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이슬람, 종교와 정치 사이의 줄타기

둘뱅 2006. 1. 7. 11:17

 

(이슬람의 포용성을 설명할 때 대표적인 예로 드는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 원래는 몇 차례의 파괴와 재건축을 경험했던 성당이었으나 오스만투르크 세력이 이를 차지하면서 원형 그대로에 이슬람적 색채를 입혀 사원으로 개조해 버렸다... 나중에서야 그 속에 성당의 옛모습이 남아있음이 발견되어 종교적 색채를 지니지 않은 박물관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기독교-이슬람 퓨전양식의 건축물이다...) 
 

 

   흔히 정치와 관련된 일련의 보도, 최근의 황우석 사태와 요즘은 나름의 여론선동세력이 된 네티즌들의 글들을 보면서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힌 우리의 모습을 다시한번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평소에도 대안없이 상대방을 흠집내고 비방하기에 급급했던 세력들의 광기와 이들을 비난하는 세력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상의 경험으로도 어떤 한 집단이 그 조직 내에서 압도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을 때야만 집단적 광기가 발산되어 왔습니다... 비등비등한 상대가 있다면 그럴 수가 없거든요... 자신들이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행했던 행위들은 벌써 달나라로 날려 버리고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 하긴 머... 대통령 선거를 놓고 자신들과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하여 같은 후보를 지지할 때까지 자식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끊어 버리자고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하던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니까 더 이상 할 말은 없겠습니다만, 그러한 사람들이 언론인이요 정치인이랍시고 행세하는 꼴은 정말 가관입니다... 왜 뜬금없이 정치얘기냐구요? 집단의식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역사를 돌이켜 보면 광기에 가까운 집단의식을 보이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인 집단의식과 종교적인 집단의식의 두 가지가 바로 그것이죠... 정치적 광기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뉘면 수구에 가까운 보수우익들이 극성을 부리거나 독재의 장기집권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예로는 매카시즘이란 말을 탄생시켰던 미국의 50년대 초반을 현재의 우리나라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정치인, 또는 정치군인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날뛰었던 것에 비해, 현재의 우리나라는 권력에 눈이 먼 언론이 국민의 여론임을 호도하여 앞장서서 설친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일이죠... (나라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내거는 서양의 보수세력과 자기 자식들은 어떻게서든 빼돌리려고 하는 우리의 보수세력은 분명 다르겠지만요...) 독재자로 인한 것이야 얼마전 몰락한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나, 바로 윗동네 정권, 얼마전까지도 있었던 우리의 군부 독재기를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굳이 차이가 있다면 전자의 경우엔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얼굴에 침뱉는 행위를 하면서도 자신들은 그 잘못이나 오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고(모 아니면 도, 이 극단적인 양분법만이 머릿 속에 담겨있으니까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표에 상대방이 반론하면 빨갱이니, 언론탄압이니 등등의 명목을 내세워 싸잡아 매도하면 그만이니까요...), 후자의 경우엔 나름대로 초기엔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초심을 잃고 후퇴와 멸망의 길로 인도하는 흐름을 타더군요... 종교적인 광기의 대표적인 사례야 말할 것도 없이 인류사의 후퇴를 가져 올 뻔했던 중세의 암흑기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아니면, 요근래 보여주는 우리나라 대형교회들의 종교집회를 빙자한 정치성 집회에서 과시하는 화려한 인력동원 이벤트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배타적인 사고방식에는 "내 말과 반대되는 말하면 죽일 넘~!"이라고 보는 공통점이 있기도 합니다... 집단 따돌림의 출발점이고, 그 덕에 소속 집단을 오히려 후퇴시키기도 합니다만...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샜는데, 이슬람 국가에서의 종교적인 집단의식은 여타 종교와는 또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종교와 정치가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타종교에 비해 이슬람이란 것 자체가 무슬림들에게 있어선 생활 그 자체니까요... 종교의 어두운 면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정치란걸 생각해 본다면, 초창기 종교(+생활)+정치가 하나로 결합한 이슬람 사회가 어떤 성격을 띄게 될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 아래 만인이 평등하고, 빈자를 위해 활동하면서 영역을 넓혀가는 사회주의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종교가 결국엔 추악한 헤게모니 쟁탈전과 학살로 점철되어 버린 역사는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같으니까요... 이러한 변화 속에 나타나는 집단의식은 무슬림들의 사회에서 더욱더 심할 수밖에 없겠지요... 정치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드리우니까요...
 
