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Made in Korea?

둘뱅 2005. 12. 21. 16:43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소위 3세계 지역에 대한 몰이해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부르즈 두바이 건설을 수주한 삼성건설에서 자신있게 내걸은 이 현수막에는 자신들이 지어야 할 건물 이름에 대해서만 2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Burj라고 쓰는 영어단어가 있던가? 아랍어를 로마자화 한 것을 그대로 영어식으로 읽은 듯한 국적불명의 발음이 그 첫번째고, 이 Burj라는 단어가 타워, 탑 이런 류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버즈 두바이타워라는 무식한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타워 두바이 타워라는 뜻이 되니 말이다... 남산을 영어로 Namsan이 아니라 Namsan Mountain이라고 쓰는 것과 모가 다를까?)
 


   예전에 이집트의 시와 오아시스를 여행할 때의 일입니다... 제 홈피를 찾아와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셨겠지만, 이 시와는 카이로에서 서쪽으로 10여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차라리 리비아를 들어가는 게 더 빠른 곳에 위치한 오아시스랍니다... 그 오아시스 안에 두 개의 분교가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중심지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에 있는 학교를 갔었습니다...
   야외수업 중이더군요... 애들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저로서는 얘네들을 사진 속에 담아보고 싶었답니다... 근데... 제 카메라가 줌인-아웃도 없는 완전 수동형이란걸 순간 깜빡했죠... 당연히 얘네들을 잡으려면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꼬마들은 낯선 외국인이 그러고 있으니까 어딘가 숨었다 나오는걸 반복할 수밖에 없었답니다...(우리 학교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딱 이런 분위기...^^) 이러길 10분 정도 반복했더니 수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선생님이 나와선 애들을 한 대씩 쥐어박고는 절 교장실로 데려가더군요...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길 한참 나누다가 교장 선생님이 책상에서 먼가를 꺼내더니 "이게 너희 나라에서 나온거 아니냐?? 잘 쓰고 있다..." 이러면서 보여주시더군요.... 그게 바로 Made in Korea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손톱깎기였답니다... 그전 시리아를 여행하다 여관 할아버지가 한국사람이 주고 갔다며 제게 건네줬던 화투장 보단 훨씬 감동적이더군여...^^
    이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알게 모르게 한국 상품은 전세계 곳곳에 소개되고 소비되어 지고 있답니다... 예전 CIA 자료에 의하면 시리아의 주요 교역국 중 2~3윈가가 바로 외교관계도 없는 우리나라로 나왔을 정도니까요...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우리나라 물건을 봤을 때, 마침 그 사람이 그걸 너무나도 잘 쓰고 있다는 얘길해주면 새삼스럽게 대~한민국!(짝짝짝! 짝! 짝!^^) 사람이란 자부심이 생기는 건 한번쯤은 느껴지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올리는 이 이야기는 바로 아랍지역에서 지냈을 때 이래저래 느꼈던 한국 상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르단에 10개월간 있으면서 이곳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들에게 있어서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삼성, LG와 같은 브랜드더군요...(물론... 월드컵 때는 5:0도 한국의 이미지에 포함됐었지만...ㅠㅠ)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는 LG쪽의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이는 축구 마케팅이라고 하죠??? 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매개체로 해서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썼던 탓이기도 합니다... LG구단 등을 활용해서 이곳 팀과 무료 친선경기를 갖는다던가, 아니면 월드컵 때 공식 스폰서로 홍보를 많이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개는 삼성하면 제품을, LG라고 하면 LG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답니다...
 
