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아프간 방문 평화축제~!?

둘뱅 2006. 8. 3. 12:25

   일련의 사람들이 평화축제를 한다고 아프가니스탄에 가 있거나 입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특정 종교단체에 소속된 사람들로 지난 해에도 무사히 진행하였기에 이번엔 좀더 대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란다... 주최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자제 방침, 아프간 정부의 대응은 강제 출국이나 입국 거부, 심지어 일부 아프간 무슬림들은 입국반대 시위까지 벌였다고 할 정도로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주최측은 입국 및 행사강행을 하고 있다...

 

   그 행사의 목적이 그들 주장대로 단순한 봉사활동이고 평화활동이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단체와 관련된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봉사나 평화활동 우선의 순수한 목적을 앞세우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지만, 본인들을 제외하곤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강행은 그 순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주관 단체가 성격이 뻔하고, 우리 정서상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단순한 봉사활동이나 평화활동에 1500여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단체로 목숨걸고 뛰어들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상식아닌가? 심지어 입국을 제지하는 공항에서 "죽어도 이 곳에서 죽겠다!"라고 외치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목적이 순수했을까는 의심받을만하다...

 

  굳이 험한 중동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선교활동이 쉽지 않음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 기독교 (구/신교 포함)가 들어온지 10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략 1/4 정도의 교인만을 확보했을 뿐이다... CIA World Factbook에 의하면 한국에는 26%의 기독교 (구/신교 포함)와 26%의 불교가 양대 종교를 이루고 있으며, 개별의 종교보다 많은 46%의 무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계는 물론이거니와 정치권, 교육계 등 사회전반에서 한국이 기독교 국가인양 온갖 쌩쑈를 해도 3/4의 자국민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보수적인 이익집단의 길을 걷고 있는 한기총 등의 개신교 단체에서 보이고 있는 행동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종교단체라기 보다 자기 뱃속만 챙기는 이익집단으로 인식될 뿐이다.. 오죽하면 개독교라는 속어까지 나올까? 

 

   기존에 갖고 있던 신을 믿는 종교도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선교가 어려운데, 이슬람권은 더더군다나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중동 선교에 비전을 갖고 있는 많은 개신교도들이 갖고 있는 무지함 중 하나가 바로 "이슬람은 종교이자 생활원리 그 자체" 라는 사실이다. 일상생활과 종교생활이 분리된 기타 종교의 신자들에겐 이해 불가한 상황이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두 가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루 다섯 번 예배, 한달 간 단체 단식, 특정기간의 성지 순례, 여성문제 등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왜 자연스럽게 할까? 바로 그것이 그들의 생활 가치관이고,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생활원리이기도 하다... 요즘들어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이러한 원리가 변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으로 남아있기에 스폰지처럼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는 것보단 시간이 걸릴 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는 바로 무슬림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단순히 하나의 종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익숙해져 온 생활 가치관이나 원리 그 자체를 바꾸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종교가 아무리 진실하다고 해도 남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종교가 관용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교행위 그 자체에는 배타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 그들의 가장 큰 맹점이자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슬람은 생활 그 자체의 원리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종교보다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다 같이 예배하고, 단식하고, 성지순례하고, 기부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를 공유하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의 정치적으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철저하게 분열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종교로의 개종은 이러한 공동체 의식의 부정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에 더욱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그려진 살라웃 딘의 모습처럼 무슬림들은 서로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끊임없는 신뢰를 보이지만,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겐 철저하게 보복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아랍국가에도 기독교나 다른 종교 신자들이 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선교하거나 이슬람에 대해 도발하지 않는 한 탄압을 가하지 않는다... 물론 그 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벌인다면, 그만큼 표적의 대상이 되기 싶다... 자신의 공동체를 와해하거나 분열시키려 드는데 두 손 들어 환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프간은 여전히 치안이 불안한 나라다... 게다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지만, 기독교를 앞세운 미국에 의해 유린당한 나라기도 하다... 기독교, 혹은 유대교를 믿는 나라들에 의한 공격으로 이라크가 유린을 당했고, 팔레스타인은 피폐해졌으며 그 여파가 레바논으로 커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무슬림들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3대 이라크 참전국 중의 하나기도 하다...

 

   이러한 반감은 김선일씨 사건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적인 미군업체에 납품하는 기독교 계열의 회사라는 사실이 원리주의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피하고 싶었으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가장 최선의 마무리는 이 정도 선에서 끝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피해를 막는다는 실리도 챙기고, 위험한 땅에 평화활동을 벌이려했다는 명분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상황일테니까...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최측은 정부 탓하지 말고 자신들의 무지함과 오만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그럴 경우 자신들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무능한 정부네, 야만스런 이슬람이네... 이렇게 떠들고 길길이 날뛰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