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새로운 과징금 부과 정책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사우디 노동부

둘뱅 2012. 11. 26. 17:27

 

 

헤지라력 새해와 함께 도입된 새로운 정책을 놓고 이례적인 반대에 직면한 사우디 노동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정책은 바로 사우디인 고용쿼터를 초과하여 외국인을 고용한 업체에게 초과되는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연 2,400리얄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경제] 11월 15일부로 외국인을 많이 고용한 업체에 과징금 부과키로!!! 참조

 

새로운 규정이 도입된지 10일도 채 안된 지난 토요일 아딜 파키흐 노동부 장관은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파장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지속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며, 이 결정은 최종적으로 노동부가 아닌 정부 내각에서 내린 것이기에 오직 내각만이 이를 취소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궁지에 몰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파키흐 노동부 장관의 성명서는 사우디내 재계에서 "경솔한" 결정이라고 부르고 있는 새 제도의 도입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건설, 용역 업계에 있는 사우디 사업가들이 노동부의 새 제도를 거부하기로 하면서 새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항의서한을 보내기 위해 리야드에 모여 미팅을 갖기고 과징금 납부를 거부하기에 나섰으며, 메카에 있는 청소 용역업체의 경우 새로 부과될 과징금 때문에 근로자 4,249명의 이까마 (체류거주증)를 갱신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용역업체 청소원들이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발생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우디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대해 재계가 이례적으로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외국인 의료보험 의무화, 사우디제이션을 강화한 니따까 도입 등 고용 간접비용 상승 및 일련의 자국인 고용확대 정책에 대해 참아왔던 관련 업계의 불만이 폭발한 결과입니다. 특히 사우디 경기 활성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하면서도 고용확대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건설, 용역 및 요식업계에게 1인당 매년 2,400리얄의 과징금 부여는 사우디에서의 사업 포기를 검토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설 잡부 및 전문 기술자, 청소원, 서빙 직원들은 사우디인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직종이기에 내국인 채용쿼터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부여정책은 업체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그 기준을 일괄 적용했으니까요.   

 

위에서 언급한 메카의 청소 용역업체를 예로 들어보죠.

이런 업체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당수 내보내지 않는 한 사우디인을 추가로 고용해서 할당된 고용쿼터를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일부 관리자, 혹 사무직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근로자가 외국인 청소부인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사우디인으로 대체하거나 늘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첫째, 이런 일을 하려는 사우디인들이 없고,

둘째, 설령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어 사우디인을 고용하게 될 경우 부담해야 될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부들의 월급여가 5~600리얄인데 비해 사우디인들의 급여는 못줘도 월 2~3000리얄을 줘야하니까요. (참고로 지난해 대규모의 복지정책 발표와 더불어 인상된 공무원 최저급여가 월 3,000리얄입니다.- [사회] 압둘라 국왕, 약 150조원의 시회복지자금 운영계획 발표! 참조)

 

그래서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을 납부하자니 이것 역시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과징금 부여대상을 4,200명으로 보고 계산해 보죠.

 

초과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 4,200명 * 과징금 2,400리얄 = 10,080,000리얄 (약 3,024,000,000원)


이 업체는 자신들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하기 위해 매년 정부에 30여억원을 과징금으로 납부해야만 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퇴직시켜 돌려보내거나, 고통을 분담하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여를 공제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어떤 방안이든 그야말로 박봉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생존의 위협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재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역시 반발할 수 밖에요.

 

이러한 간접비용의 상승은 사우디 물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정부에 납부해야하는 과징금 역시 원가에 반영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우디 상공회의소, 교육계 등 각계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도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무작정 일괄 도입된 정책을 통해 올 한해 사우디 정부가 걷어들일 과징금이 약 100억리얄 (약 3조원)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입된지 10일 남짓한 이 제도에 대한 업계의 저항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사우디인 고용확대 정책의 근본적인 해결방법 없이 각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사우디인들의 실업률을 낮춰야한다는 정부의 압박감이 빚어낸 산물이기도 합니다.

 

사우디 정부가 사우디인들의 실업률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소수의 자국인과 다수의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다른 GCC 산유국들과 달리 사우디는 다수의 자국인과 소수의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이끌어가는 것이 그 소수의 외국인이라는 특이한 구조 때문입니다. 

 

정부가 업계의 반발을 받아들여 법안을 수정하는 것이 빠를지, 아니면 정부의 정책 강요로 업체들이 망해나가는 것이 빠를지 지켜봐야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