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험담]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 (2000)

둘뱅 2005. 12. 15. 22:46

   아랍인들은 우리만큼이나 혈연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름에서도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죠... 아랍인들의 작명법은 보통... 
  본인이름-아버지 이름-(할아버지 이름)-가문 이름...
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압둘 라흐만 무함마드 아짐 하쉬미"라는 이름이 있다면, 하쉬미 가문에서 태어난 아짐의 아들인 무함마드의 아들 압둘 라흐만이란 뜻으로 이름만 들어도 3대와 가문을 알 수가 있거든요... 이 때문에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한국분들 중에 10년 전에 유효기간이 끝난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팀장이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이 분 면허를 새로 갱신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이 생기고 말았답니다... 

   면허과에 서류를 다 넘기고 두시간 너머를 기다렸더니 끝날 무렵쯤 돼서 한 경찰이 가만히 앉아 기다리던 절 보더니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서류를 넘겼는데 아직 안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빨리 조치해주겠다는군요... 얼씨구나! 좋아하고 있었는데... 5분쯤 후에 나타난 경찰이 내일 다시 오라는 거에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서류는 다 완벽하게 준비되었는데, 면허증에 컴퓨터로 이름을 써야하는데 이 이름으로는 도저히 전산처리를 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듣다듣다 이름을 전산처리 못한다는 얘기에 황당해서 좀 책임자에게 물어봤더니, 우린 이름을 4칸에 나누어서 전산처리를 하는데, 이런 식의 이름을 본 적이 없어서 할 수 없으니 여권과에 가서 확인을 받아오라더군요...(관공서 근무시간은 2시 30분이면 끝나거든요...) 

   다음날 여권과엘 갔더랬습니다.. 담당 직원한테 이름땜에 왔다고 하면서 여권사본을 보여줬더니, 이 직원마저도 당황하는 거였어요... 저한테 계속 아버지 이름은 모냐, 할아버지 이름은 모냐.. 이런 것들을 물어보면서 이런 식의 이름도 있어..? 이러는 거에요... 난 도저히 모르겠고, 한국사람 이름은 이렇다고 말을 했더니, 자기네들 끼리 10분이 넘게 토의를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다 해결됐다고 서류를 만들어 주더군요... 그 서류에는 중(본인 이름 자리)-한(아버지 이름 자리)-없음(할아버지 이름 자리)-리(가족 이름 자리)!!! 로 이름을 전산처리가 가능한 4자리 이름으로 풀어놨더라구요... 

   그리고는 다시 면허과로 갔더니, 그걸 보고도 당황해서 한참들 고생하더라구요... 그래서 한시간 넘게 기다려서야 이런 식으로 이름을 전산처리해서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민원인들 잘 안 도와주기로도 유명한 사우디 경찰들이 도와주겠다고 팔뚝 걷었는데도 남들 같았음 10분에 만들걸 이름을 전산처리하는 문제 때문에 이틀이나 걸리고 말았던 경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