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우디 통일전쟁 (1) 압둘아지즈의 귀환과 자발 샴마르 토후국 멸망 (1902~1921)

 

 

(사우디 통일전쟁과 건국의 주인공,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젊은 시절 모습)

 

사우드 씨족의 어린 지도자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1902년 제2사우디 국가의 수도였던 리야드를 재탈환하고 제3사우디 국가인 네즈드-하사 토후국 (Emirate of Nejd and Hasa, 또는 리야드 토후국 Emirate of Riyadh)을 건국하면서 30년간의 기나긴 통일전쟁에 들어갑니다. 

 

압둘아지드 알 사우드는 자발 샴마르 토후국으로부터 나머지 네즈드 지역과 알하사를 빼앗으며 영토를 확장시켜 나가다가 결국엔 1921년 자발 샴마르 토후국을 멸망시키고 국명을 네즈드 술탄국 (Sultanate of Nejd)으로 바꾸고 자신을 아미르 대신 술탄이라 칭하였으며, 아시르와 하쉼 씨족이 지배하던 헤자즈 지역까지 손에 넣은 1926년 국명을 다시 한번 네즈드-헤자즈 왕국 (Kingdom of Nejd and Hejaz)으로 바꾸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나가 알하사와 까티프 지역까지 손에 넣은 후 1932년 9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왕국 (The Kingdom of Saudi Arabia)의 건국을 선포하면서 30년간의 통일전쟁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이끈 30년 간의 통일전쟁기는 사우드 씨족, 라쉬드 씨족, 하쉼 씨족 등 아라비아 반도 내 3대 씨족들간의 주도권 쟁탈전 뿐만 아니라 오스만 제국의 붕괴와 제1차 세계대전 등 세계사적인 이벤트와 같이 맞물려 있는 혼란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사 시리즈]

     1부: 제1사우디 국가 (1744~1818) (1) 건국배경

     2부: 제1사우디 국가 (1744~1818) (2) 건국과 세력확장, 성지파괴, 그리고 멸망

     3부: 제2사우디 국가 (1818~1891): 내부 분열로 홍역을 앓았던 네즈드 토후국

     4부: 자발 샴마르 토후국 (1836~1921): 사우드 씨족에 맞서다 굴복한 라쉬드 씨족의 국가

     5부: 사우디 통일전쟁 (1) 압둘아지즈의 귀환과 자발 샴마르 토후국 멸망 (1902~1921)

     6부: 사우디 통일전쟁 (2) 헤자즈 왕국 합병과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 (1921~1932)

     7부: 사우디 통일전쟁과 건국의 또다른 주인공, 베두윈들의 종교적 민병대 이크완

 

 

1. 통일전쟁의 서막: 사우드 씨족의 쿠웨이트 망명과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리야드 탈환

1891년 제2사우디 국가가 자발 샴마르 토후국에 멸망하면서 리야드에서 좇겨난 마지막 이맘 압둘라흐만 이븐 파이살 알 사우드과 그의 추종세력들은 여러 곳을 거쳐 1893년 오늘날의 쿠웨이트에 망명하게 됩니다.

 

와신상담하며 힘을 키우던 압둘라흐만의 젊은 아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1901년 쿠웨이트 지역을 통치하던 아미르에게 리야드를 공격하겠다며 병력과 군수물품 지원을 요청합니다. 마침 자발 샴마르 토후국과 여러차례 전쟁을 치루며 갈등을 빚고 있던 쿠웨이트 아미르의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말들과 무기들을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원해주었던 병력의 숫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쿠웨이트에서 리야드까지 계속되는 여행 속에서 40여명 정도가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귀환을 알린 리야드 전투의 무대가 되었던 알마스막성)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와 그의 군사들이 리야드에 도착했을 때, 소수의 병사만 남아있었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최단 시간 안에 알마스막성 (Al-Masmak Castle)을 점령하고 리야드를 지배하던 이븐 아즐란을 살해하는 것만이 리야드를 탈환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게 됩니다.

 

1902년 1월 13일 새벽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와 그의 군사들은 알마스막성에 성공적으로 잠입하여 파즈르 예배 후 리야드를 다스리던 이븐 아즐란을 생포해서 살해하고 그의 목을 리야드 시민들에게 던지면서 사우드 씨족의 귀환을 알리게 됩니다. 단, 몇십명의 소수병력 만으로 리야드 전투 (Battle of Riyadh)라 불리는 리야드 쟁탈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라마단 기간 중 야간 식사와 단식이 시작되는 즈음의 느슨한 분위기를 노렸던 것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병력만으로 리야드 재탈환에 성공하면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자신이 리더쉽, 용기와 행운을 갖춘 새로운 통치자가 될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으며, 사우드 씨족 국가의 부활을 의미하는 제3사우디 국가인 네즈드-하사 토후국을 건국하며 통일전쟁 시대의 서막을 엽니다. 일부 사가들은 리야드 토후국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2. 제3사우디 국가: 네즈드-하사 토후국, 또는 리야드 토후국 (1902~1921)

(제3사우디 국가, 네즈드-하사 토후국의 국기. 제2사우디 국기와 동일하다.)

