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험담] 사우디에서 교통 범칙금 말소하면서 있었던 일

둘뱅 2005. 12. 18. 00:56

 

(사우디의 교통 딱지. 300리얄 짜리다...)

 

 

  사우디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들은 경찰들입니다... 말 많은 사우디 애들조차도 경찰들 앞에서면 꼼짝을 못하니까요... 일반 경찰, 국경 경비대, 종교 경찰 등 종류도 참 다양한데,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찰들이 교통단속 나온 경찰들입니다. 뭐... 워낙 큰 도시 같은 곳은 불법주차 단속을 하는 경찰들도 있지만, 제가 있는 동네엔 일반적인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들만 종종 나옵니다. 
 
   검문은 검문소에서 하는 방법과 불심검문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검문소는 주로 국경 경비대들이, 불심검문하는 곳에는 일반 경찰들이 합니다. 국경 경비대들은 주로 차량 등록증과 신분증을 검사하고, 일반 경찰들은 차량 등록증과 운전 면허증을 검사합니다. 워낙 검문 지점도 빠져나갈 길이 없는 곳에만 위치하고 있어서 피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모든 차량을 다 검문하지는 않고 임의대로 차량을 골라서 검문을 합니다... 차량에 검게 썬팅해서 속이 안 보이는 차, 안전벨트를 안 매고 앞좌석에 앉은 차, 화물을 많이 적재한 차량들이 주로 검문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걸 제외한다면 경찰 맘대로 골라서 딱지를 매기죠... 그냥 기분 좋으면 그냥 보내주고, 않그러면 뭔가 꼬투리를 잡아서 딱지를 뗀답니다... 워낙 무면허가 많아서 면허가 없으면 신분증으로 딱지를 떼죠... 우리 같은 경우라면 일부러 딱지를 떼어서 이를 찢어버리는 조건으로 자기 집에다 전기공급을 요구하는 경찰들도 있을 정도구요... 
 
   일단 딱지를 떼게 되면 벌금을 내는 방법과 바로 경찰서에 찾아가서 경찰들한테 사바사바해서 종이를 찢어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엔 물론 경찰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야하구요...(저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한 장, 국제운전면허증을 모르는 놈한테 떼인 무면허 딱지 한 장이 있었는데, 전자는 벌금 100리얄(약 35,000원)을 납부했고, 후자의 경우는 회사에 가끔 나타나는 사우디 놈 시켜서 아예 찢는 걸로 해결했었답니다...) 이를 무시하고 갖고 있다가는 나중에 출국시에 출국을 거부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여권과에서 출국비자를 안 만들어 주거든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딱지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산망에 이를 입력하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최초에 딱지를 뗀 날로부터 최소한 두세달 이상은 지나야 겨우 올라갈 정도죠... 아니면, 누락되어 버리던가... 이와 관련해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두달 반 전엔가 우리 직원들의 딱지를 말소하기 위해 지잔 지역 교통 경찰청을 찾았습니다... 다섯 달 전쯤인가에 끊은 무면허 운전(300리얄- 약 105,000원)과 안전면허 미착용(100리얄- 약 35,000원) 딱지 세 장이 있었거든요... 아침 10시 쯤에 담당처를 찾아가서 딱지를 조회해 보고는 700리얄을 내라고 해서 돈을 납부하고 딱지를 말소시키러 갔습니다. 그 종이를 보여주면서 언제면 돼냐고 물어봤더니 정오 예배 끝나면 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다리기 시작했답니다... 예배가 끝나고, 1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종이가 나오질 않더군요... 한참을 기다려서 두시쯤이나 되니까 직원이 날 부르더니 이 딱지는 우리 전산망에 등록이 되질 않았으니 나중에 한두달 후에나 와서 말소시키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할 말을 잃고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왔었습니다...

   그리고 두달 정도 지나서 딱지를 뗀 직원 중 한 사람이 귀국을 하게 되어 이를 말소시키기 위해 갔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직원한테 딱지 세 장을 주었는데, 두시가 넘었는데도 종이가 않나오는 겁니다... 분명히 줬는데 말이죠... 계속 얼굴을 아는 직원을 독촉해 봤더니 니가 언제 종이를 줬냐.. 니가 갖고 있는데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면서 오히려 생사람을 잡더라구요... 그러면서 종이가 없다고 발뺌을 하더군요... 분명히 그 놈 손에 쥐어줬는데도 말이죠... 그렇게 다섯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화를 못 이기고 돌아오고야 말았답니다... 담당 무디르(Manager)한테 편지를 쓸 생각으로 말이죠... 직원들한테 말이 먹혀들지 않을 때 무디르를 찾아가는 방법이 제일 빠르니까... 있었던 일을 편지로 만들어서 오후 다섯시쯤에 찾아갔더니, 무디르는 이미 퇴근해 버리고 그 밑에 놈이 하나 있더군요... 편지를 보여주고 사정을 얘기했더니 전산계원한테 가서 조회하게끔 해주더군요... 조회결과는 깨끗!!! 다행이다 싶어서 딱지 원본이 어딨는지 찾았더니, 담당 직원들이 퇴근했으니 내일 와서 찾아가라더군요... 그래서 그 말을 믿고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답니다... 

   다음날 담당 직원을 찾아갔더니 너네 딱지는 자기한테 없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혹시나 등록이 않된 딱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얼굴아는 놈한테 가서 딱지 원본 내놓으라고 했더니, 이따가 갖다 줄테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데요...(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러다 한시간이 훌떡 지나갔습니다... 더 이상은 않되겠다 싶어서 근무중인 진짜 무디르한테 가서 편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설명했더니, 자기 직속 부하직원한테 찾아오라고 명령을 내리고는 저보고는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 부하직원은 이곳저곳으로 딱지 세장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가 한시간 반이 또 지나갔죠... 예배시간을 10분 앞두고는 초조해지데요... 이러다 또 한시간은 더 기다려야 되는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그러다 예배시간을 5분 정도 남겨두고서야 그 부하직원이 돌아왔습니다... 딱지 세장 원본을 가지고 말이죠... 
   
   그걸 건네주면서 무디르가 하는 말이... 자기네한텐 등록을 기다리고 있는 수만장의 딱지가 있다는 겁니다...(요즘 부쩍 검문도 많이 늘고, 별 사소한 이유로 떼는 딱지도 많거든요... 실적 높이기 차원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이 딱지를 조회해 보니 등록이 되질 않아서 (그냥 돌려주면 될 것을...) 오히려 전산망에 등록대기하는 딱지들 속에 넣었다고 하더군요.... 쩌업...!!! 할 말을 잃게 만들데요... 찾아낸다고 수선을 떨지 않았음 어디론가 없어졌던가, 아니면 돈 냈다는 증거가 없으니 벌금을 이중으로 낼 뻔했으니까요... 할 말을 잃은 나를 보면서 담당 무디르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줍디다... 이 세장은 아직도 등록이 않되어 있으니 두세달 있다 사람들 출국하기 전에 말소시키면 된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