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문화] 아랍인들의 결혼- 일부다처제?

둘뱅 2005. 12. 19. 00:58

(요르단 연수 시절 친하게 지냈던 요르단인 친구의 결혼식에 VIP로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VIP석은 바로 요란스러운 밴드의 앞자리였으니...)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접한 아랍어를 통해 아랍문화를 알게되고 생활하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서로 상이했던 환경에도 불구하고 여느 다른 서구국가에 비해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탓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혈연이나 지연을 중시여긴다던가, 청탁이 잘 통하는 관료사회... 여아보다는 남아를 중시하는 사회풍토, 우리 전통가옥구조에서 사랑방을 따로 두었던 것처럼, 지금도 여성들이 머무는 방을 가장 안쪽에 두는 가옥구조라던가... 우리 사회에선 지금은 많이 없어진 다산이라던가 여성의 사회참여 제한... 4명의 본처를 인정하는 그들의 일부다처제와 처와 첩, 적자와 서자를 따지던 전통적인 우리사회의 가족구조 등... 많은 곳에서 어느 정도 우리와 비슷한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구나...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많이 뒤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도 가족의 모습은 예전과는 다른 변화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종종 발표된다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결혼입니다... 



   얼마전 신문을 보니 왕실산하 슈우라 위원회에서 과도한 결혼 지참금을 내리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고 하더군요... 이 슈우라 위원회는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 (이슬람적인 관점에서) 왕에게 자문하는 기구를 말합니다... 아랍지역에서의 결혼 지참금은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측에 지불하는 것입니다...(우리나라에선 신부측이 신랑측에 혼수를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이혼 후 생활능력이 없는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나라에선 요즘도 과도한 혼수요구가 이혼사유가 되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결혼 지참금마저도 준비할 수가 없어서 결혼하지 못하는 젊은층이 많이 늘어나 하나의 사회문제로 발전하고 있답니다... 연간 4.5% 정도의 세계최고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지만, 젊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은 현상황에서 지참금을 지불하고 결혼할 수 있는 남성들이 줄어든다는 건 심각하다 할 수 있겠지요... 높은 실업률 등의 사회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항상 이슬람을 비난할 때 빠지지 않는 일부다처제는 이슬람의 탄생지인 아라비아 반도의 자연환경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입니다... 일부다처제는 우리식의 처첩 제도 보다는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동등하게 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본처 4명을 두는 개념입니다... (개인적으론 국내에도 예전에 만연했던 처니 첩이니 두는 일부 어른들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연속극에도 가끔 나오지않나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 같은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황막한 환경에서 정착할 땅도 없이 친족 단위의 유목생활과 전쟁으로 인한 살상이 익숙하던 시대에 부족 간 전쟁에서 지거나 보호자 없는 여성은 노예로 팔려나가던 당시 상황에서 누군가는 식구를 잃어버린 여성들을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부족원을 일정수 이상은 확보해야 하니까 다산이 강조되었을 것이구요... 따라서 사촌까지의 결혼이 허용되고, 여성 4명까지를 부인으로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도가 생겨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책임감을 갖고 여성들을 보호하라는 사회적인 의무를 부여한 것이죠...(뭐... 사촌간의 결혼으로 인해 다른 곳보다 많은 장애아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사시라던가... 소아마비 같은...) 그러한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게 우리하고 틀린 점이지요...(사우디 변방에서 살아보니 그런 환경에 대한 이해가 더 잘 되더군요...) 따라서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에서, 혹시나 있을 이혼에 대한 사후대책을 강구한다는 관점에서 결혼 지참금 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결혼 지참금이라는 것이... 젊은이들이 금방 마련하기엔 상당한 거금이라는데 문제가 있죠...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집안이라면야 넷이라도 두겠지만, 보통의 젊은이들이 이를 준비하다보면 결혼 적령기를 넘겨서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이곳에선 10살 이상 연하의 신부를 둔 신랑을 흔하게 볼 수 있답니다... 지참금 준비하다 결혼 적령기를 넘기는 셈이죠... 그나마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그것도 하지 못해서 하고는 싶어도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남자들의 수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제한된 수입원, 일자리에 비해 높은 결혼 지참금이 젊은이들의 결혼의사를 막는 것이죠... 그래서 석유로 비롯된 복지혜택을 많이 받은 아버지 세대에 비해 비자발적인 미혼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랍니다...

   과연... 결혼 지참금이 얼마길래 그 정도냐...?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한데... 가정 환경이라던가 피부색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다르겠지만...(흑인의 경우는 백인의 1/5 이하라더군요...) 어느 정도 괜찮은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선 몇십만 리얄정도(약 몇천만원...)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제가 사우디에서 사우디 여자와 결혼해서 말뚝 박고 자기와 계속 친하게 잘 살자고 꼬드기는 사우디인 아저씨(바로 전회에 등장한 열한명의 자식을 거느린 스폰서 회사의 직원)가 저한테 얘기하는 비용이 10만 리얄(약 3천 5백만원 정도...)입니다... 내가 10만 리얄만 준비하면 참한 흰 피부의 사우디 아가씨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종종 꼬드기거든요... 3천만원 정도면... 우리의 혼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크긴 큰 돈이죠...?^^) 사우디 애들의 급여수준을 감안해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란 걸 수 있답니다...
 
   저를 종종 꼬신다는 그 아저씨를 예로 들자면 2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포함한 25년이 넘는 직장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한달 급여가 3천 8백 리얄(약 133만원)이라고 합니다... 이 돈으로 아홉명의 자식(분가한 두 명을 제외한...)과 처를 거느리고 살고 있죠...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2천 리얄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나마도 취업을 못한 젊은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겠죠...(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일정수 이상의 사우디 직원을 고용하라고 규정해 놓은 노동법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우디인들의 고용률은 공무원을 비롯한 국영기업에선 96%, 일반 민간기업에선 4% 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 신문에 16살짜리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시가 60만 리얄짜리 집을 반가인 30만 리얄에 급히 경매에 내 놓은 남자가 있었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란 걸 생각해 보면 그 부담감이 어떨지 상상이 될 것입니다... 뭐... 어떤 할아버지는 상징적인 액수인 10리얄(약 3천 5백원)에 두 딸을 출가시켰다고 하는 걸 보면, 그 액수란 것도 어느 정도 조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난한 젊은이들을 결혼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답니다... 종교성이 주관하는 합동 결혼식이라던가, 결혼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지방 기관도 있다고 하더군요... 한 종교성은 가난한 젊은이 21,000명을 결혼시키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2억 리얄(약 7천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과도한 결혼 지참금의 부담을 다소나마 벗어버리고자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주말 결혼”이란 새로운 생활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평일엔 떨어져 자유롭게 지내다가 주말에만 만나서 부부생활을 한다는 거죠... 만나는 횟수는 당사자간의 계약에 따르구요... 아버지를 통해 주위의 친척 중에 정혼상대를 소개받던 전통적인 결혼방식에도 어긋나고, 친척을 벗어난 상대를 물색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주위의 시선이 그리 곱진 않은 것 같긴 하지만요... 결혼 지참금이란게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알려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