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다운타운에 위치한 산에 군인들이 라마단이 끝나고 시작되는 이드를 기념하기 위한 축포를 준비하고 있다.. 바뜨... 기상사정에 따라 끝나는 날이 하루 늦춰짐에 따라 축포 발사일도 하루 연기되고야 말았다... 또한 줌-인 기능이 없었던 카메라에다 군바리들이 무서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찍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들뜬 마음을 안고 외국에 처음으로 여행을 간다고 상상해 봅시다... 열몇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 첫 발을 내딛은 공항 활주로엔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고, 수속을 밟으러 들어간 공항엔 문 연 가게나 불켜진 곳 하나 없이 캄캄한 암흑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어두움 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가이드를 몇시간이고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말이죠... 시작부터 난데없이 왠 청승이냐구요??? 이 황당한 공항풍경이 제가 처음으로 접한 라마단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머리털나고 첨으로 비행기 타고 떠났던 요르단의 암만 근교에 있는 국제공항인 QAIA(Queen Alia International Airport)에서 겪었었죠... 그 후로 지금은 4번째 라마단을 겪어답니다.....
지난 16일부터 이슬람권 전역에 라마단이 시작되었답니다... 평상시와 달리 공교롭게도 2001년엔 미국의 아프간 공습 때문에 새삼스럽게 라마단이란 말이 한국사회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우리나라 신문방송에서 언제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떠드는 거 첨 본 것 같습니다...^^), 무슬림들에게 있어서 라마단은 1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아주 성스러운 기간입니다...원래 라마단은 히즈라력(사도 무함마드가 포교과정에서 기득권층의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천도한 해인 서기 622년을 원년으로 삼는... 지금은 히즈라력 1425년 9월에 해당합니다...)의 제9월에 해당하는 달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 이름이라는 원래의 의미보다는 단식자체를 의미하는 말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답니다... 즉, 라마단은 무슬림들이 지켜야하는 5개의 신앙기둥(샤하다(신앙고백), 쌀라(하루 5번의 예배), 싸움(단식), 자카트(희사), 핫지(성지순례)) 중 하나인 단식을 실행하는 달이기 때문이죠...
주기도문에도 일용할 양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구절이 있는 것처럼(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네요... 죄송~), 라마단의 본래의미는 무작정 한달동안 굶는 게 아니라... 바로 한달간의 단식을 통해 평소에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이해하면서 일용할 양식을 베풀어주신 알라께 감사드리고, 이 마음을 담아 그동안 소홀히 했던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마음을 고취시키고자 하는데 있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까지 하진 않지만, 예전 무슬림 사회에서 부자를 가늠하는 척도가 바로 이 기간(이드를 포함한...)동안 자기 집 앞에 얼마나 큰 상을 차려 어려운 사람들(빈자, 여행자, 노약자 등...)에게 베푸느냐...였다고 하더군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본다면 훼민24던가요???(하루동안 단식하고 성금을 모금하는... 가끔 TV에서도 하던데...) 이 행사의 확장판이라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이러한 이들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생활이 별도로 구분된 우리들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귀찮게 생각하는 하루 5번의 예배도 무슬림들에게 있어선 밥먹고, 똥싸고, 잠자고, 일하는 것과 같은 일상이니까요...
그래서 이 단식은 한달내내 줄창 굶는게 아니라(그랬음 지금까지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동안 굶어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해가 뜨고 지는 동안에만 행해진답니다... 새벽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파즈르 예배(일출에 하는..)를 드린 후 마그립 예배(일몰시에 하는...)를 드릴 때까지 일체의 식음을 금하는 거죠... 이 단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게 아니라 노약자나 여행자, 육체 노동자들은 예외로 둡니다만...(살자고 믿는 거니까... 나중에 정하고 싶으면 라마단달 이후에 벌충해서 채워도 된다고 합니다...) 파즈르에서 마그립까지의 시간(단식하는 시간)은 해마다 달라집니다... 1년이 354일인 히즈라력의 특성 때문에 라마단달이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올 수 있거든요....(지금은 다행스럽게도 늦가을에 하고 있습니다만...)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한여름에 걸리면 어떨지 상상이 가죠??? 여하튼, 해가 질 무렵의 마그립 예배를 드린 후부터는 알라께 감사를 드리고 저녁을 먹고 마시면서 보낸답니다... 아침-점심-저녁의 일상적인 생활리듬이 아니기 때문에 저녁을 먹기 전에 신선한 과일이나 라마단에만 먹는 특별한 튀김요리 등을 통해 허기진 위장을 위로해 주고 나서... 좀있다가 저녁을 먹죠...(2001년의 경우 새벽 5시 이전에 아침을, 오후 5시 50분 전후로 간식을, 저녁 7시 넘어서 저녁을 먹더군요...) 그런탓에 단식월이라 식비가 더 안 들어갈 것 같지만... 생각외로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이것저것 먹으니까요.... 또한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두 하구요...
