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정치] 술탄 왕세제의 조촐한 무덤

둘뱅 2011. 10. 26. 23:30

 

(매장지인 알 우드 공동묘지로 옮기기 위해 갈색 천으로 감싼 술탄 왕세제의 시신을 앰뷸런스에 옮기고 있다.)

 

 

사우디 서열 2위의 권력자 술탄 왕세제가 어제 저녁 아스르 예배 후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묻혀있는 리야드의 알 우드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사망 다음날에 묻혀야겠지만, 미국에서 사망하여 시신을 옮겨오는 절차와 이동 시간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사후 3일만에 땅에 묻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절차대로 사망 후 24시간 이내에 묻었다면 외국에서의 조문사절단이 도착하기 전에 장례식이 이미 끝나버리는 진풍경이 펼쳐졌겠지만, 외국에서 사망한 탓에 평소와 달리 여유있는 시간 확보가 가능했습니다. (무슬림의 장례절차에 대한 설명은 제 블로그의 글 [문화] 무슬림의 죽음, 새롭고 영원한 삶에 이르는 교량 를 참조하세요.)

 

 

(호화스런 장식이 없는 술탄 왕세제의 묘지.)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조촐하고 검소한 그의 무덤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구의 무덤인지 알기 힘든 단촐한 무덤입니다. 그가 살아생전 막강한 권력과 부를 겸비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연상되지 않을만큼 말이죠. 알라 앞에선 권력과 빈주의 차에 상관없이 평등하다는 이슬람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요. 생전에 어떠한 삶을 영유했던 사후 내세로 가는 길 앞에선 평등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는 사우디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자신을 단지 "알라의 한 종복"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그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베풀기로 유명해 사우디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죠.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묘지는 그의 부와 권력을 연상시킬 수 있는 초호화 고급 묘지가 아닌 다른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공동묘지 내에 있는 평번한 무덤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의 시신 조차도 평범한 엄청난 고가의 재질이 아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평범한 천으로 감쌌을 뿐이고, 대리석 돔이나 엄청나게 큰 무덤도 아니고 심지어는 꽃도 없을 정도로 눈에 확 띄지 않는 평범한 무덤 속에서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그의 무덤을 보니 공수래공수거란 말이 새삼 떠오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