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험담] 사우디에서의 운전 (2001)

둘뱅 2005. 12. 15. 22:48

 

  

   한낮에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아스팔트 도로 위를 춤추듯 넘나다니는 모래 알갱이들을 보게 됩니다... 이 알갱이들을 쳐다보면서 끔찍한 여름이 다가옴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쥔장입니다... 얼마전 온도계로 이곳의 온도를 재봤더니 36~7도 정도 되더군요... 오늘의 사우디 이야기는 사우디에서의 운전에 대해서 입니다...



   다른 아랍국가와 마찬가지로 이 곳 사우디도 거의 모든 일처리와 생활습관 등에서 “인샤아알라”, “바으덴” 이 두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운전만큼은... 이 단어를 거의 쓸 필요가 없는... “얄라얄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소 행동패턴으로 보면 운전도 얌전히 할 것 같지만... 운전만큼은 예외인 편이죠... 몇백 킬로를 달려 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는 신호등과 이 무더운 날씨에도 굳건한 아스팔트 도로,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도로 사정 등이 대부분의 이들을 스피드광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하다고나 할까요.. 

   한국에선 운전에 있어서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하지만, 이 곳에서는 상황이 어찌되었건 차 앞머리를 먼저 들이미는 사람이 이기는 곳입니다... 한참 일직선 도로를 달리다보면 차를 추월하면서 중앙선을 넘어 바로 제 차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는 차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가 하면(뭐... 저도 그러긴하지만... ^^), 한참 좌회전 신호를 받아서 좌회전 하고 있는데 바로 눈 앞을 가로질러 가는 차들도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회전로를 돌아 목적지를 향해 길을 들어서려는데, 그 길을 통과해서 다른 길로 가는 줄 알았던 차가 갑자기 후진해 다가와서는 결국엔 그 길로 들어서기까지 할 정도로... 운전대만 잡으면 미친듯한 사우디 사람들의 운전행태 때문에라도 이 곳에서는 엄청난 방어운전을 필요로 한답니다... 우리가 예상하는 행동반경을 뛰어넘는... 거의 곡예에 가까운 운전실력을 보여주죠... 운전을 하다보면 섬찟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사고가 났다하면 차를 걸레 덩어리로 만들 정도의 대형사고들이 많은 편이랍니다... 

   사고가 났다하면 그 길이 어떤 길이 되던지 간에 경찰들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는 경찰들이 와서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서에 가서 문제를 마무리를 짓죠... 끝날 때까지 보통 2, 3시간 넘게 걸리는 편입니다... 그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려지면, 피해자는 차 수리해 주는 곳 3군데를 방문해서 수리 견적을 뽑아낸 후 이 중 하나를 골라 가해자에게 보상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경찰은 사고차량에 대해서 수리소에서 수리를 해도 된다는 수리 허가서를 발부해 줍니다.. 이 종이가 없으면 차를 수리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경찰에 적발되었을 때 사고 은폐혐의로 곤욕을 치룰 수도 있거든요... 

   아무리 운전행태가 가관인 사우디이긴 하지만, 이곳 역시 경찰딱지가 있습니다.. 보통 검문 포인트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갑자기 불심검문 할 때 특히 잘 잡는 편이죠... 안전벨트 미착용, 차량등록증 및 면허증 미소지, 정비 불량 등... 딱지를 떼는 이유는 우리와 비슷한 편이지만 좀더 경찰의 주관이 강해서 허점 투성이라도 딱지를 안 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잡으려고 작정하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기어코 떼고야 만답니다... 요금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경찰서에 가서 벌금 낼 때 경찰과 흥정하기 나름인 면이 많기도 하고... 경찰서에 친구라도 있으면, 딱지를 취소시키고 찢어버릴 수도 있답니다... 벌금을 깜빡 잊고 안 낸다면???? 나중에 출국을 신청할 때 출국이 금지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