   언젠가 도로 연수(전 요르단서 취득해서 바꿨거든요...)를 하는데 강사가 평소 다니던 코스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운전하면서 어딜 가려구 그러나 두고봤더니... 갑자기 전자제품 매장에 차를 세우라더니 횅~하니 나가더군요... 머야~ 왠 땡땡이?? 이러면서 기다리는데 먼가 큰 박스를 하나 들고 나오더군요... 트렁크에 실을 겸 도와주려고 봤더니, 그게 바로 LG 20인치 컬러TV더군요... 그리고는 그날 수업이 끝날 때까지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질 않았답니다... 저녁에 돌아가서 TV구입 기념 파티를 열거라면서 말이죠... 이런 조그만 일에서부터 한국의 이미지는 많이 나아진다고 봅니다... 뭐... 일본어 스피치 대회 열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 일본여행을 거저로 시켜준다거나, 8.15에 즈음해서 원폭투하로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의 비극을 다룬 영화를 요르단 공영방송에서 틀어주게 하는 일본 정부의 외교력 같은 것을 우리 외교통상부에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그때도 일본은 호황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2년 후엔 사우디에 나오게 되었답니다... 그것도 요르단의 암만 같은 대도시가 아닌, 리야드에서 버스타고 18시간이 걸리는 남쪽의 변방지대에 말이죠...(역시 홈피 참조..^^) 이런 변방에 있다보니 이래저래 많이 비교가 되더군요... 바로 그 비교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자동차
   암만 시내에 있을 땐 특별히 외국에 있단 느낌을 받을 수는 없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의 영업용 차량이 국산제품이었고, 복정횟집 같은 마크를 그대로 달고 다니는 중고차량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머... 제가 다니던 자동차 학원 차량도 전부 현대꺼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 곳에서는 한국차를 보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가끔 마티즈나 티뷰론 같은 걸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찾기는 쉽지 않았죠... 거리에서 일본차 발견하는게 더 쉬웠지... 물론, 동네 자체가 한국차를 끌고 다니기엔 도로사정이 험악하다거나 힘이 딸리기도 하고, 얘네들의 생활패턴에 맞는 차량(픽업 같은...)을 만들지 않는다는데 문제는 있었지만... 그보다 더 심했던 것은 제대로 된 쇼룸도 없고, 정비부품점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된 부품을 구하려고 하면 제가 있던 지잔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브하 까지 가야 겨우 구할 수 있을까 말까~ㅠㅠ 그러다보니 고장나거나 사고 후 수리를 생각해 본다면, 구입을 망설여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죠.... 그런 점에 있어서는 토요타를 따라잡을 곳이 없더군요... 왠만한 큰 마을엔 쇼룸을 갖추고 있고, 설사 차가 고장나도 부품 구할 걱정을 않해도 된다는게 매력이거든요...(어떤 조그마한 부품 가게에서도 토요타 부품을 구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까요...) 게다가 튼튼하기까지 하니까요... 그 뜨거운 햇볕과 거친 환경 속에서도 10년 이상을 끄떡없이 쓸 수 있곤 하니까요...(뭐... 12개월 할부금도 다 내기 전에 엔진이 퍼져 버리기도 하는 국내차를 생각해보면...)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돌아오기 몇 달 전부터죠...) 일본차 홍수 속에 있던 도로에 자주 발견되는 새로운 차종이 생겨났답니다... 새로 생긴 반반해 보이는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기아 흰색 옵티마~~~!!! 2년전부터 시장개척을 한다고 사람들을 내보내던 성과가 나타나는가 싶더군요... 나름대로 생각해 보건데 그 작은 성공에는 기아차가 그래도 그 지잔 지역에 예전부터 쇼룸과 정식 부품가게를 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아주 오래된 차종이 아니고서는 그나마 쉽게 부품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뭐, 이 지역엔 대우차 매장도 있었단걸 생각해 보면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성과겠죠...)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나올 때 보니까 현대에선 뒤늦게 쇼룸을 만들고 있었답니다... 요즘은 별도로 조직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2. 핸드폰
   요즘 사우디에서 잘 되는 장사 중 하나가 핸드폰 장사입니다... 얼마전부터 다수의 외국인들에게 완전한 핸드폰을 쉽게 개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놓은 정책이 더욱 불을 붙였죠... 완전한 핸드폰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기존에는 외국인 단독으로 만들 수 있는게 국내 지정 8회선만 걸 수 있는 전화기(일명 패밀리폰)밖에 없었거든요...(물론 문자 메시지 보내기는 상관없긴 하던데...) 머.. 너무하다 싶을지 모르겠지만, 국내서도 외국인이 핸드폰 만드는게 그다지 쉬운 편은 아닐껍니다... 여하튼... 이 떠오르는 핸드폰 시장에서 한국제품은 아직까지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쪽 방식이 우리가 자부하는 CDMA가 아니고, 유럽식인 GSM 방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키아나 에릭슨 등 유럽제 핸드폰의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차든 휴대폰이든 이쪽 사람들은 우리처럼 자주 바꾸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국내 판매방식이 빛을 볼 곳도 아니죠... 이러한 시장에 약점을 안고 뛰어든 것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후발주자로 뛰어든 것이 중소기업인 세원 텔레콤입니다...

