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과열된 시장에서 치열한 출혈경쟁으로 부실 업체가 늘고 있는 사우디 보험업계

둘뱅 2012. 10. 24. 23:11

 

 

사우디 내에서 최근 몇 년간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는 자동차보험과 의료보험으로 대표되는 보험시장입니다. 예전부터 보험회사들이 존재해왔지만, 가장 큰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자동차보험과 의료보험이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2000년대 중반 자동차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8년 10월부터 워크 비자로 입국하여 이까마 (체류 허가증)를 취득하고자 하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보험시장은 더욱 활성화되었습니다. ([사우디] 워크비자로 입국시 공항에서 사진과 지문 등록합니다. 참조)

 

사우디인의 의료보험 의무가입에 앞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우선적으로 보험가입을 의무화시킨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제적인 기준의 노동법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장해준다는 생색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우디인들보다 손쉽고 확실하게 보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인들에게 보험가입을 강제하는 덴 한계가 있지만, 의료보험 가입사실을 체류 허가증 발급 및 연장 신청을 위한 필수 구비서류로 정해 버리면 합법적인 체류를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무조건 가입해야만 하니까요. 


사우디의 의료보험제도는 사실상 민간 보험사업자에 의해 운영되면서도 영업을 전적으로 보험업체에 맡기지 않고 고정 고객 확보를 정부가 강제하는 다소 변칙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의료] 정부가 강매(?)하는 민간 의료보험 참조)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선으로 의료보험을 적용시키면서 사우디인들에게도 의료보험 가입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우디인들도 의료보험에 가입해두면 자신들에 이롭다는 사실을 느껴나가고 있으니까요.

 

사우디 주식시장에 상장된 보험회사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상장되지 않은 중소 보험업체까지 합하면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사우디 인구는 약 2,800만명으로 이중 사우디인 약 1,600만명, 합법 외국인 체류자 약 1,000만명, 불법 외국인 체류자 약 200만명입니다.

 

사우디 주식시장에 상장된 보험회사 목록
  정식 회사명 약칭
1  The Company for Cooperative Insurance   TAWUNIYA
2  Malath Cooperative Insurance & Reinsurance Co.   MALATH
3  Mediterranean & Gulf Insurance & Reinsurance Co.   MEDGULF
4  Allianz Saudi Fransi Cooperative Insurance Co.   ALLIANZSF
5  Saudi IAIC Cooperative Insurance Co.   SALAMA
6  Saudi United Cooperative Insurance Co.   WALAA
7  Arabian Shield Cooperative Insurance Co.   ASHIELD
8  SABB Takaful Co.   SABBTKFL
9  Sanad Insurance & Reinsurance Cooperative Co.   SANAD
10  Saudi Arabian Cooperative Insurance Co.   SAICO
11  Saudi Indian Co. for Cooperative Insurance   SIIC
12  Gulf Union Cooperative Insurance Co.   GUCIC
13  AlAhli Takaful Co.   ATC
14  Al Ahlia Insurance Co.   AL-AHLIA
15  Allied Cooperative Insurance Group   ACIG
16  Arabia Insurance Cooperative Co.   AICC
17  Trade Union Cooperative Insurance Co.   TRADEUNION
18  Al Sagr Company for Cooperative Insurance   SAGRINSURANCE
19  United Cooperative Assurance Co.   UCA
20  Saudi Reinsurance Co.   SAUDIRE
21  BUPA Arabia For Cooperative Insurance Co.   BUPA
22  Weqaya Takaful Insurance & Reinsurance Co.   WEQAYA
23  Al Rajhi Co. for Cooperative Insurance   ARCCI
24  ACE Arabia Cooperative Insurance Co.   ACE
25  AXA Cooperative Insurance Co.   AXA
26  Gulf General Insurance Co.   GULFGENERAL
27  Buruj Cooperative Insurance Co.   BURUJ
28  Alalamiya Cooperative Insurance Co.   ALALAMIYA
29  Solidarity Saudi Takaful Co.   SOLIDARITY
30  Wataniya Insurance Co.   WATANIYA
31  Amanah Cooperative Insurance Co.   AMANAINSURANCE
32  Saudi Enaya Cooperative Insurance Co.   Enaya
33  Alinma Tokio Marine Co.   ALINMATOKIO

