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정치] 압둘라 국왕, 나이프 왕자를 왕세제로 지명. 그 배경과 전망

둘뱅 2011. 10. 28. 20:02

 

(신임 나이프 왕세제의 최근 사진)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자신의 이복동생이자 제2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을 맡고 있으며 고 술탄 왕세제의 친동생으로 그와 함께 수다이리 세븐의 일원인 나이프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를 왕세제 겸 총리로 지명하였다는 관련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왔습니다. 나이프 왕자는 왕세제 겸 총리로 격상되면서도 내무부 장관을 겸직하게 됩니다.

 

나이프 왕자는 1933년 타이프에서 사우디 왕국의 건국자 압둘 아지즈 국왕의 23번째 아들이자 압둘 아지즈 국왕의 애처 핫사 빈트 아흐마드 수다이리의 네번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왕자들의 학교, 아버지와 종교적인 지도자들로부터 정치, 외교 및 안보 문제에 관련된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나이프 왕자의 정치적인 경력은 리야드 부지사로 시작하였으며 초대 압둘 아지즈 국왕의  재임기간 중 리야드 주지사가 되었습니다. 파이살 국왕은 나이프 왕자를 1970년 내무부 차관으로 임명하였고 5년 뒤 칼리드 국왕에 의해 국내 분제 전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국내 정보조직 "마바히스"를 관장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내무부 장관으로 승격되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 후 2009년 압둘라 국왕에 의해 제2 부총리를 겸직하게 되었습니다.

 

내무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그는 친형 파하드 전 국왕과 술탄 전 왕세제 사이의 권력 다툼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였으며, 파하드 국왕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한때 왕실에서 영향력을 잃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왕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부처로 격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2 부총리로 임명되면서 탈랄 왕자가 왕권 승계 문제를 분명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등 왕가 내에서 미묘한 갈등을 야기하였으나, 압둘라 국왕과 술탄 왕세제가 잇달아 치료차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외교, 경제 등 왕국 내 모든 문제를 직접 관장하게 되면서 실세 중에 실세가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대테러 업무 등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 중 일부의 실권을 아들인 무함마드 내무차관에게 넘기고 있는 중입니다. 

 

 

1. 배경

최근 사우디 왕가의 고민은 승계 대상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승계 위원회를 2006년 신설하면서 왕위 계승의 문을 압둘 아지즈 국왕의 손자들까지 확장시켰으나 손자 세대도 역시 늙어가고 있거든요. 현 압둘라 국왕의 장남 무타입 왕자가 57세, 고 술탄 왕세제의 장남 칼리드 왕자가 61세일 정도니 말 다했죠. 이런 고령화 문제로 인해 일각에서는 나이프 왕세제 대신 그나마 상대적으로 젊은 왕자들 중 한명을 왕세제로 지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장들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어왔지만, 압둘라 국왕은 결국 모두의 예상대로 나이프 왕자를 왕세제로 지명했습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한 것이죠.

 

사실 젊은 세대로의 승계를 밀어붙이기엔 무리인 것이 현시점에서 상대적으로 그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36년간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사우디 내의 치안, 안보, 정보조직 등을 관장하고 있는데다 압둘라 국왕과 술탄 왕세제의 외유로 사실상 사우디 정국의 모든 문제에 관여하게 된 그를 견제할 왕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를 왕세제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왕위 계승자격이 있는 압둘 아지즈 국왕의 생존해 있는 아들들 중 최고 연장자는 아니나 가장 많은 내치 경험과 집중된 권력을 잡고 있는 그가 왕세제가 되지 못했을 경우 권력이나 경험 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는 차기 왕세제를 보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일반 사우디 국민조차 만약 다른 왕자가 왕세제가 되면 나이프 왕자는 홧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 정도니 말이죠. 사우디 내부에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가 자신의 왕세제 탈락에 반발하여 사우디 왕실에 반기를 들고 권력다툼에 뛰어드는 건 그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 될 테니까요. 

 

 

2. 전망

일단 나이프 왕세제를 임명함으로써 큰 혼란없이 정국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앞으로의 정국 향방에 대한 변수는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고령인데다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압둘라 국왕과 나이프 왕세제의 건강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거든요.

 

1933년생으로 현재 78세인 그는 현재 90세인 압둘라 국왕보다 무려 13년이나 어리지만, 건강상태는 좋지 못한 편입니다. 지병인 당뇨병과 골다공증으로 오랫동안 앓고 있는데다 술탄 왕세제와 마찬가지로 암진단을 받고 지난 4월 해외에서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이미 고령이기에 압둘라 국왕이나 술탄 왕세제처럼 잦은 치료차 외유를 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야 압둘라 국왕, 술탄 왕세제, 나이프 왕자의 승계구도가 분명한 편이었기에 예상이 가능했지만, 차기 계승 후보자들은 많으나 나이프 왕세제 다음을 누가 이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두 사람의 나이차를 감안한다면 차기 왕세제를 준비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리라 볼 수도 있지만, 나이프 왕세제가 압둘라 국왕보다 먼저 사망한다던가, 나이프 왕세제가 즉위한 후 얼마 자리에 있지 못하는 예상 밖 상황이 벌어질 경우 사우디 정국이 어떻게 요동칠 것인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사우디 왕권 승계 절차 및 후보군에 대해서는 [정치] 술탄 왕세제 서거로 본 사우디 왕권 승계 절차 및 주요 후보군 참조!)

 

앞으로 사우디 정국이 어떻게 가게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