견대로 결국 그렇게 되었네요.

 

지난 시즌까지 1시즌 반 동안 라이벌 알 잇티하드 감독으로 만났던 그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알 힐랄. 디펜딩 챔피언으로 리그에 임하고 있는 이번 시즌엔 어떤 결과를 거두게 될까요? 칼데론 감독은 내년도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2시즌 연속 전경기 풀타임 출장 중인 이영표에게는 어떤 영향이 올까요?  

 

 

(알 아흘리전을 앞두고 연습중인 이영표의 모습. 출처: 알 힐랄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