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왜 사우디 건설업계는 사우디제이션 추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까?

둘뱅 2013. 6. 13. 18:06



요즘의 사우디는 7월 3일로 예정된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는 폭풍전야와 같은 상태입니다. 이미 유예기간이 시작되기 1주일 전부터 사우디 노동부와 내무부의 협업을 통한 불법외국인 색출 및 추방과정을 이미 경험해 본 바 있기 때문에 7월 3일 이후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유예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사우디 국내외의 여론이 사우디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그 어떤 업종보다 정책 추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건설업입니다. 업계로서는 사우디 정부 등을 통해 많은 프로젝트들이 진행, 또는 추진되고 있는 호황기임에도 현실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을까요? 일단 간략하게 사우디 인구와 부문별 노동인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우디 전체인구: 약 2900만명 (사우디인 약 2000만명 / 외국인 약 900만명), 이 중 48.6%인 약 972만명은 24세 이하 

공공부문 종사자: 약 100만명 (사우디인 약 92만명 / 외국인 약 8만명)

민간부문 종사자: 약 780만명 (사우디인 약 86만명 / 외국인 약 694만명), 이 중 건설업계 종사자는 약 350만명 (전체 민간부문 종사자의 약 45%. 이 중 외국인은 90%, 315만명 이상)


단순하게만 보더라도 왜 사우디 정부가 어떻게서든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불가능해서 그렇지 가능만 하다면 사우디 정부는 외국인을 다 빼버리고 자국민으로 채워놓고 싶을꺼에요. 그렇게만 할 수 있으면 사우디 정부는 국민들의 경제상황을 조금만 신경써도 될테니까요.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을거라는거;;;;;


사우디의 대표적인 비석유산업이 건설업종인데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야외작업이고, 사우디의 한여름 체감온도는 50도를 넘나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 건설현장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냐구요???


건설업체의 인력조달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로 사우디 건설업체 역시 자사 직원 외에 맨파워 업체들로부터 용역 직원을 고용합니다. 야외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직원이 외국직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사우디는 고용 유연성면에 있어서는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직원들의 신분을 보증해줘야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절차들을 함께 밟아줘야 하기 때문이죠. 처음 직원을 뽑을 때도 비자부터 시작해서 이까마 및 워크 퍼밋 취득까지 다 관여해줘야 하고, 짜르고 싶다고 바로 짜르는게 아니라 제반 작업에 다 관여해야 되니 말이죠. 


사우디 건설업체가 맨파워 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들이 원하는 직종의 근로자들을 마음대로 데려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워크비자 신청시 국적별 / 직종별 / 인원수를 신청하게 되는데, 이 신청이 원하는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노동부 및 내무부의 승인 과정에서 조정당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필요한 인력인데 비자가 안 나와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고 신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그리고 그에 따라 인력을 뽑아 데려오는 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필요할 때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현장에서 특정 직종의 인력을 급히 수급해야 할 때 당연히 맨파워 업체를 이용하거나, 또는 소속이 없는 로컬 인력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되죠.


맨파워 업체 활용 시 문제

대다수의 현장 직원들과 소수의 관리직으로 이뤄진 맨파워/용역 업체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10~12% 이상의 사우디인 고용율을 맞출래야 맞출 수가 없습니다. 현장 작업을 기피하는 사우디인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관리직 밖에 쓸 수 없는 사우디인들을 고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그나마 일이라도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이미 영세한 상당수의 맨파워/용역 업체들이 사우디인 고용비율을 맞추는 대신 폐업을 택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사람 장사에서 사람을 확보는 고사하고 유지하기 힘들어졌으니까요. 그 결과 중 한 예로 노동부는 한동안 지자체들로부터 엄청난 불평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정부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힘든 용역업체들이 거리 환경미화 사업 입찰에 뛰어들기를 거부하면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치우는 사람이 없는 거리는 당연히 더러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소속이 없는 로컬 인력 고용시 문제

특히 기능공들을 중심으로 프리랜서처럼 뛰는 로컬 인력들이 있습니다. 맨파워 업체를 끼는 대신 건설업체와 직접 컨택해서 일을 하는 것이죠. 업체에게 수수료 떼주는 대신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하여 그만큼 돈을 더 벌려는 인력들입니다. 잘만 쓰면 맨파워 업체 인력을 쓰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도 훨씬 유용한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원칙적으로 사우디 노동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사우디에 올 수 있도록 보증해 준 자신의 스폰서를 위해서만 일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스폰서가 아닌 다른 스폰서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엄격히 따지자면 불법입니다. 그나마 스폰서로부터 서면 승인서를 받지 않은 로컬 인력의 고용은 엄연히 불법고용이 되는 셈이지만 최근까지는 이를 묵인했다가, 외국인 강제추방 조치의 시행과 동시에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세한 스폰서들은 그런 승인서 작성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밖에요...


공통의 문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작년 11월부터 사우디 정부는 쿼터를 초과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시 1인당 약 2,400리얄 (약 72만원)의 과징금을 징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입과정에서 그랜프 무프티까지 개입할 정도로 정말 말도탈도 많았던 이 과징금의 문제는 한 번내고 끝나는게 아니라 매년 내야한다는 거죠;;;; 사우디 정부는 이 과징금으로만 올 한해 150억리얄 (약 4조 5천억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수가 확 줄거나 사우디인 고용인구가 확 늘지 않는한 엄청난 부대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죠. 외국인 한 명 고용시 급여 및 각종 부대비용 (이까마, 워크퍼밋, 의료보험, 거주, 교통, GOSI 등등등...) 외에 매달 200리얄이 추가로 발생되는 셈입니다. 


NCB캐피탈의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의 평균 고용비용이 21%의 상승해서 내외국인간 평균 고용비용 격차가 7%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체들의 난립으로 이익이 박해지는 상황에서 비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건비의 급상승은 업체로서는 치명적일 수 밖에요. 사우디인을 고용해도 문제, 외국인을 고용해도 문제인...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장비와 사람으로 먹고사는 업종에서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불가능해지니까요. 


이대로 정책을 시행해 나간다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노동정책을 이대로 강행시 건설현장에 있는 인력 중 약 50% 이상이 사우디를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도 약 15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지만, 당장 그 자리를 현재의 사우디인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비로 사람을 대신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150만명분의 일을 할 장비가 사우디에 있을리도 만무하구요. 당연히 현장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건설현장 운영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상적인 스케줄을 맞추기도 힘들고, 안그래도 이 정책으로 인해 인건비가 대폭 상승한 가운데 공기를 못 맞추면 지연되는 1일마다 매일 공기 지연에 대한 비용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업체로서는 정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입니다. 본전치기는 고사하고 손해나 크게 안보면 다행일테니까요;;;; 


사우디제이션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사우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분위기 좋은 경제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는 엄청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업종과 사우디 노동인력들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고용비율을 적용하게 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사우디 건설업계. 어떻게 이를 타개해 나갈까요?


 

참조"Saudisation may harm construction sector" (Al-Bawaba) / "Saudisation will cost firms almost $4bn in 2013" (Arabianindustry.com) / "Tackling labor market challenges requires more than policy design" (Ara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