 

까심지역 쟁탈전: 제1차 사우디-라쉬디 전쟁 (1903~1907)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리야드를 재탈환하고 네즈드-하사 토후국을 세워 전열을 가다듬은 후 이듬해인 1903년부터 세력확장에 나서면서 까심지역 쟁탈전이라고도 불리우는 4년간의 제1차 사우디-라쉬디 전쟁에 돌입합니다. 전쟁 초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도발에 경악한 자발 샴마르 토후국과 동맹국인 오스만 제국은 연합군을 파병하여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군을 크게 궤멸시키지만, 1904년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압둘아지즈 알 샤우드는 게릴라전으로 부대를 재편성하여 연합군에게 효율적인 타격을 가하며 전세를 뒤집기 시작합니다. 

 

단 2명의 군사만을 잃고 370명의 적군을 죽이며 까심 지역의 우나이자를 탈환한 우나이자 전투 (Battle of Unaizah, 1904년 3월), 2만명 대 1만 2천명이라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900명의 아군을 잃고 1300명의 적군을 잃게 만든 후 바카리야 마을을 탈환하여 까심 지역으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세력이 미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바카리야 전투 (Battle of Bakariyah, 1904년 6월 15일)와 두 배 이상의 병력차를 국복하고 까심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 쉬나나 전투 (Battle of Shinanah, 1904년 9월 29일)에서의 계속된 승리는 자발 샴마르 토후국-오스만 제국 연합군을 라우다 무한나까지 철수시키는 쾌거를 올리며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리야드 국립박물관에 진열된 당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베두윈들의 생활상)

 

제3사우디 국가군과 자발 샴마르 토후국-오스만 제국 연합군 사이의 전쟁은 1906년 4월 12일 펼쳐진 라우다 무한나 전투 (Battle of Rawdat Muhanna)에서 승패가 갈리게 됩니다. 쉬나나 전투에서 패배한 후 자발 샴마르 토후국의 아미르 압둘아지즈 빈 무타입은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 맞서기 위해 까심 지역의 지도자들과 새로운 동맹을 맺을 계획을 세우고, 이를 눈치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라쉬드 씨족의 동맹이 커지기 전 궤멸시키기 위해 이브라힘 빈 아낄을 사령관으로 하는 군대를 파병하여 라쉬드 씨족을 지원하는 까심 지도자들의 병사와 오스만 제국 동맹군을 궤멸시키고 아미르 압둘아지즈 빈 무타입을 죽이는데 성공합니다. 이 전투에서의 승리로 국력 약화로 자신을 추스리기에도 벅찼던 오스만 제국군은 1906년 10월말 네즈드와 까심에서 철군하게 됩니다. 

 

라우다 무한나 전투를 마무리하던 와중에 까심지역을 통치자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게 맞섰던 자신의 사촌이 처형되는 것을 지켜본 아부 알칼릴은 사촌의 죽음을 보복하기 위해 자신이 모시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 대한 반란을 도모하게 됩니다. 아부 알칼릴은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게 패했던 라쉬드 씨족, 무타이르 씨족의 통치자 파이살 알 두와이쉬와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를 도왔던 이크완군과 새로운 동맹을 맺고 사우드 씨족군과 타라피야 전투 (1907년 9월 24일)를 치루지만, 결국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승리로 끝나면서 4년간의 까심지역 쟁탈전은 끝을 맺게 됩니다.

 

1913년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알하사와 까티프를 제3사우디 국가의 영토에 편입시킵니다.

 

 

(알하사와 까티프를 합병시켰다는 것은 동쪽의 걸프만을 이용할 수 있게되었다는 의미다. 역시 리야드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던 당시 선박의 모형)

 

 

제1차 세계대전: 영국의 공수표 남발, 다린 협정과 후세인-맥마흔 서한 (1914~1918)

아군이 필요했던 영국은 비밀 요원이자 탐험가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를 최초로 접해 친구가 되었던 캡틴 윌리엄 헨리 어빈 셰익스피어 (1878.10.29~1915.01.24)를 통하여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와 친분을 맺기 위해 공을 들였고, 그 결과로 다린 협정 (Treaty of Darin)을 맺게 됩니다. 후세인 이븐 알리에게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 (1888.08.16~1935.05.19)가 있었다면,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게는 캡틴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던 셈이었지요.

