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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장기업들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단속이 수천개 업체를 위협하다!

둘뱅 2013. 6. 23. 21:22

(젯다의 해안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1997년부터 새로운 빌라에 타일과 대리석 바닥을 설치하는 개인 사업을 운영하며 메디나 시에서 세라믹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집트인 아부 아흐마드에게 최근 사우디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자신의 사업도 살릴 수 있는 좋은 일일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16년간 사업을 갈고 닦은 후, 네 자녀의 아버지인 그에게 남은건 자신이 일군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높은 석유 세입을 바탕으로 건설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호황기 속에 일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가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나라 전역에서 사우디 정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것과 동시에 불법적인 "위장 (Cover-up)" 기업들을 적발하고 있습니다. "위장"기업이란 명목상으로는 사우디인이 소유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업체들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100% 소유권을 인정하는 외국인 투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사우디인, 또는 사우디 법인이 소유주 내지는 대주주가 되어야만 법인등록이 가능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자기 사업을 펼치고 싶지만 자신의 명의로 법인등록이 불가능한 외국인과 그냥 명의 제공 댓가로 돈을 좀 받고 사업한다고 머리쓰기 싫은 사우디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사우디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된 것이죠. 투자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외국투자기업들에게 요구하는 온갖 절차와 규정을 감당하기 힘든 외국인들이 만들기도 하구요.


위장 기업 단속은 일부 외국인들의 출국을 강요해 오고 있으며, 단속조치가 계속될 경우 잠재적으로 이를 피하기 위해 수만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출국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기업인, 경제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신을 본명 대신 아부 아흐마드라는 가명으로 소개할 수 밖에 없는 그는 "만약 지금의 괜찮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업체를 문제없도록 바꿔놓을 수 없다면, 차라리 사우디를 떠나 이집트로 돌아갈꺼에요. 전 그렇게 사우디를 떠난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외국인 투자회사들에 대한 복잡한 규정

현재의 사우디 규정하에서 외국인 소유의 기업체들은 각종 복잡한 면허취득절차를 밟아야하고 엄격한 통제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수십년 넘도록 지켜져 온 이러한 시스템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잇는 경제 안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사업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전체인구의 약 1/3을 차지하는 대략 900만명 정도의 외국인들 중 일부는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피해 자기 스스로 사업을 일궈왔습니다. 그들은 사우디에 일반 노동자들과 같이 워킹 비자로 입국한 후에 회사를 세우고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사우디인들에게 불법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정상적으로는 최소 50만리얄 (약 1억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하여 SAGIA에 해외투자자 면허를 취득하고 업체의 General Manager 나 사장 등의 직종을 받아 들어와야 합니다.


그렇게 생겨난 위장 업체들은 대체로 영세하고 자본금이 적은 업체들이지만, 그들은 정비소에서 배관사업, 식당과 시장의 매점들까지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며 경제의 밑거름이 되어왔습니다.


아부 아흐마드는 사우디에 들어와 사업을 하는 동안 4명의 사우디인을 스폰서 겸 얼굴마담으로 내세워왔으며, 리야드에 있는 현재의 스폰서에게는 매년 5천리얄 (약 150만원)을 상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명한 사우디 경제전문가인 압둘와합 아부 다헤쉬는 불법 위장사업 분야의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그는 위장업체와 다른 불법적인 경제활동의 규모가 연간 7천억리얄 (약 210조원) 정도, 또는 공식적인 GDP의 약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간 정부 당국은 2013년에만 불법체류 외국인 수십만명을 강제추방시키는 등 외국인들에 의해 이뤄지는 불법 경제활동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조치의 일환으로 불법 업체들에 대한 색출활동에 들어가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많은 사우디인들을 위장 업체들이 경제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사우디인들이 사업할 기회를 가져가며, 그런 회사들이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우디인들의 일자리를 효과적으로 빼앗아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사우디인들이 실제로 저임금의 힘든 일을 하려고 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사우디인들의 실업률은 공식 자료에 따르면 12%였고, 최근 아딜 파키흐 노동부 장관은 올해들어 니따까와 외국인 축출 등으로 인해 6.1%까지 낮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압둘와합 아부 다헤쉬는 리야드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야채가게와 미니 마켓들은 위장 업체로 세워진 것들이고, 이러한 업체들은 필요한 직원보다 더 많은 잉여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기 때문에 경제에 피해를 끼치고 있으며, 이는 또한 이들로 인한 범죄를 유발하고 사우디 사회의 가치와 전통에 맞지 않는 것들이 유입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위장기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는 외국인 소유주의 본국으로 보내집니다. 이렇게 보내디는 엄청난 송금액을 고유가 시대에는 사우디가 이를 쉽게 감당할 수 있지만, 유가가 급속하게 떨어질 경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됩니다. 중앙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불법 기업들의 송금을 포함한 외국인근로자들의 해외 송금액 규모는 지난해 1073억달러에서 3.7%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4년에 제정되었지만, 현재까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투자법에 따르면 위장 기업에 연루된 사우디인과 외국인들이 적발될 경우 징역 2년형이나 최대 1백만리얄 (약3억원)의 벌금형, 또는 죄질에 따라 둘다 적용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발된 위장 기업체는 청산절차에 들어가며 외국인 소유주는 징역을 살고나온 후에 강제추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파장

위장 기업을 담당할 책임을 지고 있는 상공자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으며, 관계 당국은 몇 개의 업체를 폐업시켰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목상의 사우디 소유주가 실제로는 얼굴마담 역할만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언제라도 당장 이러한 관행을 완전하게 근절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위장기업 단속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명한 신호도 없으며, 아딜 파키흐 노동부 장관은 지난 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만약 위장 기업들이 스스로 합법적인 업체로 재편성해서 최소 한 명의 사우디 정직원을 고용하게 된다면, 약 35만명의 사우디인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의 대안은 많은 위장기업들을 폐업시키고 만약 가능하다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사우디 기업가들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젯다 상공회의소 이사회 구성원이자 사우디 기업과 협회의 회원인 압둘라 빈 마흐푸즈는 위장 기업들이 사우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폐업시킴으로서 얻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가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3개월간의 사면 및 유예기간을 준 것처럼 말이죠.


그는 하나의 방안으로 위장 기업체들에게 일정시간 내에 합법적인 외국인 소유의 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며, 대안으로 명목상의 사우디 소유주가 투자법을 준수하면서 업체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부 아흐마드는 현재 그를 위한 가능성으로스의 수입 등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볼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결정들이 당신 자신을 위한 일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이고, 만약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감옥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제 자신입니다. 외국인들은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지요"라고 말합니다.


정작 자국민들은 생산성있는 일을 못하거나 않하려고 들면서, 그들이 안가려는 자리에서 사우디 경제의 근간을 일궈온 외국인들에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뭔가 핑계를 만들어서 내쫓고 자국민으로 대체해야만 하는 것이 오늘날 사우디의 현실입니다.



참조: "Saudi Crackdown on Illegal Firms Threatens Thousands" (Gulf Business/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