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의 휴가를 위해 새벽 5시 반부터 일어나 젯다 압둘 아지즈 국제공항으로 갔습니다. 영국에 도착해서 걸쳐 입을 생각으로 오랜만에 긴팔 와이셔츠를 입었습니다. 사우디에서 마지막으로 입어본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은 긴판 와이셔츠를 말이죠...
돌아오는 일정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영국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영국 항공은 젯다 공항 내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별도의 게이트를 통해서 승객을 탑승시키고 있었습니다. 탑승 전에 최종적으로 짐 검사와 신체검사를 하기 위해서 말이죠...
(영국 항공 전용 게이트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리다....)
젯다발 런던행 BA132를 타고 런던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순간 사우디 항공을 탔나 착각할 정도로 여성 승무원이 더 없는 비행기더군요. 이륙 후 나온 식사로 허기를 면한 후 사우디 영공 내에서는 주류를 제공하지 않아 영공을 벗어나기를 기달려 와인 한병을 마시고는 그냥 꿈나라로 향해 버렸습니다. 지난 주 내내 사무실 이사 관계로 바빴던 데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었나 봅니다... 오랜만의 주류 섭취여서 더 그랬던 탓도 있어서 영화고 모고 그냥 뻗어버리더군요.
런던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나온 두번째 식사는 그야말로 경악스러웠습니다. 아침 시간도 아니고 점심 시간인데 나온 건 머핀 한 개와 커피 한 잔이 전부더군요. 기내식을 잘 먹는 저로선 착륙할 즈음이면 늘 배부르기 마련이었는데, 착륙할 때 허기를 느낀 건 그야말로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휴가 때는 럭셔리하게 비즈니스석으로 다녔던 탓에 더욱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7시간을 날아 영국에 도착한 기장의 안내방송은 폭설이 내리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활주로에 착륙하는데 창가를 보니 심상치 않게 눈이 내리고 있더군요. 결국 착륙 후 비행기 안에서 20분간을 갇혀있었습니다. 승객을 태우고 터미날을 가야 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비행기 날개 위에 떨어진 눈이 녹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7시간 전만 해도 헷볕은 쟁쨍한 날씨 속에 살고 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사진을 찍다.)
(눈이 내린다...)
(이 때가 피크...!)
도착할 무렵 내린 폭설은 소나기처럼 버스가 터미날에 도착할 때즈음에는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 같이 햇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히드로 공항에서의 입국수속이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그냥 비교적 순탄하게 통과했습니다. 지금껏 가본 나라들 중에 제일 많은 질문을 던지더군요. 출국장까지 마중 나와준 친구와 함께 영국 체류기간 중 묵게 될 민박집으로 갔습니다. 원래는 호텔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자기가 묶는 민박집 옆방이 비어서 이용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길래 나름 괜찮은 경험일 것 같아 덜커덕 결정을 해버렸었거든요...
친구가 묶고 있는 민박집은 센트럴에서 떨어진 Zone 3의 일링 지역에 있습니다. 튜브역 일링 브로드웨이에 하차해서 버스를 타고 또 들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일단 방에 들어가 여장을 풀고 주인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내부를 둘러 보았습니다. 민박집 할머니는 영국항공을 타고 왔다고 얘기했더니 어떻게 그걸 타고 왔냐고 되물으시더군요.... 자신은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면서 말이죠....쿨럭;;;
오래되서 적당히 낡은 가구들이 단촐하게 배치되어 있는 방이었습니다. 화장실과 욕실, 부엌은 공동 사용하더군요.
(단촐한 내부구조... 난방은 할머니가 컨트롤한단다...)
(그래! 하늘을 보자...!!!)
(왼쪽에 보이는 것이 내가 묵게될 방, 안쪽에 보이는 것이 친구 숙소)
(숙소는 2층에 있습니다... 1층은 주인집 할머니가 사용)
(활짝 문 열린 곳이 부엌, 나머지 문은 방들...)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더군요.
(세면대와 욕조가 붙어 있는 욕실)
이 욕실을 처음 봤을 때,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 헤맸는데, 욕실 스위치만 특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누르는 것이 아니라 당기는 것입니다!!!!
(내가 욕실의 스위치. 필요하시면 저를 당겨주세요!!!)
(영국인들 덩치에 걸맞지 않은 얄상한 욕조의 수도꼭지)
가볍게 점심을 먹고 쉬고 있자니 해가 일찍 지는 탓에 4시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4시 반경에는 완전히 캄캄해지더군요. 좀 쉬었다 잠깐 장을 본 후 저녁을 먹고 친구와 함께 와인을 조금 마시고는 피곤한 탓에 그냥 다시 꿈나라로 뻗어버렸습니다.
시차가 덜 적응된 탓일까요??? 9시에 나가기로 일단 약속을 해 놔서 7시에 알람을 맞춰뒀는데, 눈은 5시에 떠져버리더군요. 잠을 자려고 더 뒤척이다 결국 포기하고 샤워하면서 잠을 깨워버렸습니다. 해는 늦게도 떠서 아침 7시까지 캄캄하더니 7시반쯤부터 조금씩 밝아지더군요. 아침부터 먹구름이 보여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오늘 있었던 나름 최악의 날씨를 예상하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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