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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프린스컵] 이영표 풀타임출전 알 힐랄, 4연속 우승 달성!

둘뱅 2011. 4. 16. 02:50

 

 

메카의 킹 압둘 아지즈 스포츠 스타디움에서는 크라운프린스컵 결승전 알 와흐다와 알 힐랄의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경기가 경기인만큼 2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킹 압둘 아지즈 스포츠 스타디움은 일찌감치 관중들로 가득찼습니다. 컵대회 4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알 힐랄 팬들도 많지만, 알 와흐다가 컵대회 결승전에 올라간 건 확인되는 기록상으로는 1973년 알 나스르에 2대 1로 져서 준우승한 이후 38년만입니다. 알 와흐다는 1960~70년대 결승전에 종종 올랐는데, 이 중에는 야구 스코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11대 5 패배 (1970년 결승전, 상대는 알 아흘리)도 있습니다.

 

사우디 리그 소식을 좀처럼 접하기 힘든 국내에서 오늘 시합만큼은 다음에 메인으로 걸릴 정도로 경기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는 개념없는 한 스포츠 신문 기자의 기사를 가장한 작문 탓이기도 합니다. 사우디 리그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기사랍시고 늘어놨으니 말이죠.

 

'이교도' 이영표, 컵대회 결승전 왕자 특별 허락으로 출전 (클릭하면 기사로 링크됩니다. 저도 클릭질에 동참해드리지요!)

 

굳이 왕자의 중재 따위가 없어도 이영표의 출전에는 전혀 지장이 없거든요.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이천수도 이영표도 이 경기장에서 알 와흐다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룬 바 있습니다. 메카가 비무슬림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곳은 맞지만, 그건 중요한 성지 부근만 그렇습니다. 외곽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다 이 경기장은 중심부에서 한참 떨어진 북동쪽 외곽에 위치해 있거든요. 그러니 왕자가 중재를 하느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느니 없느니 자체가 바로 기사가 아닌 작문이란 겁니다. 그러니 외국인 감독이나 선수가 경기에 출장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고, 그걸로 화제거리가 될 일도 없는 거죠. 이영표처럼 사우디 리그에서도 사우디인들의 사랑을 받는 비무슬림 외국인 선수, 감독들이 많은데 이런 조치가 있다면 말이 안되는 겁니다.

 

이런 기본적인 팩트도 확인하지 않고 작문을 하니 요즘 개나 소나 기자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죠. 다음은 이걸 탑으로 올려놨으니 클릭수 늘리는데는 큰 기여를 했겠지만요. 작년에는 제 블로그의 글을 자기 기사처럼 올리던 인터넷 신문 기자가 있더니 (아직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엔 작문해서 올리는 스포츠 신문 기자까지 나오는 군요.

 

(지도에 메카 표기가 된 곳이 중심부. 우측 상단부 노란 압정표시가 있는 곳이 현재 경기가 진행중인 킹 압둘 아지즈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그런 근거없는 헛소리와 상관없이 칼데론 감독도 경기장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고 라도이, 빌헬름손도 선발 출장했습니다. 당연히 이영표도 말이지요.. 심지어는 선심 마저도 외국인이 있군요!

 

경기는 시작부터 화끈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뛰고 있는 홈팀 알 와흐다가 기세를 올리고 있네요. 경기장엔 빈자리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양팀이 결정적인 찬스를 주고받지만 아직 골로 연결시키진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 15분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오기 시작한 알 힐랄은 전반 23분 아흐마드 알리의 헤딩골로 0대 1로 앞서가기 시작햅니다. 우측 측면을 파고든 빌헬름손의 크로스를 가볍게 머리로 넣는 아흐마드 알리입니다! 선제골과 동시에 알 힐랄 팬들의 환호성과 알 와흐다 팬들의 침묵이 교차힙니다.

