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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사우디 통신당국, 스카이프, 왓츠앱, 바이버 접속차단 예정... 카톡도???

둘뱅 2013. 3. 25. 14:37



지난 1998년 10개월간의 짧은 요르단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던 저는 황당한 문화충격을 받고 그야말로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떠나있던 동안 주력 통신기기가 삐삐에서 PCS폰으로 바뀌어버리면서 출국 전 삐삐번호만 알고 있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친구들의 연락처가 전부 PCS폰 번호로 바뀌면서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해 어렸을 때 친구들의 거의 대부분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런 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두번째 사우디 근무시절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카톡을 쓸 수 있던 것이었습니다. 피처폰 시대에는 현지에서 폰을 구해 한국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힘들어서 아예 문자를 보내지 못했으니까요. 현지에서 구입하는 대부분의 핸드폰은 한글을 지원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통신 시스템 때문에 중간에 문자가 깨지기도 하는 등 해외생활하면서 대부분의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외지 생활에도 큰 부담없이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들을 더이상 사우디에서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사우디 통신정보기술위원회가 만약 이동통신사들이 메신저와 화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이프 (Skype), 와츠앱 (Whatsapp), 바이버 (Viber)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모니터링하는데 실패하면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접속서버를 차단하겠다며 STC, 모바일리, 자인 등의 사우디 내 이동통신사들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통신정보기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에게 보안 상의 이유를 들어 암호화된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해당 모바일 앱을 소유하고 있는 업체들과 협조하여 메시지들을 감독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라고 독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 현지 이동통신사에 근무하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 주제는 20일 전 사우디 내 이동통신업체 대표들과 사우디 통신정보기술위원회가 가진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으며, 이 미팅은 최종적으로 통신정보기술위원회가 암호화된 앱들을 감시할 수 있게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바 있습니다.


통신정보기술위원회는 이통사들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마감 시간을 이번 주말까지 미뤄둔 상태이며, 만약 이동통신사들이 이러한 앱을 감찰하는 방안을 마련해내지 못할 경우 사우디 내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조치에 들어갈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안이 시행될 경우 사우디 통신법상 합법인 VoiP도 불법으로 바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군요.


사우디 통신당국 국가보안 및 메시지 감시 불가 등의 사유로 관련 업체를 압박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첫번째 희생자는 바로 블랙베리를 제조하는 블랙베리사 (구 리서치 인 모션) 였습니다. 지난 2010년 모든 메세지들이 현지 통신사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캐나다에 있는 림사에 서버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고유한 시스템 때문에 블랙베리로 주고받는 내용들을 감찰할 수 없다며 암호화된 블랙베리사 네트워크에 접속권한을 제공해주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블랙베리를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해서 더 이상 자국 내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며, 사우디, UAE, 인도 정부가 블랙베리사를 압박했던 사건입니다. 블랙베리사 입장에서도 절대 놓칠수 없는 시장들이었기에 결국 압박에 굴복하고 말았지만요... 그랬던 일이 4년만에 다시 등장하게 되네요.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사우디인 및 외국인 사용자들 모두 한목소리로 위원회의 움직임에 분노와 곤혹스러움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경험해 봤지만, 위원회가 차단시키려고 하는 해당 서비스들이 특히 무료, 아님 초저가에 타지에서 생활하는 가족과 친척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신수단이 되어버린 뒤에 치는 뒷북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근무 중인 사우디인들에게나, 조국을 떠나 사우디에 돈벌러 온 외국인들에게나 부담없이 모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에 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데이터 사용량과 점유율을 핑계로 요금제에 따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우리나라 이통사들의 횡포 이상으로 우리의 방통위에 해당하는 사우디 통신정보기술위원회는 대놓고 개인들간에 연락을 주고받는 내용을 감시하겠다고 선전포고하며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이런 위원회의 정책이 현실화되면 여기에선 콕찝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카톡, 마이피플, 라인 등의 앱들도 차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이번 기회에는 위원회가 대놓고 지적한 스카이프, 왓츠앱, 바이버만 차단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차단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모바일 앱 차단 정책에 대한 자국 내 당위성과 선례를 남기게 된 후니까요. 위원회의 새로운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특히 사우디에서 카톡 계정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도 더할 나위없는 슬픈 소식이 될 것입니다. 제 지인들 중 150만점을 넘나드는 애니팡 최고수는 사우디 리야드에 살고 있는데 말이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우디에서 압도적인 유저수 증가율 및 반정부 성향의 트윗유저가 파워 트위터리안이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와 달리 아랍사회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차단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대놓고 차단하지 않는대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서 알아서 감찰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