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험담] 사우디에서 은행 이용했던 이야기..(2001)

둘뱅 2005. 12. 15. 22:56

  헤지라력 매월 25일이 되면 은행쪽으로 일보러 나갈 때는 평소에 생각하지도 않던 교통체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답니다... 특히, 이곳과 같은 지역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거든요... 직원들 급여 송금시켜주랴, 경리로 자금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예전에 경험했던  이야기입니다... 

 



  
사우디 내에는 Al-Rajhi, National bank, 미국계 은행인 SAMBA(Saudi-AMerican BAnk), 프랑스계 은행인 Al-Bank Al-Saudi Al Fransi 등의 은행들이 있습니다. 이슬람 경제에서는 은행에서 이자를 받는 것도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자가 거의 없는 편이어서 투자의 목적으로 은행에 돈을 넣는 사우디인들은 별로 보기가 힘듭니다... 이자가 없는 것땜에 ATM을 이용할 때도 타은행 카드 갖고도 별도의 수수료 없이 아무 때나 돈을 쉽게 인출할 수 있습니다... 단 다른 은행의 계좌로 송금할 때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은행을 들어가보면 보통은 현금 인출 및 고지서 납부 등 일반 업무를 담당하는 창구와 은행환으로 자국에 돈을 송금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한 창구가 별도로 나뉘어져 있답니다... 물론 이 창구는 하나 정도 뿐이지만요... 주로 사우디인들이 은행에 몰리는 날은 헤지라력 매월 25일을 전후한 월급받는 주에 한해서입니다... 정부에서 자국민에 대해 사정에 따라 매월 일정액의 돈을 주거든요... 이 주만 되면 시골 촌동네 은행가라도 평소에는 볼수 없는 극심한 교통체증(그래봤자 한국에 비할 수는 없지만...)과 주차차량을 감시하기 위한 경찰들로 인한 몸살을 월례행사처럼 앓고 지낸답니다... 물론 은행에서도 사우디인들에게 월급주는 것을 최우선 업무로 진행하구요... 

  한달에 한 주 정도만 혼잡한 국내창구에 비해 은행환을 만들어 주는 창구는 한달 내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답니다.. 창구는 보통 은행당 한 개지만, 돈을 보내길 원하는 외국인들은 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은행도 여러 은행이 있으니까 그렇게 혼잡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왜냐구요??? 은행마다 수수료가 조금씩 틀리거든요... 

   보통 외국 근로자들이 돈을 송금하는 방법은 Telex transfer와 Bank Draft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송금할 경우 보통 다음날이면 해당 구좌에 이체되는 장점이 있지만, 약 50리얄(약 17,000원 정도)이라는 높은 수수료를 물기 때문에 보통은 달러로 송금하는 사람들이나, 비교적 높은 수준의 월급(약 2,000리얄)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그다음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키, 인도,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법이 Bank Draft를 통해 돈을 보내는 것인데, 이는 사우디 리얄을 해당국의 통화로 환전한 후 이를 수표처럼 만들어서 등기우편을 통해 집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1주 이상 시간이 걸리고 가끔 배달사고가 나는게 흠이긴 하지만, 전자의 방법보다는 돈이 적게들어서 보통들 애용하지요... 그런데, 이 은행환을 만드는 수수료가 Al-Rajhi를 제외하고는 비싼 편이라 거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Al-Rajhi로 몰려든답니다... 다른 은행에서는 수수료가 보통 20리얄을 넘는데, 이 은행에서만큼은 5리얄 정도 밖에 안들거든요... 등기우편비 6리얄을 감안한다고 해도, 전신으로 송금하는 수수료의 1/5 수준 밖에 안 되는 거죠... 이들의 평균적인 급여수준이 1,000리얄(약 340,000원 정도)이 약간 안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50리얄의 수수료와 5리얄의 수수료는 엄청난 차이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거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은행(보통 한 개의 전용 창구를 가지고 있는...)에 몰리니까 한달 내내 늘 분주할 수 밖에 없답니다... 