   삼성전자는 큰 덩치에 걸맞게 물량공세를 보여주더군요... 이라크의 국민가수 카젬 사히르를 광고모델로 쓰는 파격적인 방법을 택한다던가...(아랍의 다른 국가에서는 모르겠지만, 오락의 개념이 거의 없는 사우디에선 파격적이거든요... 보통 신문광고는 제품 자체를 광고하던걸요...) 그리고, 이미지에 걸맞게 고가 시장에 뛰어들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까진 아랍어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없어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느정도의 한계를 갖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핸드폰 가게 점원한테 삼성꺼 어떠냐고 물었을 때 대답이 "무으랍(아랍어화 하기)"이 문제였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게 왜 문제가 될지는 짐작이 되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한글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최첨단 휴대폰이 들어온다면??? 어떨지 뻔하겠죠~?^^ 그런 점에선 아랍어까지 구현되면서 중저가형의 폴더를 내놓고 있는 세원텔레콤이 약한 브랜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잘 파고 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 핸드폰의 최첨단을 걷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긴 해두요...(아직도 플립형이 강세니까요...) 우리 핸드폰은 급속도로 변하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시장에서 더 큰 빛을 보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삼성도 이러한 장애요소를 제거하고 고가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혀버렸지만요... 이슬람폰을 준비해 재미를 본 엘쥐라던가... 하는 것도 로컬라이징화의 산물이라 볼 수 있겠죠...


3. 먹거리...
   한국과자는 제한된 품목이긴 하지만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랍니다... 그 외진 지잔 지역의 대형 슈퍼에 가면 볼 수 있거든요... 칸쵸니 씨리얼이니 등등의... 가끔은 초코파이 같은 것도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라면은 어느 순간부터 신라면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더군요... 에이전트하고 문제 때문이라던가??? 그나마 가끔씩 신라면이 들어와서 심심치 않았는데, 팔도제품이 들어오고 나서는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더 맛없다고 난리를 치더군요... 그래서 회사의 애꿎은 인도인 주방애들만 구박했으니까요...(왜 신라면을 안 사오냐면서... 시장에 없는 건 생각도 않하고...) 한참 신라면을 구했을 때는 상자를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왔었답니다... 왜냐면 인쇄상의 오류인지 고의인지 아랍어로 라면이 아니라 람즈로 적혀있었거든요...^^ 그 외의 한국 부식은 대도시에 있는 한국슈퍼를 제외하고는 눈씻고 찾아보기가 힘든 편이랍니다... 아~! 약국에 매일 맘마가 들어와있구나....^^


4. IT???
   한국에 들어오던 날 비행기서 얻었던 영자신문에서 의외의 뉴스를 하나 보고는 한국까지 들고와 버렸답니다... 경제면에 생각도 못했던 한컴 리눅스에 대한 기사가 실렸거든요... 사우디 시장에 MS windows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아랍어 지원 OS인 [Hancom Linux OS 3.0 Arabic edition]을 소개했다나요??? 여지껏.. 무수히 많은 오류와 약점에도 불구하고 MS Word를 쓸 수밖에 없었던게 제품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답니다.. 아직 IT 산업의 걸음마 단계도 거치지 않은, 불법 복제품이 만연한 아랍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업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이 MS 제품군이 엄청 비싸다는 것도 복제품을 낳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되었죠... 언젠가 물어보기로 오피스 정품 하나에 약 70만원 정도 한다는데, 보통 애들의 임금수준이 이를 못 따라가거든요...(한달에 35만원 받는 일자리도 못 얻는 사우디 애들도 많고, 보통의 외국인들이라면 반년 이상을 따로 모아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얼마전에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나 했는데, 이노므 워드 땜시 무진장 열 받으면서 했었거든요... 막 소개되던 시점에 들어와서 얼마에 파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 자체는 해볼 만하단 생각을 해 봅니다... 아직 시장이 넓지 않은만큼 해 볼일은 많을 테니까요....^^

 
   이 얘기를 썼던 것이 2년 전의 일이었습니다만,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LG나 삼성 같은 초대형 업체들은 확고한 입지를 세워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데 성공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만, 중소 업체의 경우에는 중국제품의 비약적인 수준 상승으로 인해 그동안 차지했던 많은 자리들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제품군에 해당회는 얘기겠습니다만, 예전의 중국제품은 싸기만 한 쓰레기였는데, 지금은 싸면서도 품질은 한국제와 대등하다는 인식도 널리 퍼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비약적인 발전에 한국인들이 공헌한 것도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구요... 아랍권의 경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아 가격이 구매기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어렵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뭔가.. 또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들고 가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