 

 

(왼쪽이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오른쪽이 그의 영국인 군사 고문역 캡틴 셰익스피어)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와 영국을 연결한 매개체가 되었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영국인 군사 고문역이었던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자르랍 호수에서 오스만 제국의 지원을 받은 라쉬드 씨족과 영국의 제원을 받은 사우드 씨족이 맞붙은 자르랍 전투 (Battle of Jarrab, 1915년 1월 17일)에서 라쉬드 씨족의 손에 의해 전사합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영국의 관심과 지원은 네즈드 지역을 통치하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서 헤자즈 지역을 통치하던 그의 라이벌인 메카의 샤리프 후세인 반 알리 (1854~1931.06.04)에게 옮겨가게 됩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죽음으로 양국의 관계가 소원해지던 와중에도 1915년 12월 26일 페르시아만의 다린섬에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와 영국의 대리인으로 나선 퍼시 콕스 경 (1864.11.20~1937.02.20)이 서명한 다린 협정은 사우드 씨족이 통치하는 영토를 영국 보호령 하에 두고 그 경계를 명확히 한 것으로 영국이 이를 추진한 것은 사우드 씨족이 아라비아 반도 전역을 장악하는 사태를 막고 쿠웨이트, 카타르와 트루셜 스테이트 (UAE의 옛 명칭)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협정에 따라 이들 영토를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메카의 샤리프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린 협정은 사우디 사상 최초의 국제적인 협정이자, 아라비야 반도에 국경이란 개념이 소개된 것으로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키치너 공 (1850.06.24~1916.06.05)은 메카의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에게 오스만 제국에 대한 분쟁을 일으키는데 도와달라며 그를 자극했고,  후세인 빈 알리는 그 댓가로 정치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원하게 됩니다. 후세인-맥마흔 서한 (1915.07.14~1916.01.30)을 통해 헨리 맥마흔경은 후세인에게 대영제국을 도와주는 댓가로 영국 보호령을 제외한 이집트와 페르시아 사이에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 등 아랍 국가들의 독립을 보장해줄 것을 약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익히 알려졌다시피 유대인들과 사이코스-피코 협정을 맺어 오늘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죠.  

 

영국은 다린 협정에 따라 사우드 씨족의 영토를 영국의 보호령 하에 두었으며,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오스만 제국의 동맹인 자발 샴마르 토후국에 대한 전쟁을 재개했습니다. 한편 후세인 맥마흔 서한에 따라 메카의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는 오스만 제국에 대한 아랍 반란 (Arab Revolt)를 일으키게 됩니다.

 

 

(역시 리야드 국립박물관에서 본 당대의 병장기와 물품들)

 

 

제1차 네즈드-헤자즈 전쟁, 혹은 제1차 사우디-하쉬미 전쟁의 배경

알쿠르마 분쟁이라고도 불리는 제1차 사우디-하쉬미 전쟁은 1918년~1919년 사이에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이끄는 네즈드-하사 토후국군과 후세인 이븐 알리가 이끄는 헤자즈 왕국 (Kingdom of Hejaz)군 사이에 벌어진 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아라비아 반도의 패권을 놓고 헤자즈 지역을 다스리는 하쉬미야 씨족과 네즈드 지역을 다스리는 사우드 씨족 간의 피할 수 없는 역사적인 갈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하쉼 씨족이 사도 무함마드의 직계 혈통으로 메카와 메디나를 지키고 있어 종교적으로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라비아 반도 서부만을 지배하고 있기에 세력확장을 위한 초석이 될 중심부인 네즈드 지역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었고, 종교적으로 아무런 근본도 없는 사우드 씨족은 앗셰이크 씨족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이슬람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원리주의를 앞세워 나름의 종교적 명분을 갖추기는 했지만 부족했던 정통성을 성지 탈환으로 메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기에 굳이 이 건이 아니더라도 양 측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1920년대 초 후세인 빈 알리의 모습. 이미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게 무너진 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유럽과 관련된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아랍인들의 민족자결주의를 추구하자며 메카의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 자발 샴마르 토후국, 쿠웨이트에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첫 2년간 어느쪽에도 관여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은 반면, 메카의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는 영국의 힘을 업고 자신을 "아랍인들의 왕"이라고 칭하며 오스만 제국에 대한 아랍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아라비야 반도 전체의 왕이라 칭하는 후세인 빈 알리의 이런 행동에 격앙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네즈드와 헤자즈의 경계를 명확히 하자는 협상을 요구했지만, 후세인 빈 알리는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를 모욕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양측의 정치적 분쟁으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종교적 정통성에선 우위에 있는 후세인 빈 알리 입장에서 보자면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힘 좀 쓰는 동네 골목대장 정도로만 여겼겠지요.

