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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얼결에 묵은 스위소텔 스템포드의 스위트룸인 크레스트룸!

둘뱅 2012. 5. 14. 09:35

(앞에 보이는 건물들 중 가장 높은 건물이 스위소텔 스템포드, 주위 건물들은 레플스 시티 컴플렉스)

 

 

싱가포르 경유의 귀국노선을 확정한 후 고민했던 것이 바로 호텔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싼 호텔을 찾았겠지만, 사우디 생활 2기를 마무리하며 자축하는 의미에서 고급 호텔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자축하는 기념 외에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캐리어 3개에 베낭 1개라는 짐의 부피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싱가포르 호텔의 방들이 대체로 작거든요. 호텔비 아끼겠다고 방을 잘못 잡았다간 그야말로 발디딜 곳도 없는 방을 잡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처음 생각했던 건 기억이 너무나도 좋았던 페어몬트 바브 알 바흐르와 같은 체인의 페어몬트 싱가포르였습니다만, 이래저래 알아보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스위소텔 스템포드였습니다. "동남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호텔 중 하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거든요. 사우디를 떠나기 전 들렀던 킹덤 센터 전망대 탓이었는지 들어가기 전에 전망 좋은 곳에서 한번 묵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전망 좋은 고층방을 알아보니 스위스 이그제큐티브 더블룸이 눈에 띄었습니다. 호텔의 57~60층에 위치해있다고 하더군요. 페어몬트 호텔의 이그제큐티브룸과 가격도 같기에 기왕이면 높은 곳에!!! 란 이유 하나만으로 덜컥 방을 질러버렸습니다. 여유있게 예약한 것이 아니라 할인폭도 크진 않았지만요.

 

(호텔 입구)

 

스위소텔 스템포드는 시내 중심가인 시청 MRT 역(City Hall MRT Station) 위에 위치한 호텔로 매우 좋은 교통편을 자랑하며, 컨벤션 및 쇼핑센터를 갖춘 래플스 시티 컴플렉스(Raffles City Complex) 건물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짐이 많은 탓에 MRT를 이용하지 않고 공항에서 택시타고 갔습니다만....

 

 

 

 

 

 

 

(로비 풍경)

 

 

(70층에 위치한 스위소텔 스템포드의 라운지 레스토랑 에퀴녹스로 가는 로비)

 

 

호텔에 들어가 예약정보를 확인하고 체크인을 하는데, 직원이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냅니다.

 

직원: "부킹닷컴에서 예약하셨죠? 손님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오버 부킹이 된터라 현재 만실이어서 예약하신 이그제큐티브룸에는 묵으실 수 없습니다.!!!!!!!!!!"

둘라: "예??? 그래서 어쩔????"

 

베낭 하나 달랑 메고 온거라면 또 다른데를 알아보러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스탑 오버를 포함한 12시간 비행과 5시간의 시차로 인한 피곤함과 캐리어들을 생각하니 끔찍해졌습니다. 도착 하루 전만 해도 비가 왔다는 싱가포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거의 없는 화창한 날씨 속에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눈앞이 캄캄해진 순간.....

 

직원: 하지만... 다행히 방이 하나 준비될 것 같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 (이리저리 직원이 알아본 후 다시 와서는...) 오래 기다리셨죠? 업그레이드 시켜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둘라: 업그레이드요??? 그럼 숙박비는....

직원: 아... 저희 사정에 의한 것이니 추가로 내실 숙박비는 없습니다. 6464호실입니다. 아침은 65층에서 드시면 되고, 체크아웃도 65층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가지고 오신 짐이 캐리어 3개에 배낭 1개죠? 가방은 따로 올려드릴테니 방으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알고 있기론 이그제큐티브룸은 57~60층이라고 했는데.... 64층에 있는 방이면 뭐지??? 갸우뚱하면서 방에 갔습니다. (사실 갈 엄두도 나지않는 이그제큐티브룸 이상의 방을 검색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요....)

 

(묵었던 6464호실의 입구)

 

 

방에 들어서자마자 맞이하고 있는 건 미니 바와 커피 포트 등 음료 공간이 있었는데, 놓여진 물건들을 보니 나름 고급스러웠습니다.

 

(미니바는 하단 좌측에...)

 

 

(저 상자 속의 내용물은 뭘까요???)

 

 

(좌측의 작은 상자 속엔 커피포트 사용법과 함께 프림과 설탕 등이...)

 

 

(중앙의 큰 상자엔 8가지 종류의 TWG 티백이 뙇!!!!!)

 

 

대충 정신차리고 있는데 맡긴 가방들이 올라왔기에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둘라: 여기 방 이름이 뭐죠??? 이그제큐티브룸은 60층까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직원: 손님, 이 방은 크레스트룸입니다.

둘라: 크레스트룸이요?

직원: 예. 이 호텔의 스위트룸입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에서 손님 방을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네요.

