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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선의의 거짓말로 시작해 슈라 위원회 첫 여성 위원 중 한 명이 된 하야트 신디 박사

둘뱅 2013. 1. 17. 23:39

(새로 지명된 30명의 첫 여성 위원 중 한 명인 하야트 신디)

 

 

하야트 신디 박사는 여성들의 슈라 위원회 진출이라는 압둘라 국왕의 역사적인 칙령과 함께 지명된 30명의 여성 위원 중 한 명으로 작년에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2012년 세계를 바꾸는 150인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상상력과 창의력의 i2 연구소 (i2 Institute of Imagination and Ingenuity)"라는 아랍 세계의 과학혁신 분야를 이끌고 있는 NGO의 창업자이자 대표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또한 캠브리지 대학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첫번째 사우디 여성이자 지난 해 10월 1일 유네스코의 과학분야 친선대사로 임명되었습니다.(링크!) 그리고 압둘라 국왕이 이번에 발표한 30명의 여성 슈라 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된 그녀의 실질적인 경력은 아버지에게 한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보수적인 사우디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이 한계를 벗고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의지가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랄까요....


1967년 11월 6일 메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23세가 되던 1990년 영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버지에게 런던에 있는 한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았으니 유학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가족을 두고 여성 혼자 해외에 나가서 공부하는 것이 가문의 이름에 흠집을 낸다고 생각했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사우디인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이를 이유로 그녀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과 고집을 꺾지 않은 그녀에게 결국 설득당해 영국 유학을 허락하고야 맙니다.

하지만.... 사실은... 입학허가를 받았다는 그녀의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영국에 있는 어떤 대학에서도 입학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않하면 아버지가 영국에 보내주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부득이하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죠.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이나 보호자의 동의없이 해외를 나갈 수 없거든요.)


런던에 도착한 그녀는 1년간 영어공부와 A-Level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준비한 끝에 킹스칼리지 런던에 약학과에 입학하여 1995년에 졸업했습니다. 재학기간 중 알레르기에 대한 연구로 앤공주상 (Princess Anne's Award)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2001년에는 사우디 여성 최초로 캠브리지 대학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해냈습니다.

 

그녀는 생명 공학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빛과 초음파의 효과를 결합한 열가소성 탐측기를 가진 생화학 센서를 발명하고 MARS (Magnetic Acoustic Resonance Sensor, 자기 음향 공명 센서)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MARS의 경우 특허는 그녀의 캠브리지 대학 지도교수인 크리스 로 교수와 그녀가 있던 연구실의 박사 후 연구원이었던 아드리안 스티븐슨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개발자는 그녀라는군요.

 

그녀의 다양한 과학적 업적과 함께 자신의 모국인 사우디와 중동세계에서 여성들 사이에 과학에 대한 각성을 주창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하면서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인적 자원 유출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05년에는 젯다 경제 포럼의 연설자로 초청받게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메카 주지사 칼리드 알 파이살 왕자로부터 "과학 혁신 분야의 메카 알 무카르람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가 선정한 떠오르는 탐험가 (Emerging Explorer)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2년에는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를 바꾸는 150인의 여성과 유네스코 과학분야 친선대사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는 그녀의 업적을 인정받아 슈라 위원회에 참가하는 30명의 첫 여성 위원 중 한 명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설득당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이번 지명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계속 공부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만들어 낸 업적들이 많은 사우디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