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울라] 멀고도 헤맸던 알 울라로 가는 길, 그리고 얼떨결에 발견한...

둘라의 마다인 살레 유적지 탐방기

01. 멀고도 헤맸던 알 울라로 가는 길, 그리고 얼떨결에 발견한...

02. 마다인 살레 호텔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방문허가 받기

03. 사우디 최초의 세계 유산 마다인 살레는 어떤 곳일까?

04. 마다인 살레 (1) 무덤 유적들...

05. 마다인 살레 (2) 메카에서 이스라엘을 이었던 히자즈역의 흔적..

06. 마다인 살레 (3) 나바테안인들은 어떻게 물을 저장했었을까?

07. 마다인 살레 (4) 까스르 빈트와 그 주변의 풍경

08. 마다인 살레 (5) 홀로 외딴 곳에 독야청청 서 있는...

09. 마다인 살레 (6) 내부가 넓었던 어떤 무덤

10. 마다인 살레 (번외) 가이드 추천 포토 존~!

11. 황폐화된 과거의 흔적 알 울라 옛마을

12. 알 울라 옛마을을 지키던 알 울라성, 그리고 위에서 보는 풍경..

13. 돌아가는 길, 그리고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며...

 

 

이번 이드가 다가오면서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우연찮게 들었던 알 울라에 있다는 유적지 마다인 살레였습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은 역사적인 유적지라곤 찾기 힘든 사우디에서 유네스크 세계유산에 처음으로 등록된 곳이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라고 쓰고... 무계획이었던...) 가장 헷갈렸던 건 그곳에 입장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인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로컬인들에게 살해당한 사건도 있다고 해서 방문 전에 리야드에 신원정보를 보내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전에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어떤 이들은 그냥 가서 입구에서 이까마 보여주고 등록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얘기가 정반대였으니 말이죠. 조금 늦게 생각했던터라 이드 즈음해서 알아보니 이미 담당 부처가 휴가에 들어가서 승인을 받으려면 사전 승인은 이드 끝난 후에나 재개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상태습니다...

 

하지만... (무계획이었기에...) 바로 전날 그냥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으면 다행이고, 안되면 바람쐬러 간 걸로 위안을 삼자... 머 이런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던 것이죠... (바람 쐬러 갈 곳이 아닐 거리란 건 다녀오면서 확실하게 알았지만요...)

 

그럼 과연 알 울라는 어디에 있느냐??? 아래 지도를 보시죠...

 

 

 

 

화면 하단 중앙부에 보이는 My Office라고 쓰여진 아이콘이 제가 있는 곳, 그리고 화면 좌측 상단에 보이는 알 울라 아이콘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입니다. 대충 주변 색깔로 봐서는 대충 주변이 산동네라는 건 알 수 있겠네요. 이렇게만 꽤 먼 거리 같지만, 그래봤자 사우디의 일부일 뿐입니다. 사우디 지도로 놓고 볼까요?

 

 

(넓고도 넓은 사우디 땅.... 그러고보니 서부 라인은 주로 산악지대가 많은 탓인지 꺼~~멓다..)

 

 

그래서 가기로 결정한 루트는 5번 고속도로를 타고 얀부에 가서 328번 국도를 타고 쭈욱 올라가다 메디나에서 올라오는 375번 국도에 합류해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몇 가지 루트를 듣긴 했는데, 그나마 빠르고 주요 도로인 매디나 루트는 무슬림이 아닌 관계로 매디나 주변으로만 몇 십키로를 더 돌아서 가야하기에 귀찮아서 포기하고, 움루즈를 거쳐 가는 길은 왠지 꽤 멀것 같아 그나마 괜찮아 보여서 택한 것이었죠. (주요 도로라고 설명한 이유는 막상 다녀보니 길 안내판을 찾기가 너무 쉬웠던 탓에.....^^ 그에 비하면 정말 뜬금없이 나타나던 알 울라 안내판은 좌절 그 자체;;;;;)

 

아침에 일어나서 빵 하나와 우유 한 잔을 아침으로 먹고 아침 8시 반경 길을 나섰습니다. 동행자 없는 단독여행길입니다. 1박2일 아니면 2박 3일을 예상하고 (계획이 아니라...) 출발한 것이었죠. 이드 첫 날 아침이라 그런지 도로는 무지 한가합니다...