이러한 종교적인 의미가 있습니다만... 비무슬림들이 겪는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뜩이나 인샤알라를 외쳐대는 일의 진행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거죠... 라마단 기간엔 학업 집중도가 떨어져서 방학을 해야한다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주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신문 기사에 실렸더군요...) 짧아진 근무시간(하루 8시간에서 6시간) 만큼이나 직원들의 근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죠... 첨 며칠간이야 그래도 견디지만, 아무리 저녁에 잘 먹는다고 해도 달라진 생체리듬이라던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낮에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아무래도 게슴치레해지거든요... 눈동자에 생기를 점점 잃어가는... 힘들어하는게 눈에 드러날 정도로 말이죠... 요르단에 있을 땐 별로 못 느꼈는데 여기선 더 심하더군요... 은행이나 병원 등의 근무시간도 오전에 3시간, 밤 9시 넘어 3시간, 이렇게 변할 정도니까요... 한달 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된 다음엔 이드 연휴가 시작되니까 일보기가 더 느려질 수 밖에 없죠... 이드 연휴는 국경일 없는 사우디에서 주말빼고 챙겨먹는 명절인데... 보통 회사들은 3일, 공무원들은 7주일에서 10일 정도 놀거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라마단 기간동안엔 교통사고율이 다른 때보다 높은 편입니다... 특히 마그립 예배 전의 사고율이 무척이나 높죠.... 왜냐구요??? 평소엔 그나마 규칙을 지키던 운전자들도 머릿속엔 빨리 집에 들어가서 예배 드리고 굶주린 배나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거칠게 운전하니까요... 그래서 라마단 들어가기 2주전 정도부터는 교통단속을 무척 심하게 하는 편입니다... 특별히 과속으로 잡지는 않지만... 안전벨트 미착용은 꼭 잡죠...(저도 작년 라마단 시작하는 날 기습 검문에 피하지도 못하고 안전벨트 미착용 딱지 하나 떼였었습니다만...)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라마단 기간 중엔 평소보다 내과에 환자들이 더 몰린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일조시간에 굶었던 거 해 지자마자 폭식으로 해결하다 탈나기 때문인거죠 머...
라마단에만 볼 수 있는 몇가지 풍경들...
1. 마그립 예배 시간 전후로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내 중심가가 황야의 무법자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처럼 황량하게 비어 버린다... 대신 평소보다 식당 주변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2. 길거리에서 라마단에만 먹는 특별한 튀김요리를 내놓고 파는 사람들이 생긴다...
3. 평일 저녁에도 평상시의 주말 저녁같이 사람과 차들로 북적인다...(사우디의 경우...)
4. 발라디야(우리의 동사무소나 구청정도?) 같은 관공서에서도 사람들에게 타무르 같은 것들을 나눠주곤 한다...
5. 평소보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서 거지들이나 외국인 여행객들과 같이 나눠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사실... 말이 좋아 1인분이지 혼자 다 먹어 치우기엔 부담스럽고... 그래서 라마단 기간 중 여행하기도 쉽진 않겠지만 잘 돌아다니다보면 저녁은 공짜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참고삼아 신앙의 다섯 기둥을 얘기하자면, 완전한 무슬림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을 알 수 있답니다... 처음에야 누구나 쉽게 신앙고백(샤하다)을 통해 무슬림으로 입문을 하고, 하루 다섯 번의 예배(쌀라)를 통해 종교적인 내용들과 관습을 익혀 나가며, 한달간의 고통스런 단식 기간(싸움/라마단)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알라 앞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없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마음으로 자카트(사우디에선 세금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만...)를 통해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고, 마지막으로 성지순례(핫지)를 통해 그 믿음과 신앙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거죠...
이런 것들만 놓고 본다면 이렇게 말을 길게 하더라도 당장 공감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앞서서 말했듯이, 이 사람들은 종교가 먹고 자고 똥싸는 것과 같은 하나의 일상으로 그 생활을 유지해 왔고, 우리들의 생활방식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오늘날의 사회상으로 보면야 불편하기 그지없고, 무모한 짓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의 종교적인 자존심만큼은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싶다는 자신들의 신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죠...(그러니까 못 사는 거지...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요...) 그들에 대한 이해없이 다른 사람들의 관념이나 문화를 주관적인 가치관만으로 좋다 나쁘다라는 단순한 흑백논리로 규정짓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램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안 좋은 점을 말하는 덴 상당히 흥분하면서, 오히려 외국 사람들을 싸잡아 취급하는덴 관대한 사람들이 우리들이니까요...