 

처음엔 불개입을 주장했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도 디린 협정을 계기로 제1차 세계대전 후반 2년간은 후세인 빈 알리와 함께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는 영국을 지원하게 됩니다. 1917년 12월 오스만 제국의 우방이었던 자발 샴마르 토후국을 공격하던 영국군은 자신들을 돕기 위해 행동을 취해달라며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를 설득하였고, 그는 댓가로 영국군에게 무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영국군이 자발 샴마르 토후국보다 팔레스타인쪽에 더 많은 신경을 쏟는 것을 보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후세인 빈 알리가 개입하여 자발 샴마르 토후국과 평화협정을 맺게 됩니다. 이에 반발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1918년 가을 자발 샴마르 토후국을 침공하기 위한 5000여명의 병력을 조직하지만, 영국의 중재 요청으로 뜻을 접습니다.  

 

 

알쿠르마 분쟁과 투라바 전투 (1918.07~1919.07): 사우드 씨족과 하쉼 씨족 분쟁의 터닝 포인트

네즈드와 헤자즈를 잇는 길목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하쉼가의 통치 하에 있었던 알쿠르마 오아시스의 아미르 칼리드 븐 만수르 븐 루와이가 사우드 씨족 편에 붙자 1918년 7월 후세인 빈 알리가 알쿠르마 오아시스를 봉쇄하면서 양측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되었습니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자신에게 귀의한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 이크완군을 파병하였으며, 하쉼 씨족군을 물리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후세인 이븐 알리는 알쿠르마 오아시스를 놓고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였으며, 정치적인 갈등에서 시작되었던 양측의 분쟁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네즈드 지역의 와하비즘와 정통 순니 하쉼가문의 대결이라는 종교적 종파 차원으로 확전됩니다. 후세인 빈 알리는 알쿠르마 오아시스를 탈환하기 위한 또다른 원정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하는데, 양측의 분쟁을 알고 있었던 영국은 그간 우호적으로 지내왔던 하쉼 씨족을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이 판단하기에 하쉼 씨족은 자신들의 지원을 업고 세력을 급성장시키는 것처럼 보였던 반면,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소홀히 했던 사우드 씨족의 힘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1919년 5월 21일 압둘라 빈 후세인이 이끄는 하쉼 씨족의 군대가 알쿠르마 오아시스에서 80마일 정도 떨어진 투라바 오아시스를 봉쇄하고 약탈하자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하쉼 씨족에게 투라바에 더 머물거나 알쿠르마로 진격하게 되면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게 됩니다. 물론 양측 모두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만.... 투라바에 진격한 술탄 빈 바자드, 하무드 빈 우마르와 칼리드가 이끄는 이크완군은 5월 25~26일 양일 간에 걸쳐 하쉼 씨족의 야전캠프를 기습공격한 결과로 단 몇시간만에 수백명의 전사자와 수천명의 탈출병이 발생하면서 하쉼 씨족군이 궤멸되었고, 지휘자인 압둘라 빈 후세인도 전장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군의 대승으로 끝난 투라바 전투를 계기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와 팽팽하게, 때로는 우월적인 상황에서 맞섰던 후세인 빈 알리가 급격하게 쇠락하면서 양 씨족간 분쟁에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1919년 7월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투라바 전투에서 대승한 기세를 이어 헤자즈를 직접 칠 준비를 갖춘 채 1만명의 군사와 함께 투라바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7월 4일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에게 후세인 빈 알리와 휴전하고 네즈드로 돌아가라는 영국의 최후통첩이 떨어지고, 영국과 상대할 생각은 없었던 그는 휴전협정을 받아들인채 철군하게 되면서, 양 씨족의 휴전은 1924년까지 지속됩니다.

 

 

 

(리야드 국립박물관에서 본 북부 네즈드 지역의 건물 양식)

 

하일 정복전: 제2차 사우디-라쉬디 전쟁 (1921)- 라쉬드 씨족의 몰락

후세인 빈 알리가 이끌던 하쉼 씨족을 어느정도 궤멸시키고 헤자즈 지역과의 서부전선을 안전하게 다져놓은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이크완과의 연합군을 이끌고 마지막 아미르 압둘라 빈 무타입이 통치하고 있던 자발 샴마르 토후국을 침공하여 1921년 11월 2일 항복한 자발 샴마르 토후국을 멸망시키고, 그 후 이름을 바꾼 네즈드 술탄국과 합병시켜버리면서 한때 아라비야 반도를 호령하며 사우드 씨족을 위협했던 라쉬드 씨족은 아라비야 반도에서 그 세력을 잃게 됩니다.

 

 

(다큐멘터리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일생- 사우디 통일 1부)

 

 

참조: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