(약칭을 클릭하시면 사우디 주식시장과 관련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 속에 다양한 보험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들면서 의료보험 시장은 난립하는 업체들로 인해 포화상태가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동차보험과 의료보험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시장 자체가 작아서 군소 보험업체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양대 보험시장이 활성화 된 이후에는 사우디 보험회사와 다국적 보험회사 등 너무나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본력과 경쟁력에서 밀리는 중소 보험회사들은 오히려 부실화되어간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사우디 왕국 내 일부 중소 보험회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관련하여 보험업계 전문가들이 과열화 된 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시장을 조정, 혹은 규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취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의 경제 일간지 "알-이끄티사디야"는 지난 일요일 슈라 위원회 위원인 파하드 알 아나지씨의 말을 인용하며 상황이 좋지 않은 일부 보험회사들은 자신들의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1인당 보험료를 연 350리얄까지 낮춰가며 저가의 출혈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참고로 연 350리얄의 보험료라면 법인에서 가입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의 보험료 (사우디에서 개인 보험은 연령대와 수준에 따라, 회사보험의 경우 서비스 수준과 질에 따라 최저 수준에서 Silver, Gold, VIP 등 다양한 가격대의 패키지가 있습니다.)를 의미하는데, 이 가격은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수천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극소수 초대형 업체가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보험료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전 회사에서 보험 계약을 담당하면서 받은 오퍼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가입 대상자 1,000명 이하 기준으로 서비스가 안정적인 업계 상위권 업체들로부터 정식으로 받은 오퍼가 연 750~850리얄 수준이었고, 그 이하의 가격대를 제시한 업체들로부터는 제대로 된 오퍼를 받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위권 업체들은 신규 회원의 추가와 퇴사로 인한 잔여기간 보험료 환불 등의 프로세스가 용이한 업체들입니다.) 상위권 업체의 담당자 얘기로는 가입자가 수천명 이상 되어야 400리얄대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더군요. 가격으로 출혈경쟁을 하는 중소 보험업체들이 초대형 업체와 계약하기는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가입자 수가 매머드급으로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저가 오퍼가 업체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치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자신들의 손실을 충분히 만회하지 못한 보험회사들은 이미 그들의 자본금을 까먹고 있습니다. 1억 리얄을 투자한 30개의 회사가 있으며, 높은 설립 및 운용 비용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경쟁으로 인한 영업손실을 보고있기 때문에 자본금의 잠식을 초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다른 옵션들은 보다 많은 투자를 야기할 뿐, 결과적으로는 누적되는 손실액만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회사들에게는 회사들 간의 합병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입니다."라고 말하며 위기상황에 놓인 보험회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유일한 대책으로 합병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청 (SAMA: Saudi Arabian Monetary Agency)에 사우디 내 과열된 보험시장을 조정하고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합병할 수 있도록 회사들을 장려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재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보험회사들의 부실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회사에는 손해지만 단기적으로 보다 많은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를 무조건 낮추고 보는 그들의 무분별한 영업방식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부실 보험회사들의 누적된 손실이 일부 회사로 하여금 자신들의 고객들과 맺은 계약을 지키지 못해 고객들과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만들게 될 것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될 경우 사우디 주식시장에서 보험업계 주식에 대한 일반적인 평판이 나빠지면서 부실 보험회사들의 실제적인 재정상황을 알지 못하는 그들의 투자자들에게 큰 위협과 손실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상공회의소 협의회 (CSCC: Council of Saudi Chamber of Commerce) 내 사우디 보험 위원회의 회원인 압둘 아지즈 아부 사이드씨는 "일부 회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보험료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기에 보험회사들 간의 가격 전쟁이 우리에게 현안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우디 상공회의소 협의회의 또다른 회원인 압둘 아지즈 알 케레이지씨는 보험회사들이 적절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성 검토 및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은채 무작정 보험 상품들을 만들고 타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얘기하며, "보험회사들 간의 경쟁은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보험회사와의 조건 및 계약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개 시장에서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쟁이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지만, 업체에게는 좋거나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부실을 초래하는 일부 회사들의 자본금 잠식은 경쟁의 부정적인 결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점차 활성화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업체들간 부익부 빈익빈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사우디 보험업계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