들뜬 마음을 안고 외국에 처음으로 여행을 간다고 상상해 봅시다... 열몇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 첫 발을 내딛은 공항 활주로엔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고, 수속을 밟으러 들어간 공항엔 문 연 가게나 불켜진 곳 하나 없이 캄캄한 암흑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어두움 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가이드를 몇시간이고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말이죠... 시작부터 난데없이 왠 청승이냐구요??? 이 황당한 공항풍경이 제가 처음으로 접한 라마단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머리털나고 첨으로 비행기 타고 떠났던 요르단의 암만 근교에 있는 국제공항인 QAIA(Queen Alia International Airport)에서 겪었었죠... 그 후로 지금은 4번째 라마단을 겪어답니다.....
지난 16일부터 이슬람권 전역에 라마단이 시작되었답니다... 평상시와 달리 공교롭게도 2001년엔 미국의 아프간 공습 때문에 새삼스럽게 라마단이란 말이 한국사회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우리나라 신문방송에서 언제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떠드는 거 첨 본 것 같습니다...^^), 무슬림들에게 있어서 라마단은 1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아주 성스러운 기간입니다...원래 라마단은 히즈라력(사도 무함마드가 포교과정에서 기득권층의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천도한 해인 서기 622년을 원년으로 삼는... 지금은 히즈라력 1425년 9월에 해당합니다...)의 제9월에 해당하는 달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 이름이라는 원래의 의미보다는 단식자체를 의미하는 말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답니다... 즉, 라마단은 무슬림들이 지켜야하는 5개의 신앙기둥(샤하다(신앙고백), 쌀라(하루 5번의 예배), 싸움(단식), 자카트(희사), 핫지(성지순례)) 중 하나인 단식을 실행하는 달이기 때문이죠...
주기도문에도 일용할 양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구절이 있는 것처럼(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네요... 죄송~), 라마단의 본래의미는 무작정 한달동안 굶는 게 아니라... 바로 한달간의 단식을 통해 평소에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이해하면서 일용할 양식을 베풀어주신 알라께 감사드리고, 이 마음을 담아 그동안 소홀히 했던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마음을 고취시키고자 하는데 있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까지 하진 않지만, 예전 무슬림 사회에서 부자를 가늠하는 척도가 바로 이 기간(이드를 포함한...)동안 자기 집 앞에 얼마나 큰 상을 차려 어려운 사람들(빈자, 여행자, 노약자 등...)에게 베푸느냐...였다고 하더군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본다면 훼민24던가요???(하루동안 단식하고 성금을 모금하는... 가끔 TV에서도 하던데...) 이 행사의 확장판이라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이러한 이들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생활이 별도로 구분된 우리들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귀찮게 생각하는 하루 5번의 예배도 무슬림들에게 있어선 밥먹고, 똥싸고, 잠자고, 일하는 것과 같은 일상이니까요...
그래서 이 단식은 한달내내 줄창 굶는게 아니라(그랬음 지금까지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동안 굶어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해가 뜨고 지는 동안에만 행해진답니다... 새벽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파즈르 예배(일출에 하는..)를 드린 후 마그립 예배(일몰시에 하는...)를 드릴 때까지 일체의 식음을 금하는 거죠... 이 단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게 아니라 노약자나 여행자, 육체 노동자들은 예외로 둡니다만...(살자고 믿는 거니까... 나중에 정하고 싶으면 라마단달 이후에 벌충해서 채워도 된다고 합니다...) 파즈르에서 마그립까지의 시간(단식하는 시간)은 해마다 달라집니다... 1년이 354일인 히즈라력의 특성 때문에 라마단달이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올 수 있거든요....(지금은 다행스럽게도 늦가을에 하고 있습니다만...)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한여름에 걸리면 어떨지 상상이 가죠??? 여하튼, 해가 질 무렵의 마그립 예배를 드린 후부터는 알라께 감사를 드리고 저녁을 먹고 마시면서 보낸답니다... 아침-점심-저녁의 일상적인 생활리듬이 아니기 때문에 저녁을 먹기 전에 신선한 과일이나 라마단에만 먹는 특별한 튀김요리 등을 통해 허기진 위장을 위로해 주고 나서... 좀있다가 저녁을 먹죠...(2001년의 경우 새벽 5시 이전에 아침을, 오후 5시 50분 전후로 간식을, 저녁 7시 넘어서 저녁을 먹더군요...) 그런탓에 단식월이라 식비가 더 안 들어갈 것 같지만... 생각외로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이것저것 먹으니까요.... 또한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두 하구요...