 

선제골을 허용한 알 와흐다지만 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양팀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멋진 모습에 경기장을 가득채운 팬들은 환호성으로 이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전반은 아흐마드 알리의 선제골로 알 힐랄이 0대 1로 앞서며 컵대회 4연속 우승에 한발 다가섰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알 와흐다의 경기력이 워낙 좋은 상태라 1골차로는 안심할 수 없는 경기입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만, 갑자기 경기장의 조명탑 하나가 통째로 꺼지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알 힐랄 골문쪽은 밝은 반면, 홈팀인 알 와흐다의 골문쪽은 어두워진 상황입니다. 경기장 조명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경기는 일단 속개됩니다.

 

후반도 전반과 마찬가지로 양팀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 15분 알 힐랄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0대 2로 앞서고 있습니다. 이영표의 패스를 받은 빌헬름손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쇄도하던 수비수 압둘라 알 조리의 발끝에 걸리며 골대를 가릅니다! 알 힐랄 팬들은 51이라 쓰여진 플래카드를 하늘 위로 올리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양팀 모두 선수를 1명씩 교체하며 팀을 가다듬습니다.

 

후반 23분 무함마드 알 샤흘룹의 호쾌한 슛이 터지며 0대 3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는 알 힐랄입니다. 선제골을 넣은 아흐마드 알리의 패스가 페널티 에어리어로 쇄도해 들어오던 무함마드 알 샤흘룹의 발끝에 걸리며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찔러넣어 슛을 성공시킵니다!

 

이어서 후반 26분에는 첫 두 골을 어시스트했던 빌헬름손이 직접 슛을 성공시킵니다. 중앙에서 드리블로 문전으로 쇄도하며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슛을 넣습니다... 0대 3이 된 순간 경기 종료까지 20분 이상을 남겨놓고 경기장을 떠나는 알 와흐다 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경기장을 이탈하는 팬들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실신해서 실려나가는 팬도 있네요. 반면 알 힐랄 팬들은 사실상 확정된 우승을 기뻐하며 환호작약하고 있습니다. 20분만에 알 힐랄을 상대로 4골차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말이죠.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지금 남은 15분은 양팀이 공격을 주고 받지만 열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오직 신나는건 알 힐랄팬들의 함성이죠. 이런 가운데 후반 34분 알 힐랄의 추가골이 이어집니다. 교체로 들어온 나와프 알 아비드가 슛을 성공시키네요. 알 힐랄 우측 중앙선 부근에서 올린 크로스가 알 와흐다 골문을 향해 쇄도하던 나와프 알 아비드에게 연결되면서 가볍게 슛을 성공시킵니다. 위치상으로 보면 이영표가 올린 크로스 같은데 중계화면이 멀리 잡혀서 등번호가 확인되지 않네요. 

 

홈팬들 앞에서 영패라도 면해야 할 알 와흐다에게 알 힐랄의 수비진은 두텁기만 합니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알 힐랄팬들의 함성으로 경기장은 시끄럽습니다. 알 와흐다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명상의 시간이군요!

 

경기는 결국 알 힐랄의 0대 5 대승으로 끝나며 컵대회 10번째 우승이자 07/08시즌 이후 4연속 우승에 성공합니다. 리그와 컵 등을 다 합쳐서 통산 51번째 우승이라는군요. 사우디 챔피언스컵만 우승하면 사우디 리그 내 모든 리그, 컵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금자탑을 쌓게 됩니다.

 

오늘 경기도 풀타임 출전한 이영표는 팀의 우측을 잘 막으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TV화면 덕에 마지막 골이 이영표의 어시스트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헷갈리고 있지만요.

 

주장인 야세르 알 까흐따니에 이어 두번째로 메달을 받은 이영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수단 중간에 자리를 잡고 세리모니에 동참했습니다. 우승 세리모니에서 중앙에 자리잡는 것도 발군의 센스입니다...^^

 

(엑스페리아 아크 동영상 테스트 겸 찍어본 후 바로 유튜브에 직접 올려보았습니다. HD 720P입니다. 방송이 SD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겠지만요...

 동영상 촬영시엔 줌 조절이 안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