 

 

(모래 바람 지역임을 알려주는 안내판, 5번 고속도로로 이동하다 보면, 이것 외에도 안개가 낄 때는 시속 15키로로 달리라는 경고 안내판도 있다.)

 

 

숙소에서 300여키로를 달려 첫번째 목적지인 얀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얀부라고 부르는 도시의 정식 이름은 "바다의 얀부"라는 의미의 "얀부 알 바하르" 입니다. 바다에 접해있는 항구도시이기 때문이죠. (길 안내판에 얀부 주변에서 얀부 알 바하르가 보이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328번 국도는 얀부에서 또 다른 얀부로 거쳐 아이스를 통해 알 울라로 이어지는 375번 국도와 합류하는 가는 길입니다. 얀부 알 바하르에서 약 50여킬로 떨어진 곳에 "대추야자나무가 나는 얀부"라는 의미의 "얀부 알 나킬"이란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얀부도 사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328번 국도는 어떻게 찾을까 고민했었는데, 이번에 구입한 아이폰이 도움이 되네요. 구글맵으로 진입로를 확인하고 국도에 접어들어 얀부 알 나킬을 향해 갑니다. 국도 초입의 도로 안내판에는 알 울라까지 451키로가 남았음을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1,5배를 더 가야 합니다... (그리고.... 알 울라 표지판을 발견한 건 150키로 남았다는 안내판이었습니다... 네... 약 300여 키로의 구간 동안 알 울라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을 못 봤던 것입니다;;;;;)

 

 

(사막다워 보이는 풍경과 더불어 외부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을 뿐이고...)

 

 

328번 국도를 접어들어 달리다 보니 차량 계기판에 보여지는 외부 온도가 확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젯다에서는 40도를 어쩌다 찍는데, 42도, 43도.... 47도까지 쭈욱 올라갑니다. 전에 카미스에서 젯다로 오는 길에 봤던 43도를 가볍게 넘는 온도입니다. 젯다보다 훨씬 덥다는 얘기죠... 정오 즈음이라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는데 돌아올 때 보니 저녁 5~6시 경에도 가볍데 45도를 찍어주고 있었을 정도니까요...

 

 

(정말 다니는 차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오후 2시경 얀부 알 나킬을 지나 아이스로 향하는 길에 있는 작은 마을에 문을 연 식당이 있어 들어가 봅니다. 그런데 식당주인이 닭은 있는데 밥이 다 떨어졌다고 하네요... 사우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흠이나 캅사는 닭과 밥이 같이 나오는 음식이거든요. 그래도 식당주인에게 닭 반마리만 달라고 합니다. 안 먹고 가기엔 뜨거운 날씨에 너무 배가 고팠고, 안그래도 밥까지 먹으면 그야말로 퍼져서 힘들것 같았던 터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무엇보다 초행길이니까요... 

 

 

(밥은 없다면서 닭은 열심히 굽고 있다...)

 

 

허겁지겁 밥...아니 통닭 반마리를 먹고 손을 닦으러 세면장에 가 수도꼭지를 열었는데, 손을 닦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미 50도를 가볍게 넘었을 뜨거움 속에 물탱크가 충분히 달아오른 상태였기에 그야말로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졌으니까요;;;; 그렇다고 냉온수 변환장치 따위가 있을 리도 없고....

 

 

(식당 뒤에 있는 간이 세면장. 기름기 많은 음식을 손으로 먹기에 비누 대신 세제를 주로 쓴다.)

 

 

건단하게 허기를 면하고 구글맵에 의존해서 잘 오고 있음에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습니다만.....

 

 

(차도 없고, 인적도 없고, 안내 표지판은 더더욱 눈씻고 찾기 힘들었던....)

