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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월드컵 준비로 높은 물가상승률이 재연될 조짐이 보이는 카타르의 경험과 현재, 그리고 그 대책

둘뱅 2013. 5. 8. 16:11

(평화로운 도하의 도심 풍경)



로이터에서 요즘 국제사회에서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카타르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글이 보도되었기에 소개합니다.



5년전 카타르가 2006년 아시안 게임을 개최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 이후 카타르의 인플레이션율은 두자리 수 이상으로 치솟은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큰 2022년 월드컵 개최준비를 위해 정부는 또다른 과다비용 지출을 준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율은 다시 한 번 치솟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인구가 190만명 밖에 살지 않는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 전까지 경기장, 공항, 철로, 신공항, 항구, 호텔 등과 기반시설을 준비하기 위해 140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50위권의 현재 경제규모 대비 엄청난 지출은 더 큰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급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의 경제지표는 전혀 환영할만한 현상이 아니고,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일부 건설 프로젝트의 순조로운 완공을 위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부 당국자들과 사업체의 수뇌부들은 지난 아시안게임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 폭등 후 폭락사태로부터 얻은 교훈과 월드컵 개최까지 11년 반 가까운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단기간의 과다지출에서 비롯된 과거와 같은 폭락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의 준비기간은 개최지로 선정된 2000년 11월 12월 이후 약 6년에 불과했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개최지 선정일인 2010년 12월 2일부터 약 11년 반의 기간이 주어진데다, 대형 국제대회 개최경험없이 추진했던 도하 아시안게임과 달리 카타르 월드컵은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했던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쌓여진 노하우가 있는 상황에서 준비하는 것이기에 과거에 비해 좀더 원활하게 준비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 장면)

   

시장 규모에서 카타르 내 다섯번째 은행인 도하 은행 (Doha Bank)의 시싸라만 은행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06년에는 2013년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었으며, 그야말로 단기간에 아시안 게임 준비를 위한 모든 프로젝트들을 끝내야만 했기 때문에 공기단축을 위한 외국인 인력들의 갑작스런 대거 유입과 이로 인한 지출 증대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고 지금부터 시작해도 5년이란 기간 동안에 단계적으로 마무리 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과거와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재난으로 인해 발생했던 과거의 보틀넥 인플레이션

지난 2008년 하늘높이 치솟았던 카타르의 인플레이션율은 15.2%를 기록했었으며, 이는 아시안게임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건설붐으로 인해 건설자재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발생한 물류대란과 이로 인한 병목현상 때문에 투입되는 추가비용으로 인해 안정적인 경제운영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발생했었습니다.


하지만, 거품 붕괴 직전의 카타르 경제를 살려준 것은 아니러니하게도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였습니다.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경제상황으로 인해 주택 임대비가 급락하면서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율은 급격히 하락했고, 카타르는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2년 연속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인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거품붕괴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가스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가 세계 경제 하에서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조업 등의 기반 산업이 없었고, 일단 건설붐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이었기에  그 여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달간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재현될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3월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12월의 2.6%, 2월의 3.2%보다 오른 전년대비 3.6%의 상승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상승을 야기한 주요 요인은 소비지출의 1/3을 차지하는 주택 임대비가 반등했기 때문이며, 임대비는 3월에만 5.5% 상승했었습니다. 


이와 함께 높은 인플레이션의 이면에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대폭 증가된 정부의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으로 인해 정부가 전복되는 것을 지켜본 걸프 산유국들은 천연자원 수출로 확보한 엄청난 부의 분배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2011년 9월 카타르 정부가 공무원들의 기본급여와 사회적 혜택 비용을 60% 높여주었던 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이죠. 물론 이러한 엄청난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카타르 국민이 적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전체 카타르 인구 중 순수 카타르 국민은 약 25만명 밖에 안되니까요.


