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사회] 사우디에서의 여성

둘뱅 2005. 12. 15. 00:22

(사우디 중부 카미스 인근의 리조트지 수다의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우디 남녀)

 

 

 

요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의 권익이 많이 보장되고, 사회생활 속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점점 확대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이에 비례하는 것이 여성들의 복장이죠... 여성들의 활발한 나라일수록 노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처음부터 여성, 여성하냐구요??? 오늘의 이야기 주제가 사우디에서의 여성이기 때문이랍니다... 



   예전 동아일보에서도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특집 연재물을 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성에 대해 엄격하리만치 보수적인 아랍지역에서도 여성들의 사회활동 및 권익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히잡(또는 차도르라고 하는...)을 씌워놓구 보호만 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남성들과 같이 사회활동을 하는 동반자적 존재로써 말이죠... 많은 아랍국가들에서의 여성들이 온 몸을 푹 덮어씌운 복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며, 자유연애와 함께 각종 사회활동 속에 참여하고 있죠... 그러나 여기서 예외적인 국가가 바로 사우디입니다...(개인적으로는 제가 결혼을 한 후에 이곳에서 계속 살게 된다고 해도 부인이 간호원이 아닌 이상은 데리고 나올 맘은 눈꼽만치도 없답니다...ㅠㅠ) 

 

   아랍지역에서의 여성이라 하면 흔히들 일부다처제를 많이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이슬람 형성 및 발달과정에서부터 유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슬람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전투에서 많은 남성들이 죽어나갔거든요... 전통적으로 유목민족일수록 부계사회가 발전하고, 정착민족일수록 모계사회로 발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황량한 사막이 대부분인 아라비아 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이슬람이 생기기 이전부터 유목생활이 삶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남성들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고, 수많은 전투에서 가장을 잃은 가정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남겨진 여성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막에 남겨뒀다간 생명을 부지하기 힘들거나 다른 부족에게 노예로 끌려갈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일부다처제입니다.. 능력있는 사람이 보호할 수 있는 여성을 최대한 4명까지 거둘 수 있게 한 것이죠...(우리의 첩 개념하고는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죠...) 혈통을 중시하는 아랍인들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근친혼까지 인정한 채로 말이죠...(그래서... 기형아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리고 계속 전쟁을 이어나가야 했기 때문에 여성들은 집안 깊숙한 곳에 잘 모셔진 채로 다산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요즘도 9남매, 10남매씩 낳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맏며느리감 같은 여성들이 전통적인 아랍인들의 여성상이기도 하구요...(제가 아는 한 여선배는 이쪽에 여행을 와서 전통의상을 구하려고 했다가 체형이 너무 틀려서 못팔겠다고 하는 상인을 만났었다고 하더군요) 


   여성을 지나치다시피 과보호하는 듯한 풍습은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병원 등을 이용할 때도 여성들이 늦게 와도 먼저 진료를 받는다던가, (이곳에선 볼 수 없지만) 버스 등을 이용할 때 여성을 세워놓은 채로 젊은 남성들이 앉아있으면, 차장이 직접 와서 그 남성을 일으켜 세우고 그 자리에 여성을 앉힌다던가.... 아무리 광폭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도 여성들을 태우면 아주 얌전한 모범 운전사가 될 정도거든요... 심지어는 전통적인 가택구조에 있어서도 문 근처에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거실을 두고 안쪽 깊숙한 곳에 안방을 만들거든요... 이러한 지나친 과보호는 얼굴마저도 푹 뒤집어 씌우는 히잡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관점에서 히잡은 여성의 권익을 속박하는 굴레로 밖에 보이진 않지만, 이곳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아주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있답니다... 여성으로 성숙했다는 증거로써 말이죠... 어려서는 얼굴을 내놓고 머리만 가리는 약식을 선호하는데, 흔히들 첫 생리현상이 나타남과 동시에 얼굴까지 완전하게 가려 버린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친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그 친구는 제 또래-26-인데 고등학교를 다니는 17살의 부인과 함께 살고 있고, 부인이 학교 가느라 아침을 챙겨주지 못하면 아침을 굶어서 일하기 힘들다고 투덜대는, 똑똑하면서도 한심한 놈이기도 합니다...^^), 얼굴을 완벽하게 가리는 여성이 됐다는 건 완전한 여성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더군요... 남성으로 하여금 성적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숙한 여성이 된 증거라나요...(남녀관계에 있어서는 워낙 폐쇄된 사회인 탓에 상당히 음란한 면도 많다고 하죠....) 도시와 달리 이런 시골에서 맨얼굴을 볼 수 있는 여성들은 세부류로 나뉜답니다.. 첫째, 외국인 여성, 둘째가 생리 이전의 어린애들, 셋째가 나이먹은 할머니들... 보기에는 답답해 보여도 이곳에서 살아나가기엔 필요한 복장이기도 합니다... 너무 강렬해서 긴 옷을 입어도 살갗을 태우는 직사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탈수현상을 막아주는 그런 역할 말이죠... 


   요즘은 사우디의 여성들도 대부분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받고 있지만, 그 이상의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드물고 바로 시집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힘들 수 밖에 없고, 사회성도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어쨌건 어떤 상황에 접해서도 여성 우선이니까요...) 이곳에 있으면서 만나본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주로 외국인이긴 하지만...)간호원을 비롯한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뿐이거든요.... 결혼에 있어서도 연애결혼 보다는 집안끼리 맺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결혼상대가 무슬림 남성이어야 하고, 남성측이 여성측 집안에 상당한 액수의 지참금을 내야만 하죠...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무슬림 남성이 비무슬림 여성과 결혼하는 데엔 관대하면서도, 그 반대의 경우엔 상당히 엄격한 편입니다...(예전에 바레인 왕의 질녀가 미군과 눈맞아 도망가서 양국간에 외교문제로 비화된 적이 있었죠???) 요즘들어 친한 사우디 사람한테 여자도 없이 혼자만 있어서 외롭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우선 10만 사우디 리얄(약 3천만원 정도)을 지참금으로 준비하고 무슬림으로 개종하면 내가 아주 괜찮은 피부 하얀 사우디 여성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군요...(이곳도 피부 색깔에 따라 지참금의 액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암거래로 이뤄지고 있는 매춘의 경우에도요...) 


   이러한 전통적인 여성들의 모습도 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아무리 금지한다고 하지만, 집에서들 보는 위성방송이라던가 인터넷의 영향은 무시를 못하거든요... 우리가 아무리 일본 대중문화 유입을 법적으로 막았을 때에도 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다 즐겼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예전에 비해서 엄격하게 종교법을 적용한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문화 흡수채널이 있는 이상은 통제하는데도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조금씩 풀려나가게 되겠지요... 다른 나라들처럼... 그리고 그때 쯤이면 공식적으로 열려있지 않은 사우디 관광비자도 오픈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