 

 

이 즐거웠던 마음이 패닉상태로 바뀐 건 그야말로 순간이었습니다. 아이스까지는 잘 갔는데, 검문소를 지나서 바로 있는 우회전 포인트를 놓치고 그냥 직진해 버린 것이죠;;;;; 이정표가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맘 놓고 있다 길을 지나쳐 버린 것입니다. 구글맵에도 정확한 포인트가 나와 있지 않았기에 더욱 혼동스러운 상황이었던 겁니다.

 

길은 삼천포로... 아니 알 울라로 가는 길에서 알 울라가 있는 매디나주에서 타북주로 넘어가 결국은 처음에 설명을 들었던 움루즈까지 가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특이한 지역을 지나치게 됩니다... 왜 특이했냐구요? 길 주변이 온통 검은색 돌덩어리 투성이었거든요!!! 응??? 

 

 

 

(이리 봐도 검은색 돌덩어리...)

 

 

 

(저리 봐도 검은색 돌덩어리...)

 

 

 

(검은색 돌산까지....)

 

 

뜬금없이 펼쳐진 이 검은색 돌덩어리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구글어스에서 찾아봤습니다. 네... 정말 시꺼먼 지역이었네요...!!!! 이 시꺼먼 지역의 정체는 뭘까요?

 

 

 

 

이 지역은 "하르라트 쿠나이이르"라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의 작은 항구도시 움루즈 동쪽에 위치한 현무암 화산지역이라고 합니다... 전 캄브리아대 결정 암석 위에 남북의 축을 따라 만들어진 약 50개의 화산원뿔을 포함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완신세의 용암지역 중 가장 작은 지역 중 하나지만, 중심부에서 길게 뻗은 돌출부의 흐름은 일부가 홍해에 연결될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화산 원뿔 중 하나는 기원후 10세기나 그 이전에 분출되었을 거라고 하네요. (워낙 지질학엔 젬병인지라.. 영어로 된 설명을 보면서도 이게 뭔말이래.... 이러고 있었다죠...ㅠㅠ)

 

사우디에는 이 외에도 화산분출지역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길을 잃어 패닉상태서 그냥 지나쳤지만, 기회되면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호기심일까요...? 아님 덕후기질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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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런 길로만 수백키로를....)

 

 

결국 도착한 움루즈에서는 이드 첫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움루즈에서 가는 루트를 얼핏 들었던 터라 그나마 주유소에서 본 사람들에게 알 울라를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었더니 아는 사람이 없네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으면 됐지만, 우회전 포인트를 모르고 지나쳤던 터라 그냥 다시 돌기로 했습니다. 원래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얀부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구글맵과 길 가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우회전할 포인트를 찾아 쭈욱 올라가 결국엔 밤10시 경에 알 울라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초행길인데다 인가는 몇 십키로 지나가야 있을까말까하고 가로등도 없는데다 초승달만 떠있어 빛도 거의 없는 암흑 속을 무작정 달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우회전 한 번하면 외길이긴 하지만, 이정표가 그야말로 뜬금없이 나타날까말까한 길이다 보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참 난감하겠더군요. 그나마 구글맵으로 보니 위안이 되긴 했지만요.

 

얼마 전 1박 2일에서 멤버끼리 지리산을 각자의 루트로 걸었던 편에 나왔던 김종민편의 심정이 딱 제 심정이더군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침 8시 반에 출발해서 대략 저녁 6~7시 도착을 목표로 삼았던 알 울라행은 길을 헤메는 바람에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채 밤 10시경에나 목적지인 알 울라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약 1,100여키로를 달렸더군요. 개인적으론 일일 운행거리로는 그야말로 최장거리인 셈이었습니다. 그 길을 달리는 동안 교통체증은 한 번도 없이 쾌적하긴 했지만요...

 

전혀 예약 따위를 생각 안하고 간데다 늦게 도착한 탓에 어디서 자야할지 몰라 시내를 조금 둘러보니 유독 눈에 많이 띄는 호텔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결국 호텔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한 후 일단 휴식을 청하러 호텔로 갔습니다...

 

호텔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