   이곳에서 은행을 이용할 때는 대단한 인내심을 갖고 가야한답니다... 전산망이 열악한 편이어서 가끔씩 전산망이 다운되서 업무가 중단되기도 하고, 느린 전산망 만큼이나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Teller들도 많지가 않아서 한국의 보통 은행에서 1분이면 끝날 일도 5분, 10분씩 걸리는게 예사거든요... 그러다보면 한 3시간 정도 창구에 줄서서 기다렸는데, 예배시간이 되었다고 자기 바로 한두사람 앞에서 끊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일을 다 처리하더라도 직원과 3~4시간씩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한국 같으면야 벌써 한바탕 하고도 남을 상황이지만, 여기서야 뭐... 대부분 사람들은 오늘도 또 그러는가부다...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답니다... 속으로야 벌써 수십번 뒤집어졌겠지만서도... 한동안 외국인 근로자들 월급을 송금시켜줬던 저로서도... 월급날만 돌아오면 (은행에서 시간보낼 생각에)상당히 끔찍해지더군요... 

   보통은 이까마(외국인 거주 허가증)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게 통장을 개설할 수가 있답니다.. 다른 아랍나라들도 그렇지만, 우리와 같은 통장의 개념이 없고 통장을 개설할 경우 구좌주와 구좌번호 등의 정보가 적힌 종이카드 한 장만 달랑 주고 만답니다.. 그럼 구좌 상태는 어떻게 점검하느냐??? 구좌 안에서 출납상황이 생기면, 우편을 통해 그 상태가 배달되기도 하고, 은행에 가거나 해서 확인해 볼 수도 있답니다... 요즘은 이곳 은행들에서도 폰뱅킹이나 인터넷 뱅킹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구요...(뭐... 제가 있는 동네는 워낙 변경지방이라.. 별로 실감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보통 한 은행에서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최대의 구좌수는 3개입니다... 이 3개라는게 리얄 구좌 1개, 달러 구좌 1개, 수표 구좌 1개 각각 하나씩입니다.. 예전에 제 명의의 회사용 리얄 구좌를 개인 구좌와 별도로 만들어 볼려구 했더니, 은행에서 만들 수 없다고 그러더군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은행이 투자의 수단이 되질 않아선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이상하게 여기고 조사 나온다면서 말이죠... 

   아까도 얘기했듯이, 각 은행의 ATM 전산망이 하나로 묶여져 있어서 ATM 카드를 이용한 인출은 왕국 어디서나 은행에 상관없이 24시간 내내 인출할 수 있답니다...(일일 인출 한도액 5,000리얄) 물론 현금 인출 외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면 해당 은행의 기기를 이용해야 하구요...(일일 송금 한도액 20,000리얄) 은행마다 ATM 카드를 만드는 조건이 달라서 SAMBA 같은 곳에서는 돈이 없어도 구좌 개설과 함께 신청이 가능하지만, Al-Rajhi 같은 경우는 구좌에 10,000리얄이 예치되어 있어야만 카드를 만들어 준답니다... SAMBA 같은 경우는 단순한 ATM 카드의 역할만 하기 때문이고, Al-Rajhi 같은 경우는 ATM 카드에 VISA Electron 카드가 접목된 겸용 카드이기 때문이지요... 일단 카드 신청을 할 경우, 카드를 바로 손에 쥘 수는 없고 본사를 통해 제작해서 등기우편으로 보내줍니다... 이 구좌주가 과연 신청한 주소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라는 거죠... 구좌주는 카드를 받은 후에 신청 은행에 가서 핀넘버를 인식시키는 시점부터 사용할 수 있구요.... 지금 제 주머니 속에는 4개의 ATM 카드(제 명의 3개, 타인명의 1개)가 들어있답니다... 다 회사용으로 쓰는 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