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사회] 경기장 안에 있는 여성 방송인의 사진이 사우디 SNS를 달아오르게 하다!

둘뱅 2013. 3. 16. 14:43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에서 사진을 찍은 여성 방송인 일함 유스프)


사우디 현지 신문인 "앗 샤르낄"지는 이런 사우디에서 최근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리야드에 있는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 안에서 찍은 한 사우디 TV쇼의 진행자인 일함 유스프의 사진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열광을 이끌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이 방송인은 어떻게 경기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중동, 특히 걸프지역에서 경기장에 언론매체 근무하는 여직원들을 포함한 여성들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곳은 사우디 뿐입니다. 


(작년 울산과 알 힐랄의 아챔 8강 1차전 울산 원정경기를 응원하러 온 사우디 여학생들. 남자들과 따로 무리를 지어 응원하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히잡을 쓰게되는 순간부터 경기장 직관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어린 꼬마 아이였을 때는 아빠 손을 잡고 경기장에 직관하러 놀러오는 어린 소녀들이 초경과 함께 히잡을 쓰는 순간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사우디에 있는 한 오직 TV로만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죠. 사우디 내에서는 오직 국가대표 A매치나 아챔 등 특별한 경기에 한해서 외국인 여성들 정도만 예외적으로 경기장 출입을 허용할 정도이고, 외국에서는 남자들과 따로 떨어져 여성들끼리 응원을 펼치곤 합니다. 반면,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UAE나 카타르에서는 여성들의 직관이 허용되며, 중계 방송 중 방송 카메라가 잡은 응원하는 여성 관중들의 모습을 TV를 통해서도 종종 지켜볼 수 있습니다.

(UAE에서는 여성들의 입장이 허용된다. 알 자지라에서 뛰고 있는 신형민이 이적 후 첫 골을 넣는 순간 기뻐하는 한국인 여성 관중의 모습)


(카타르의 경기장에서도 여성 관중의 출입은 허용된다. 조용형이 리그 경기 도중 가벼운 무릎 부상을 당해 교체아웃된 후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출입에 대해 궁금해하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에 대해 여성 방송인 엘함 유스프는 자신이 진행하는 TV쇼의 한 에피소드를 찍기 위해 그녀의 팀과 함께 경기장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사전승인을 받고 출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곳,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을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기쁘지만, 스포츠를 담당하는 저나 다른 여성 방송인들이 스튜디오가 아닌 경기장 내에서 생방송으로 경기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허락된다면 더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지역의 축구중계 방송팀은 크게 경기 분석팀, 캐스터, 경기장 내 리포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경기 분석팀은 경기장 내외에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경기 전후, 혹은 하프타임에 경기를 분석하는데, 경기장 내에 특별 스튜디오를 설치할 경우 경기장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 또는 전망이 좋은 곳에 마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령 알 자지라 스포츠가 스페인의 엘 클라시코를 현장 중계할 경우 알 자지라 스포츠의 경기 분석실로 쓰일 특설 스튜디오는 캄프 누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꼭대기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죠. 캐스터는 경기를 중계해주고, 경기장 내 리포터들은 경기 전후 선수들, 구단주 및 구단 관계자, 응원단, 코치진 등 다양한 선수들과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라커룸 근처까지 쫓아가서 경기에 대해 인터뷰를 하죠. 경기 끝나면 중계 끊기에 바쁜 우리나라 방송들에 비하면 경기 전후에 충분한 방송 시간을 할당받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


(왼쪽 중앙에 보이는 조명있는 공간이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 내 사우디 스포츠의 경기 분석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내 사우디 유저들은 이 소식을 공유하면서 일함 유스프의 경기장 내 방송촬영이 여성 방송인들에게도 스포츠 생중계를 허가하기 위한 첫 단계가 아니냐는 호기심과 함께 뜨겁게 열광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은 몇 년 내로 풀리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긴 합니다만, 리포터들이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 인터뷰를 따는 것은 또다른 주제입니다. 국내 스포츠 방송 리포터 중에서도 방송을 계기로 만난 선수들과 열애설에 휩쓸리거나 실제로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성간의 자유 연애가 공식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사우디에서는 또다른 화제, 또는 우려를 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