이러한 종교적인 의미가 있습니다만... 비무슬림들이 겪는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뜩이나 인샤알라를 외쳐대는 일의 진행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거죠... 라마단 기간엔 학업 집중도가 떨어져서 방학을 해야한다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주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신문 기사에 실렸더군요...) 짧아진 근무시간(하루 8시간에서 6시간) 만큼이나 직원들의 근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죠... 첨 며칠간이야 그래도 견디지만, 아무리 저녁에 잘 먹는다고 해도 달라진 생체리듬이라던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낮에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아무래도 게슴치레해지거든요... 눈동자에 생기를 점점 잃어가는... 힘들어하는게 눈에 드러날 정도로 말이죠... 요르단에 있을 땐 별로 못 느꼈는데 여기선 더 심하더군요... 은행이나 병원 등의 근무시간도 오전에 3시간, 밤 9시 넘어 3시간, 이렇게 변할 정도니까요... 한달 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된 다음엔 이드 연휴가 시작되니까 일보기가 더 느려질 수 밖에 없죠... 이드 연휴는 국경일 없는 사우디에서 주말빼고 챙겨먹는 명절인데... 보통 회사들은 3일, 공무원들은 7주일에서 10일 정도 놀거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라마단 기간동안엔 교통사고율이 다른 때보다 높은 편입니다... 특히 마그립 예배 전의 사고율이 무척이나 높죠.... 왜냐구요??? 평소엔 그나마 규칙을 지키던 운전자들도 머릿속엔 빨리 집에 들어가서 예배 드리고 굶주린 배나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거칠게 운전하니까요... 그래서 라마단 들어가기 2주전 정도부터는 교통단속을 무척 심하게 하는 편입니다... 특별히 과속으로 잡지는 않지만... 안전벨트 미착용은 꼭 잡죠...(저도 작년 라마단 시작하는 날 기습 검문에 피하지도 못하고 안전벨트 미착용 딱지 하나 떼였었습니다만...)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라마단 기간 중엔 평소보다 내과에 환자들이 더 몰린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일조시간에 굶었던 거 해 지자마자 폭식으로 해결하다 탈나기 때문인거죠 머...
라마단에만 볼 수 있는 몇가지 풍경들...
1. 마그립 예배 시간 전후로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내 중심가가 황야의 무법자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처럼 황량하게 비어 버린다... 대신 평소보다 식당 주변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2. 길거리에서 라마단에만 먹는 특별한 튀김요리를 내놓고 파는 사람들이 생긴다...
3. 평일 저녁에도 평상시의 주말 저녁같이 사람과 차들로 북적인다...(사우디의 경우...)
4. 발라디야(우리의 동사무소나 구청정도?) 같은 관공서에서도 사람들에게 타무르 같은 것들을 나눠주곤 한다...
5. 평소보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서 거지들이나 외국인 여행객들과 같이 나눠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사실... 말이 좋아 1인분이지 혼자 다 먹어 치우기엔 부담스럽고... 그래서 라마단 기간 중 여행하기도 쉽진 않겠지만 잘 돌아다니다보면 저녁은 공짜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참고삼아 신앙의 다섯 기둥을 얘기하자면, 완전한 무슬림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을 알 수 있답니다... 처음에야 누구나 쉽게 신앙고백(샤하다)을 통해 무슬림으로 입문을 하고, 하루 다섯 번의 예배(쌀라)를 통해 종교적인 내용들과 관습을 익혀 나가며, 한달간의 고통스런 단식 기간(싸움/라마단)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알라 앞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없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마음으로 자카트(사우디에선 세금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만...)를 통해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고, 마지막으로 성지순례(핫지)를 통해 그 믿음과 신앙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거죠...
이런 것들만 놓고 본다면 이렇게 말을 길게 하더라도 당장 공감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앞서서 말했듯이, 이 사람들은 종교가 먹고 자고 똥싸는 것과 같은 하나의 일상으로 그 생활을 유지해 왔고, 우리들의 생활방식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오늘날의 사회상으로 보면야 불편하기 그지없고, 무모한 짓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의 종교적인 자존심만큼은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싶다는 자신들의 신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죠...(그러니까 못 사는 거지...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요...) 그들에 대한 이해없이 다른 사람들의 관념이나 문화를 주관적인 가치관만으로 좋다 나쁘다라는 단순한 흑백논리로 규정짓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램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안 좋은 점을 말하는 덴 상당히 흥분하면서, 오히려 외국 사람들을 싸잡아 취급하는덴 관대한 사람들이 우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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