카타르가 지난 2010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후 기반시설 확충을 서둘러서 진행했었다면 카타르의 인플레이션율은 지금보다도 더 높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적 시간여유와 관료적 절차지연으로 인해 카타르 정부는 많은 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프로젝트 진행업체들을 선정해 왔던 것이 오히려 물가인상 압력을 억제시키면서 예상보다 낮은 현재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도하 아시안 게임 때와 같은 단기간의 특수를 기대했던 많은 외국업체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지만요. 지금처럼 여유를 부려도 아직 9년이나 남은 것이 비용지출을 분산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만든 것이죠. 도하에 있는 카타르 상업은행의 압둘아지즈 알 고라이리 수석 부사장 겸 수석 경제학자 역시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년간의 프로젝트 지연이 인플레이션율을 조절하는 효과를 가져왔음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동안의 프로젝트 지연과 달리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기반시설 확충비용 지출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달 초 유스프 카말 금융경제부 장관은 4월 1일부터 시작된 2013/14 회계연도 예산에 정부가 승인한 관련 비용은 전년 대비 18% 상승한 2106억 카타르리얄 (약 63조원)이고, 2017년까지는 올해 수준의 지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 1월 IMF의 카타르 현지 사무소장은 카타르 경제에 대한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시점에서의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덧붙이면서 앞으로 지출해야 할 엄청난 사회기반시설 확충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제력을 확보하고 있으냐가 문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가 내린 카타르 도심 풍경)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책과 이에 대한 반론들

과거와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 재연을 우려하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시간적 여유라는 잇점 외에 카타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몇가지 대책이 있고, 그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역시 존재합니다.  


1. 특별 위원회 설립을 통한 물가통제

이미 작년 12월 카타르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불공정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무역업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가격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9월 하마드 카타르 국왕은 정부에서 발표한 공무원들의 갑작스런 급여 상승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물가 감시를 위한 특별 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사업무역부 (Ministiry of Business and Trade)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원회가 정부의 방침을 시장에 제대로 전달하고, 물가를 감시하는 본래의 설립목적에 충실하게 활동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카타르 정부의 물가 통제책이 기대만큼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2. 리얄 표시 채권을 활용한 통화정책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또다른 무기는 통화정책입니다. 카타르 중앙은행은 지난 3월 금융분야에서 초과 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리얄 표시 채권 (Riyal-denominated bonds)에 대한 분기별 보고서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카타르 중앙은행 총재는 5월초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상업은행의 알 고라이리 수석 부사장은 카타르의 인플레이션율은 상승하겠지만, 정부의 통화정책을 통해 한자리수 상승에 머물 것으로 예측한다고 주장하는 등 은행 관계자들과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다가오는 수년 내에 터질 수 있는 또다른 두자릿수 인플레이션율 피하기에 충분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동조합니다. 


3. 고정환율제를 통한 수입물가 통제

다른 방안은 덜 확실한 방안이긴 하지만, 에너지를 제외하고 소비되는 대부분의 기초 생활품들이 수입되고 있는 카타르의 과도한 수입 의존도로 인해 카타르 리얄은 불가피하게 미 달러화에 대해 고정환율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고정환율제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려는 카타르의 능력을 억제할 수 있고, 수입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통화를 절상하지 못하도록 방지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시각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 역시 존재합니다. 도하에 있는 주요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월드컵 준비로 인한 또한번의 인구 증가와 과다한 프로젝트 비용 지출에 직면하고 있는 카타르에서 이로 비롯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첫째, 달러 고정환율제가 수입으로 야기되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고, 둘째, 만약 당신이 달러 고정화폐를 가지고 있다면 현재 카타르 내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이 먹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사실상 모든 통화 규제를 주재국에 넘겨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율에 따른 피해와 그 여파

두 자리수 이상의 폭발적인 물가상승은 전반적인 프로젝트 진행비용 상승과 이로 인한 업체들의 이익을 상쇄시켜 결과적으로는 사회기반시설 확충 프로젝트를 충분히 붕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190만 전체 인구 중 25만명에 불과하여 온갖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으며 풍요롭게 살고 있는 카타르 국민들에게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정작 그 피해는 카타르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들과 일하러 온 외국인들에게 가겠지요.


만약 인플레이션율을 한 자리수로 억제할 수 있다면 누가 피해를 입게 될까요? 도하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바르와 은행 (Barwa Bank)의 스티브 트룹 은행장은 인터뷰를 통해 카타르와 같이 사람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국가에서 3.6%의 물가상승율은 먹고 살만한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대부분의 회사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유발되는 생계비 지수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고,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은 이익을 보게될 것이기에 세금부담을 안고 견뎌내야 하는 일반적인 나라들에 비해 그 영향력이 미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마디로 그정도는 오르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카타르 월드컵까지 남은 시한은 9년. 카타르의 경제상황은 물가 폭등으로 인해 발생한 거품이 터질 뻔했던 과거를 되풀이하게 될까요? 아니면 과거의 경험에서 새로운 추진력을 얻어 더욱 안정적인 경제운영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