   정치적인 예로 알라 앞에 모두가 평등한 이슬람 공동체 움마를 꿈꿨던 무함마드의 이상이 사람들의 정치적 야심으로 인해 그의 사후 20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던가, 사회적인 예로 우리가 무슬림을 부정적으로 보게하는 강력한 원인중 하나인 일부다처제의 풍습에 대해 그들에게 물어봤을 때 오히려 우리에게 뭐가 이상하냐고 되묻는 것을 본다면 이러한 가치관이 얼마나 확고한 가를 알게 해줍니다.... 종교가 생활이다 보니 이들의 집단의식은 깨기도 어려울 뿐더러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세하게 됩니다. 이슬람과 상관없지만서도 이들의 오랜 악습상 이쪽 국가에서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명예범죄의 예처럼 외간 남자와 눈 맞은 여자는 가족들이 앞장서서 죽여 버려도 죄를 묻지 않는 것들도 집단의식의 하나의 예가 될 것입니다...

   이슬람 국가, 특히 아랍국가들은 몽골에 의해 지배당하기 전까지는 정치에 의해 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포용성을 발휘하여 끊길 뻔했던 인류의 문화, 과학적인 유산들을 이어오고 발전시켜 오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역할이 없었다면 서양의 르네상스에서 비롯된 근대과학문명도 왕성한 결실을 거둘 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수세기에 걸친 몽고와 투르크 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의 모습은 또다른 변신을 하게 됩니다... 원리주의자들은 과거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청교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원리주의로 회귀하면서 스스로 도태되었다는 스트레스에 배타적인 길을 걷게 되어 과격한 원리주의조직으로 이어졌으니 말이죠...

   어떤 사회든 집단의식이 오랫동안 유지되면 사회는 탄력을 잃고 스스로 침체의 길로 빠져듭니다... 아랍 세계도 그 예외는 아니었죠... 이슬람이라는 종교, 아니 생활을 과감히 벗어던지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점점 자신의 그림자 속에 빠져들고 말았으니까요... 열강의 잇권 다툼에 갈갈이 찢겨진 이들의 역사와 자존심은 석유라는 양날의 검을 만나면서 크게 변해 버렸습니다... 별다른 대처방안이 없던 상황에서의 석유는 보유국들에 대해선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비보유국들에겐 가난을,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유대인들의 전략에 의해 사분오열로 쪼개져 버린 화를 자초하고야 말았으니까요...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산유국들은 더욱 더 보수적인 정책을 취함으로써 벗어나고자 하였습니다... 사우디,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내 미국의 산유국 맹방들은 미국의 정치적 신념과는 전혀 다른 비민주적 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은 먹고살기 위해 종교적 자존심을 버리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개방화의 길로 나섰던 것일테구요... 결국, 현재의 중동지역에서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의 이슬람은 그 순수성을 잃고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했던 그들의 가치관은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위성방송 등 국가에서 통제를 하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미디어들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이슬람적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이들의 집단의식도 약화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이미 정치적 집단의식은 두 차례에 걸친 걸프전 등을 통해 갈갈이 찢겨져 황폐화되어 버렸고... 종교적 집단의식도 나날이 흐려져가고 있습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더욱 보수적인 강경책을 내놓던가, 상황에 따라서는 굴복하고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만... 앞으로 그들은 과연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