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문화] 이슬람력과 그들의 종교적 공휴일

둘뱅 2005. 12. 21. 00:33

   이제 곧 기독교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도 큰 휴일로 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흥청망청하는 맛은 없지만, 그래도 나무들을 못살게 구는 전구들의 향연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그리고 한 해가 가는 것임을 새삼 알려주는 듯 합니다...
   어떤 분께서 요청하신 바도 있고 해서 이번 주제는 이슬람의 휴일입니다....



   우선 이슬람의 휴일을 얘기하기 앞서 우리와는 다른 히즈라력이라 불리는 이슬람력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히즈라력은 이슬람을 포교하던 무함마드와 그의 추종자들이 기득권층에 쫓겨 메디나로 이주한 때를 기원으로 하는 것으로, 원년은 서력 622년 7월 16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태양력이 아닌 태음력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실제적으로는 천문학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육안에 의한 관찰에 근거를 둔 것입니다... 물론, 요즘들어서는 천문학적인 계산에 의해 정해놓습니다만, 라마단과 성지 순례 같은 종교적인 행사에는 관습을 중시하여 육안에 의한 관찰법을 고수하여 하루 정도 일정이 변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지난 호 사진설명에도 있었듯이 기껏 이드 시작한다고 축포까지 준비 다해놓고 달이 눈에 보이질 않아서 이드 시작일을 하루 늦춘다던가...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 히즈라력의 1년은 354일 8시간 48분으로, 29일의 짝수 달과 30일의 홀수 달, 가끔 짝수 달이면서도 30일이 되기도 하는 12월 등 총 12개 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1년이 365일인 서력과 비교를 하자면 11일 정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년 약 10일 정도씩 빨라지게 됩니다... 태양력의 1년을 한바퀴 도는데 36년 정도가 소요되죠... 따라서 라마단, 성지 순례 등 모든 종교적인 행사가 한 여름에 올 수도, 한 겨울에 올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 여름에 라마단이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죠... 해가 길기 때문에...^^) 


   서력과 헤지라력의 연도를 대략 측정하기 위한 공식은...
   G(서력)=H(헤지라력)+622-H/33
   H(헤지라력)=G(서력)-622+(G-622)/32 
   이고, 이에 덧붙여 이슬람력에서의 달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 무하르람 / 2월: 싸파르 / 3월: 라비을 아우왈 
      4월: 라비읏 싸니 / 5월: 주마달 울라 / 6월: 주마닷 싸니 
      7월: 라자브 / 8월: 샤으반 / 9월: 라마단(금식의 달)
      10월: 샤우왈 / 11월: 둘 까으다  / 12월: 둘 힛자 (성지순례의 달)
  그럼 히즈라력에 대한 이해가 간단하게나마 되었으리라 보고, 이제 실질적인 이슬람의 주요 종교적 공휴일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괄호 안의 월일은 히즈라력 기준 월일입니다..)
 
1. 라스 알 암 (1월 1일/공통): 이슬람력의 새해. 참고로 최근 몇년간의 새해는...
    1426년 1월 1일 => 2005년 2월 10일
    1427년 1월 1일 => 2006년 1월 31일
    1428년 1월 1일 => 2007년 1월 20일
    1429년 1월 1일 => 2008년 1월 10일
    1430년 1월 1일 => 2008년 12월 29일
2. 아슈라 (1월 10일/공통이지만 다른 의미): 수니파에게는 자선을 행하는 성스러운 날, 시아파에게는 이맘 후세인의 순교 기념일. 시아파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3. 마울리드 앗 나비 (3월 12일/공통): 사도 무함마드가 태어난 날
4. 라일라트 알 미라즈 (7월 27일/공통): 야간 여행과 승천의 날. 메디나로 이주하기 전 무함마드가 꿈 속에서 가브리엘 천사와 함께 부라끄라는 짐승 등에 타고 예수살렘으로 가 아브라함, 모세, 예수 등 다른 예언자들과 솔로몬 사원에서 예배를 올리고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날. 무슬림들의 하루 예배 회수가 (원래 50회에서 줄어) 5회로 정해진 날이라고도 한다.
5. 라일라트 알 바라아 (8월 15일/공통): 다가오는 해의 운명이 정해지고 죄가 면제되는 밤
6. 이들 피뜨르 (10월 1일~3일/공통): 단식을 종료하는 축제일, 이슬람권의 두번째 큰 명절.
7. 이들 아드하 (12월 10일/공통): 희생제. 아브라함의 희생을 기념하는 날이며, 메카순례의 마지막 날. 이슬람권 최대의 명절로 순례하지 않는 사람들은 양을 바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복날에 견공들이 수난을 겪듯이, 이 날엔 양들이 수난을 겪는다...)
8. 이들 가디르 (12월 18일/시아): 가디르 알 쿰이라는 오아시스에서 무함마드가 최후의 순간에 알리를 그의 후계자로 택한 날이라고 믿는 시아파들만의 공휴일
9. 기타: 종파 등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들이 있다.
 
   이상과 같이 종교적인 주요 공휴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6번과 7번의 양대 명절을 빼놓고는 쉬는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날이 많습니다.. 독립 기념일 같은 날도 잘 안 챙겼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유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서거하는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합니다.. 지난 달 UAE와 팔레스타인에서 그랬죠...
 
   알라가 인간사회에 보낸 예언자들 중 최후의 예언자로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무함마드의 탄생일도 잘 안 쉬는데, 하물며 이슬람적인 관점에서는 알라의 예언자들 중 한 명이라 여기는 예수의 탄신일인 크리스마스까지 챙길 이유는 더더욱 없겠죠...
 
   이러한 전통적인 가치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정부에서 기를 쓰고 막았던 위성방송 등을 통한 무차별적인 서구문명의 유입으로 인해 발렌타인 데이 등의 기독교 행사에 관심을 갖고 초콜렛을 주고받는 청소년들이 사우디에서조차도 늘어나는 등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