둘라: (팁을 조금 드리며) 네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호텔 스위트룸이란 곳엘 묵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이그제큐티브룸에서 업그레이드면 스위트룸 밖에 없기도 했지만, 그때 당시엔 거기까지 생각하질 못했던 거죠. 비행기 탈 때 이코노미석에서 퍼스트석 (마닐라->리야드/사우디항공), 비즈니스석 (이스탄불->인천/대한항공)으로 좌석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아본 적은 있지만, 호텔객실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인터넷이 된 후에 알아보니 원래 예약했던 방보다 30만원 정도 더 비싼 방이었습니다. (이그제큐티브룸은 40만원대, 크레스트룸은 70만원대/세금 별도) 얼결에 43% 할인을 받고 스위트룸에 묵게 된 셈이었죠.

 

미니바와 음료 공간이 놓여진 현관을 지나면 나타나는 거실.

 

(이 방에 TV는 거실, 침실, 욕실에 각 1개씩 총 3개가 있다. KBS 월드 방송이 잡힌다.)

 

 

(거실의 TV 진열대. 가구 자체는 좋게 말하면 클래식한, 나쁘게 말하면 낡은....)

 

 

(그림이 걸려있는 거실과 현관 풍경)

 

 

(벽에 걸린 그림엔 어떤 작품인지 설명이 함께 붙어 있다.)

 

 

소파 앞 테이블에는 편지 봉투와 함께 초콜렛 4개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가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편지 봉투 속에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모시게 되서 반갑다는 환영 메세지와 함께 크레스트룸의 특전이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 아침 식사 (7시~10시) 및 저녁 칵테일 (5시~8시)은 65층 거실에서 제공 (단, 12살 이하는 제외)

- 아므리타 헬스장은 24시간 상시 운영

- 70층에 있는 에퀴녹스까지 전용 엘리베이터로 바로 갈 수 있으며 (원래는 특히 저역에 1층에서 줄서서 입장...), 좋은 좌석 우선 배정 등...

 

 

 

일단 휴대폰 충전과 인터넷 사용을 위해 노트북을 꺼내어 책상에 놓았습니다. 

 

(모니터에 닦지 않은 먼지가 사우디에서 묻은 것들... 종종 닦아도 다시 먼지가 끼는...)

 

 

거실을 둘러보았으니 침실과 욕실을 살펴봅니다.

 

(침실 좌측은 욕실과 샤워실, 우측은 베란다. 모든 방에 베란다가 있는 것이 특징)

 

 

침대 앞에 뜬금없이 놓여있는 의자와 스탠드는 시내를 바라보며 독서를 하거나 명상에 잠겨보라는 의미 같았습니다.

 

(침대 앞에서 본 침실과 거실 풍경)

 

 

현관과 욕실/샤워실 사이의 통로에는 옷장과 가방을 놓을 수 있는 각종 수납 공간, 그리고 화장대와 보조 세면대가 있었습니다. 보조 세면대는 옷장이 차지하고 있는 옆면을 활용하더군요. 

 

(앞의 문은 옷장 및 금고, 뒤의 문은 보조 세면대 및 통로)

 

 

(여행용 캐리어가 소, 중, 대 각각 하나씩... 나름 많이 버렸는데도 3년 7개월을 함께한 짐들은;;;;)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세면대, 낡은 탓에 온수와 냉수의 구별이 안되는 것이 있었다. 원래는 수도꼭지 위 하얀 공간에 HOT과 COLD가 써있는데 지워진;;;;)

 

 

샤워실과 메인 세면대, 그리고 욕실은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입니다. 가장 안쪽에 개인 샤워실이 있고, 통로 부분엔 메인 세면대가, 그리고 가장 바깥쪽으로 욕실이 있는 것이지요.

 

 

 

(가운과 저울, 그리고 발수건. 목욕가운은 담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두꺼웠다....!!!)

 

 

욕실이 샤워실과 떨어져 침실 옆에 붙어 있는 이유는 몸을 담그면서 시내 경치를 보라는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누운 방향에서 정면에는 자그마한 티비가 따로 있어, 경치를 즐기다 싫으면 티비를 볼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침실에 놓여진 티비와는 다른 채널이 세팅되어 있는지 침실에서 볼 수 있었던 KBS월드는 안 나오더군요. (낮에 센토사를 다녀온 후 휴식을 취할 때 틀었더니 적도의 남자를 틀어주고 있더군요!!!!^^)

 

(이 곳의 티비는 다 필립스제)

 

 

욕조에 몸을 담고 앉아있으면 어떤 경치를 볼 수 있을까요? 여행 후 돌아와 씻기 전 욕조에 앉은 채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욕조에 앉은 채 볼 수 있는 시야는....

 

 

 

욕조에는 목욕용 차가 있어 차를 물에 풀은 후 몸을 담그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방을 급히 세팅한 탓이었는지 시내를 다녀온 뒤 돌아온 방 침대 위에 추가로 놓여진 것들이 있었다. 저 물건들 대신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로 고고!!!

 

 

 

얼결에 업그레이드를 받아 난생처음 스위트룸이란 곳을 이용하게 되었지만, 혼자라는 사실은 안타까웠습니다. 난생처음 타봤던 12년전의 사우디 항공 퍼스트 클래스석은 개인 모니터조차 없는 (술은 말할 것도 없고...) 구형 비행기였는데, 처음 이용해보는 스위트룸 역시... 첫 기억은 안타까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